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기(技)정학 시대’…“기술 유출 한 번에 모든 것 잃어”[이코노 인터뷰]
- [경제 안보 위협하는 산업스파이⑥] - 포스코홀딩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
“미래 기술은 ‘종자’…산업 생태계 자체를 뺏기는 것”
보안최고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바야흐로 ‘기(技)정학 시대’ 시대다.
지정학에서 땅을 뜻하는 ‘지(地)’ 대신에 기술을 의미하는 ‘기(技)’를 사용한 신조어가 ‘기정학’이다. 지리적 특성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관점이 지정학이라면, 미래 기술이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른다는 논리가 기정학이다. 기정학의 시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래를 선도할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유다. 포스코홀딩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이코노미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 세계 기술 경쟁 속에서 단 한 건의 기술 유출로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 보호 ‘성벽’ 높아지는데…‘1차 저지선’ 없는 한국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포스코홀딩스 CISO는 전 세계 국가들이 기술 보호를 위한 ‘성벽’을 쌓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기술 유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 CISO는 “일반 형사 사건 무죄율이 3% 정도인데, 기술 유출 사건 무죄율은 19%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기술 유출 관련법이 있지만, 국가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측면보단 개인적 일탈 정도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적국 여부와 관계없이 자국 기밀을 빼돌리면 간첩죄로 간주한다. 반면 우리 형법 제98조(간첩죄) 대상은 적국(북한)으로 한정돼 있다. 북한이 아닌 국가가 우리 기밀을 유출해도 간첩죄로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CISO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에 유출 시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1차 저지선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1차 저지선(간첩죄)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라, 기업이 2‧3차 저지선에서 기술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기정학 시대에는 단 한 건의 기술 유출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홀딩스 CISO는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미래 기술을 ‘종자’에 비유하면, 한 건의 기술 유출로 숲(산업 생태계)을 조성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과 개발 이후 관련 산업의 성장 등을 고려하면, 한 건의 기술 유출이 천문학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미래 기술을 빼돌린 국가는 천문학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 유출 범죄가 다변화‧조직화하는 이유다. 개인적 문제가 아닌 조직적 차원의 기술 유출 시도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 CISO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국내에 연구개발 업체를 설립해 인력을 채용, 관련 기술을 유출하거나 거래처를 활용해 기술을 빼돌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CISO는 “시스템상 자동으로 해커들의 침입을 막는 것 외에도 한 달에만 수만 건의 침입 시도가 있다”며 “갈수록 교묘해지는 기술 유출 시도를 한 기업이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 자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CISO는 “전 세계 국가들의 기술 경쟁 심화, 한국의 기술 고도화 등 현 상황에서 기술 유출을 막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술 경쟁은 속도전이라 기술 유출에 취약할수록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현재 한국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함께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상생 생태계가 태동하는 시기”라며 “급성장할 수 있는 이 시기에 기술 유출이 치명상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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