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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무너졌다”…5대 은행 중 횡령 사고 1위는?

[은행 ‘횡령의 시대’ 언제까지]② 8년간 5대 은행 횡령 건수 112건
우리·하나은행서 각각 26건 25건 횡령 발생
주요 은행들, 실명제 위반·배임 등 금융사고도 이어져

은행 직원 한 명이 현금 5만원을 옮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지난 8년 동안 주요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건수가 1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었다. 이 기간 은행에서는 배임과 사기, 실명제위반 등의 건수도 적지 않은 수치를 보여 내부통제 부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대 은행 횡령 사고 112건, 우리은행서 ‘최다’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은행별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총 112건을 기록했다.   

지난 8년간 대부분의 은행들에선 한 두 해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 별 총 횡령 건수는 우리은행 26건, 하나은행 25건, NH농협은행 21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0건이다.

특히 우리은행 2015년 7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해 연간 기준,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2015년부터 올 1분기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5대 은행에서는 2014년 3, 4분기 이후 매년 평균 2.4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횡령이 4건, 하나은행에서는 3건이 나오면서 평균을 상회했다. 지난 8년간 은행 별 연간 횡령 건수는 줄어들기 보다 오히려 일정 건수가 유지되거나 더 늘어난 모양새다. 은행 내부통제가 장시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건수가 많았던 은행은 횡령액수도 높은 편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발생한 횡령액은 ▲우리은행 732억3000만원 ▲하나은행 57억6000만원 ▲NH농협은행 28억8000만원 ▲신한은행 5억6000만원 ▲KB국민은행 3억원 등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한 본점 직원이 7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르면서 횡령 금액이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발생 횡령 건수는 하나은행이 17건으로 우리은행(10건)보다 많았다. 징계 인원도 ▲하나은행 101명 ▲신한은행 46명 ▲NH농협은행 43명 ▲우리은행 40명 ▲KB국민은행 13명 순으로 나타났다. 

횡령액 회수율은 신한은행 89.29%, 하나은행 70.31%, KB국민은행 30.0%, NH농협은행 5.21%, 우리은행 1.12% 등을 기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횡령 회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횡령 발생 후 시간이 지날수록 범죄 자금은 이미 다른 곳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임·사기·실명제 위반까지...내부통제 부실 '심각'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횡령 외에도 배임, 사기와 같은 금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 중이다. 금융질서 문란행위에 속하는 실명제 위반 건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금전사고로 분류되는 배임과 사기는 2014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대 은행에서 각각 30건, 56건 발생했다. 

배임죄는 횡령죄처럼 재산상 이익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배임은 꼭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도 업무상 불법적으로 취한 모든 이득이 해당돼 횡령보다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은행원이 업무상 비밀을 경쟁사에 유출하고 이득을 취하게 되면 횡령죄가 아닌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금전사고들 역시 내부 직원들의 행위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실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년 동안 KB국민은행은 배임과 사기, 실명제 위반 건수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최근 일부 직원들이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 대행 과정에서 정보를 사전 취득하고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사고 팔며 총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직원 내부통제 측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년 간 배임 사고가 가장 많았던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총 17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에서는 8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2건 신한은행은 1건 발생했다.  

사기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17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12건, 하나은행은 8건, NH농협은행은 2건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17건 사기 중 14건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고, 3건만 직원에 의한 사기”라며 “A고객이 B고객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은행을 이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명제 위반도 KB국민은행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실명제 위반은 KB국민은행에서 50건, 우리은행에서 35건, NH농협은행에서 32건, 신한은행에서 25건, 하나은행에서 19건 발생했다. 다만 KB국민은행의 실명제 위반은 2014년 3, 4분기에 11건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 1건으로 줄며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편 실명제 위반은 최근 은행권에서 논란이 커지는 중이다.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 직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기 위해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동의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다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실명제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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