- [위기의 韓 보험]③
100% 육박한 가구당 보험가입률…‘제로섬’ 경쟁만 남아
고금리 저축성보험 역마진…IFRS17 이후 건전성 직격탄
GA 종속과 과열된 수수료 전쟁…소비자 피해 악순환 우려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대한민국 보험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고,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은 역마진의 덫이 되어 현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거대 판매 채널로 성장한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한 종속은 과도한 사업비 지출로 이어지며 보험사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일부에선 무리한 영업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빈틈없는 보험 시장…“팔수록 남는 게 없다”
보험연구원이 2023년 가구 3000 가구를 조사한 결과,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4%로 사실상 모든 가구가 1개 이상의 보험을 보유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 보험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수입보험료 증가에 한계를 보이고 있음을 뜻한다. 2022년 252조8000억원이었던 수입보험료는 2023년 237조6000억원으로 6.0% 감소했고, 2024년에는 241조4000억원으로 1.4% 증가에 그쳤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 둔화 또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규 시장이 없다 보니 결국 옆 회사 계약을 뺏어오는 것 외에는 성장을 보여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보장을 추가하거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과거의 영광, 오늘의 족쇄…‘역마진’ 시한폭탄
하지만 현재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맞추기 위해 보험사는 자산운용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즉, 팔 때는 흑자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실이 쌓이는 구조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보험회사(생보사 22개, 손보사 31개)의 당기순이익은 4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99억원 감소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69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3억원 줄었으며, 손실부담비용 증가 및 금융자산처분·평가손익 감소 등으로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악화됐다.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도 2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16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새로운 회계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3년부터 적용된 IFRS17(새로운 회계제도)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통해 자본 변동성을 확대했다. 이로 인해 고금리 상품의 이자 부담이 현재 부채로 즉시 반영되면서 자본 훼손은 가속화되고 지급여력비율(K-ICS)을 깎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K-ICS 지급여력비율은 생명보험사 172.2%, 손해보험사 194.9%로 2023년 말 대비 각각 36.4%포인트(p), 23.6%p 하락했다. 이는 금리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가 지급여력비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이차역마진 부담이 커질수록 생보사의 경영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축성보험의 상품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건전성 지표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대규모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섰다. 2024년 중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약 8조7000억원으로 2022년(4.1조원), 2023년(3조2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4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특히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순위채권을 중심으로 발행량이 크게 증가했다.
‘공룡’ GA에 끌려가는 보험사…소비자도 위험하다
보험사가 직접 고객을 관리하지 않고 대부분의 판매를 외부 GA 채널에 의존하게 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설계사 65만1000명 중 약 44.3%인 28만9000명이 GA 소속이다.
문제는 GA가 설계사 위주의 구조다 보니, 수당이 높은 상품이 먼저 팔리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소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 권유되거나, 가입 후 유지율이 떨어지는 ‘반짝 계약’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보험사는 GA에 지급하는 선지급 수수료, 각종 판촉비(시책비) 등으로 인해 사업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보험업권의 사업비는 전년 대비 4조9000억원 증가(14.1%)했으며, 특히 신계약비가 2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증가(18.4%)해 전체 사업비 증가액의 75% 수준을 차지했다. 일부 회사는 신계약 한 건당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은 ▲선지급 한도 축소 및 계약유지율에 따른 유지보수 신설 ▲판매수수료 집행체계 정비 및 보험사 상품위원회 역할 강화 ▲2026년 1월부터 상품별 수수료 비교 공시·설명 의무화 ▲2026년 7월부터 GA 설계사 개인에게도 ‘1200% 룰’ 적용 등이 핵심이다.
2020년 1월 처음 도입된 ‘1200% 룰’에 대해 금융위는 보험사와 GA 간의 규제 차익을 없애기 위해, GA가 소속 설계사 개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정착지원금, 시책 등을 모두 포함하여 1200% 규칙을 적용하도록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위는 당국의 K-ICS 권고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해 보험사들의 단기적인 자본 관리 부담을 덜어줬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질 좋은 ‘기본자본’ 중심의 규제를 도입하여 보험사들의 근본적인 재무 체질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영업환경 개선에 회의론이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질 영업현장은 여전히 수당 중심이라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근본적 해법은 보험사 수익구조 정상화”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위기 탈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해법들은 단기적인 효과와 장기적인 부작용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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