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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급 덩치’ 애플코리아…韓 시장 무시하는 ‘배짱 영업’ 여전[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기부금으로 본 외국계 기업의 두 얼굴]⑨
매출원가 과도 책정으로 영업이익 낮춰…법인세 회피 의혹
한국 기부금 ‘비밀’…‘폭우 피해’ 중국엔 위로금 쾌척

애플은 국내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사진 애플]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매출 7조3348억원, 영업이익 861억3600만원. 애플코리아 유한회사가 감사보고서 공시를 통해 공개한 최근 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실적이다. 9월 결산 법인인 애플은 신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부터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양분하는 앱스토어를 통한 매출은 애플코리아와 관련 없다. 그런데도 애플코리아 사업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금호석유화학(7조9756억원·이하 연결기준 2022년 매출) ▲LG생활건강(7조1858억원) ▲카카오(7조1068억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휴온스글로벌(865억원·이하 연결기준 2022년 영업이익)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848억원) ▲웹젠(830억원) ▲녹십자(813억원)와 비슷하다. 사업 규모에 비해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애플코리아의 사업 운영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매출 95.3%에 해당하는 6조9900억원이 매출원가로 잡혀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17%에 그친다. 애플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20~30%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국내엔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없다.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매출원가를 과도하게 높게 잡아 판매 이익을 낮게 책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전 회계연도의 매출원가율도 95.5%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애플코리아의 낮은 영업이익률이 ‘의도된 결과’라고 본다.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익을 고의로 낮추는 식의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503억원으로, 매출의 0.68% 그친다. 비슷한 매출 규모를 올린 LG생활건강은 2022년 사업보고서 연결 손익계산서에 법인세 비용으로 1594억원을 반영했다. 애플코리아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카카오 역시 이 기간 2418억원을 법인세로 잡았다.

높은 매출원가 책정으로 상당 부분 수익을 본사가 이미 보전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애플코리아는 국내서 올린 영업잉여금 대다수도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 애플코리아의 최근 회계연도 주식 배당금은 9809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대부분 미국 본사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애플코리아는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부금 내역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감사보고서에 기부금의 별도 표기가 없다. 업계에선 애플코리아 내 권한을 가진 재무 담당 부서가 없어 국내 기부금 집행 자체가 0원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페이스북코리아 1억8000만원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7315만원 ▲구글코리아 3664만원 등을 기부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코리아는 과거 국내 방송사 취재에 ‘한국에 기부를 왜 해야 하느냐’란 취지로 대응한 적 있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며 “그게 약 10년 전인데 쟁점이 된 뒤에도 태도는 여전하다. 국내 사업 규모가 커져도, 애플 이용자가 많아져도 한국 시장을 소홀히 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모든 국가에서 기부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건 아니다. 중국 베이징·허베이성에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는 물론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3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영어·중국어로 “심각한 폭우와 홍수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기부금 전달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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