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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브랜드 기아에 ‘고급스러움’은 사치일까[백카(CAR)사전]

기대 모았던 EV9 초반 흥행 실패 분위기
고급스러운 경차 모닝도 신차 효과 없어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기아가 EV9 전용 케어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 기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산차 가격이 이렇게 높으면 누가 사나요?” “차라리 벤츠, BMW를 사고 말겠다” 대중 브랜드에게 ‘럭셔리’(luxury)는 맞지 않는 옷일까. 최근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국산 신차들이 줄줄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아의 EV9이다. EV9은 지난 6월 국내 출시된 기아 브랜드 최초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180도 회전하는 2열 스위블 시트로 다양한 실내 구성이 가능하며, 넉넉한 3열 공간까지 확보돼 카니발 등 전통의 패밀리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99.8kWh 대용량 배터리 적용으로 기아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주행거리인 501km를 확보한 것도 EV9의 장점 중 하나다. 다양한 첨단 기능까지 두루 갖춘 기아의 첫 번째 프리미엄 전기차 EV9의 국내 판매 가격은 7000만원대부터 시작해 풀옵션 시 1억원에 육박한다.

EV9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제법 뜨거웠다. 지난 5월 진행된 EV9 사전계약에서 8일 만에 1만367대의 계약이 체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달랐다. EV9의 첫 달 판매 실적은 1334대에 불과했고, 지난달(7월)은 전월 대비 6.2% 감소한 1251대가 팔린 것이 전부였다.

EV9의 최근 판매 부진을 생산 물량 부족 탓으로 돌릴 수도 없어 보인다. 영업현장에 공유된 기아 8월 납기표에 따르면 이달 EV9의 출고 대기 기간은 4~5주 수준이다. 계약 후 신차 배정을 받으면 한 달 내외로 차가 나온다는 뜻이다.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고급차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7월 고급 수입 SUV(판매 가격 7000만~1억원 내외)의 판매 실적은 1만5434대로 전년 동기(1만1553대) 대비 33.6% 늘었다.

기아의 고급화 전략이 실패한 것은 아닐까. 충분히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최근 고급스러움을 내세운 기아의 또 다른 신차도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바로 모닝이다.
기아의 프리미엄한 경차 더 뉴 모닝. [사진 기아]
기아는 지난달 국내 대표 경형승용차(경차)인 모닝의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2020년 첫 번째 부분변경 이후 3년 만에 또 한 번의 변신을 단행한 것이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경차 최초로 Full LED를 적용하고, 실내외 디자인도 변경해 고급감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서민의 차로 불리던 경차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올랐다. 신형 모닝의 풀옵션 기준 판매 가격은 약 2000만원 수준이다.

기아넥스트디자인외장1팀 최홍석 디자이너(팀장)는 모닝 출시 행사에서 “기아의 디자인 철학이 오퍼짓 유나이티드(대비)”라며 “경차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생각을 반대로 해봤다. 경차를 타는 사람들도 프리미엄한 느낌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급스러운 경차는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모습이다. 신모델 출시 첫 달인 지난달 모닝의 국내 판매 실적은 2033대로 전월 대비 9.4% 줄었다. 보통 신차 출시 효과 등이 있어 초반 판매 실적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신형 모닝은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커가 아무리 고급차라고 강조하며 사양 등을 높여도 소비자들이 이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특정 모델 한 두 개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주요 메이커들이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분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글로벌 제조사들은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별도로 존재한다. 닛산 역시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를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국내 제조사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독립 출범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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