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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될라 ‘CJ제일제당·대상’ 라이신에 골머리

[돈되는 ‘바이오’] ③
라이신 판매량 감소에 2분기 실적도 ‘뚝’
中 돼지고기 소비량↓…하반기 전망도 물음표

CJ제일제당과 대상의 올 2분기 수익성은 나란히 악화했다. 국내외 식품 판매가 늘었지만, 글로벌 축산업 회복 지연으로 사료첨가제에 쓰이는 라이신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식품 명가의 바이오 사업 진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사업이 식품기업의 제2 먹거리로 미래를 설계하는 주요 역할을 하지만 눈앞의 수익은 좋지 않다. 바이오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의 표정도 실적만 놓고 보면 어둡기만 하다. 국내외 식품 판매가 늘었지만 글로벌 축산업 회복 지연으로 사료첨가제에 쓰이는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업황이 빠진 탓이다. 

그린바이오 주력…효자 노릇하던 라이신의 배신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의 올 2분기 수익성은 나락히 악화했다. CJ제일제당은 2분기에 매출 4조4233억원, 영업이익 2358억원(대한통운 제외)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업계 최대 수준이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3,7%, 40.1% 급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중국 내수 침체에 따른 축산 업황 회복 지연으로 글로벌 아미노산 시황이 약세였고, 전년 동기 최대 이익 실현에 따른 기저 효과”라고 설명했다.
대상 역시 매출 1조38억원과 영업이익 33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0.9% 감소했다. 회사 측은 실적 악화 배경에 대해 “글
로벌 축산업 부진으로 사료 원료인 라이신의 시장 판가가 하락하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실적 악화 배경은 나란히 ‘바이오 사업 부진’이 꼽힌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그린바이오가 주력이다. 핵산과 사료첨가제에 쓰이는 아미노산(라이신·트립토판 등) 등이 주 품목이다. 이 중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의 수출 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라이신은 사료에 첨가해 성장 촉진제 역할을 하는 소재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이를 주로 중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석유 계열 소재인 헥사메틸렌디아민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이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중국 외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 라이신 가격도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결국 라이신 분야를 주심으로 실적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라이신 가격은 1kg당 9.4위안으로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해 23% 하락한 상황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될라...CJ제일제당·대상 저조한 투자손익 ‘고민’

중국 외식시장 위축…라이신 비중 줄이기 속도 


중국 남부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서 도축 속도가 빨라졌지만, 소비 여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공급 과잉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5541만톤(t)으로 세계 1위였지만 업계에서는 3분기 말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실적 악화 탓에 기업들은 라이신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등의 아미노산류를 저
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 및 상용화했다. 아미노산 유래의 나일론 단량체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젖산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또 트립토판과 핵산의 비중을 높이고, 60%에 달하던 라이신 비중을 현재 20%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2분기 바이오·FNT사업의 경우 대형 아미노산 관련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트립토판 등 기타 제품을 통해 8%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국내 식품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 자차이(짜사이) 사업을 하는 자회사 지상쥐(吉香居) 지분 전량을 3000억원에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고, 비비고 브랜드와 김, 만두, 소스 등의 부문을 더 키워나갈 계획이다. 대상의 경우 앞으로 필수아미노산으로 주로 사료 시장에 공급해 왔던 라이신을 친환경 소재 시장에도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소재사업 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발효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신을 원료로 한 카다베린을 직접 생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카다베린이 석유 계열 소재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잠재수요가 2026년 16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실적 회복을 위해 주력 품목인 김치, 소스, 간편식에 주력하고 알룰로스 등 소재 스페셜티,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상 측은 “그간 라이신은 필수아미노산으로 주로 사료시장에 공급해왔다”며 “앞으로 친환경 소재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함은 물론, 화학섬유 기업 등 국내외 수요처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업계는 올 하반기까지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뿐만 아니라 원당, 소맥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에 발목을 잡을 거란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는 기저 부담이 낮아지나 예상보다 느린 바이오 업황 회복 속도에 따라 연초 제시했던 바이오 부문 영업실적 전망은 다소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신 및 바이오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식생활 개선과 세계 육류 소비에 따른 사료 수요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각 사들은 이제 라이신 의존도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실적 개선을 위해 라이신 비중을 줄이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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