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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꼭 필요한 곳에~♪”…요즘 학교는 뮤지컬로 금융 배운다[가봤어요]

[청소년 금융 문맹 위기] ②
학교에서 배우는 금융...재미는 ‘덤’
직업 체험·보드게임·학급화폐 등 체험형 금융교육도 활발

지난 7월 24일 서울방화초등학교에서 열린 금융뮤지컬 ‘네 꿈은 뭐니!’의 한 장면. [사진 윤형준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 “용돈기입장 쓰는 건 귀찮지만 소비와 저축을 균형 있게 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는 내 용돈 안에서 계획을 세워 필요한 곳에 쓰는 거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초등학생 기준이 친구들에게 한 말이다. 기준은 용돈을 마음대로 쓰고 싶은 욕구를 참고 아빠의 가르침대로 꾸준한 저축을 해 나간다. 성인이 된 기준은 ‘5억 만들기’에 성공해 저축왕으로 올라선다.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방화초등학교 시청각실에는 웃음과 환호성이 넘쳐났다. 초등학생 경제·금융뮤지컬 ‘네 꿈은 뭐니!’ 뮤지컬을 관람한 학생들의 호응이다. 6명의 배우는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노래와 춤, 연기를 펼치며 현명한 소비와 저축이 무엇인지 1시간 동안 녹여냈다.

[사진 윤형준 기자]
뮤지컬 ‘네 꿈은 뭐니!’는 전국 초등생들에게 균형 잡힌 소비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난 2021년 금융산업공익재단과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가 협력해 만들었다. 이 뮤지컬은 지난 8월 8일 기준, 284차례 열려 총 3만6426명의 학생들이 관람했다.

뮤지컬 내용은 쉽다. ▲지속적인 저축을 하는 ‘기준’(합리적인 소비)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대신 사주는 ‘율’(잘못된 소비) ▲연예인이 착용한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새라’(과시소비)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며 비싼 장비를 사는 ‘재화’(과소비·모방소비) 등 네 명의 초등학생이 등장한다. 용돈 사용법이 각각 다른 친구들이 요정 ‘지니’를 만나 자신들의 미래를 보는 여행을 떠난다.

저축왕이 된 기준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잘못된 소비로 망가진 미래가 그려진다. 네 명의 미래를 모두 보여준 후 지니는 학생들에게 “누구의 모습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객석에서는 “기준이요~”, “기준이!”라는 답변이 쏟아졌다. 뮤지컬이 전하고픈 메시지가 방화초 3·4학년 학생 164명에게 성공적으로 도달한 순간이었다.

[사진 윤형준 기자]
지니는 “부자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야”라고 조언한다. 균형 있는 저축과 소비가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와 함께 공연은 막을 내렸다.

“저도 용돈기입장 써볼게요!”

공연을 본 뒤 학생들은 재미있었다는 평가는 물론, 올바른 소비습관에 대해 느낀 바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4학년 변서정양은 “나도 모르게 새라나 재화처럼 과소비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끔 필요 없는 걸 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참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학년 박선우군은 “지금도 용돈을 받고 필요한 것만 사고 나머지를 저금하고 있지만, 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용돈기입장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뮤지컬 '네 꿈은 뭐니!' 워크북. [사진 윤형준 기자]
교사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꿈·진로·경제·금융 등 단어가 초등생들에게는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이를 뮤지컬로 잘 풀어냈다는 반응이다.

이번 공연을 청교협에 신청한 조현태 교사는 “뮤지컬을 통해 우리가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 사례들을 잘 보여줘 설득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고학년인 5·6학년 학생들에게도 뮤지컬을 비롯한 체험형 경제 교육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고생 뮤지컬도 흥행…곳곳서 실천되는 ‘체험형 금융교육’

청교협은 2009년부터 은행연합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손해보험사회공헌협의회,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수 금융기관의 후원을 받아 금융뮤지컬을 지난해까지 1177회 공연, 26만1446명에게 선보였다.

관람층도 초등생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학생 대상 ‘내일뉴스’, ‘유턴’, 고등학생 및 사회초년생 대상 ‘시크릿머니’ 등 다양한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청교협은 이 외에도 어려운 금융을 청소년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자 여러 체험형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캠프를 통해 은행원 등 금융 관련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고, 게임북으로 화폐와 환율 등에 대해 공부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직접 게임의 주인공이 돼 금융지식을 얻을 수 있는 ‘더 로스트 시티’도 인기다. 오프라인 체험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선 교육 영상과 보드게임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기도 하다.

금융빅게임 '더 로스트 시티'. [사진 청소년교육협의회]
체험형 금융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엿보인다. 초등생 금융교육을 위해 전국의 초등교사들이 모인 경제금융교육연구회(경금교)는 2015년부터 다양한 놀이형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세금 내는 아이들’이 있다. 학급화폐를 만들어 1년간 학생들은 교실에서 월급을 받으며 세금을 낸다. 나만의 가게나 기업을 만들어 수익을 내고, 투자도 할 수 있다. 다른 학교의 학급과 무역을 하는 ‘금교잇’(금융교육으로 교실을 잇다)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 교실이 하나의 국가처럼 돌아가는 셈이다.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이 만든 물건이나 영상 콘텐츠 등을 올리면 다른 학교 학생들이 이를 구매할 수 있다.

천상희 성암초 교사(경금교 회장)는 “어려운 금융을 눈높이에 맞게 교육하다보니 학생들이 매우 즐거워한다”며 “학부모들도 ‘집에서 경제 뉴스를 보며 관심을 가지는 자녀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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