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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순항’ KB금융 이끈 윤종규 회장, 남은 과제는

[항해 마친 윤종규호, KB 미래는?]① 윤 회장 용퇴 결정
9년 임기 동안 순이익 195% 급증…명실상부 종합금융그룹 탄생
부회장직 신설 등 차기 회장 선임에 ‘외풍 차단’ 발판 마련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 KB금융]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윤종규 회장이 9년 임기를 마치고 KB금융그룹을 떠난다. 2014년 KB사태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 회장은 9년 동안 조직을 안정화하고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는 등 KB금융을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는 지난 8월 용퇴 결정을 내리며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배턴을 넘길 때가 됐다”고 밝혔다.

‘KB사태’ 위기 종결...종합금융그룹 토대 마련

2014년 11월 윤 회장 취임 전 KB금융은 임영록 당시 회장과 이건호 당시 행장과의 내분으로 이른바 ‘KB사태’에 휩싸인 상황이었다. 

당시 임 회장은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할 계획이었지만, 이 행장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이후 검찰 고발, 인사 개입 폭로가 이어졌고 결국 당국이 개입하는 등 사태가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5년간 은행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회장이 해임 조치되고 행장도 사퇴하는 등 ‘지배구조 공백’이 나타났다. 

이처럼 KB금융의 위기 때 취임한 윤 회장은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회장-행장 겸직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회장-행장 겸직은 2008년 KB금융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갈등의 내막에는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인 ‘권력 다툼’이 존재했다. 이에 KB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회장-행장 겸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윤 회장도 당시 은행장을 함께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회장-행장 겸직 분리시기에 대해선 “조직 안정과 경쟁력 제고가 전제”라고 말했다.  



KB금융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자 윤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적극 나섰다. 먼저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 짓는 데 힘을 쏟았다. 취임 전부터 진행된 LIG손보 인수는 윤 회장에게 ‘리더십 시험대’였다. KB사태로 LIG손보 인수 승인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당국에서는 KB사태에 사외이사들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간접적으로 이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윤 회장은 결국 자신을 뽑아준 이사들의 퇴진을 설득해야 했다. 이후 2014년 7월, 이사 7명 전원은 사퇴했고 당국은 LIG손보 인수를 승인했다. 이사들의 사퇴 결정 배경에는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윤 회장의 설득 등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B금융은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해 현재 5대 증권사 중 한 곳인 KB증권으로 성장시켰다. 아울러 약점으로 지적받던 생명보험업 강화를 위해 윤 회장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인수에도 성공했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해 경쟁사보다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하는 등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재 KB금융이 은행-보험-증권 회사를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이 된 배경에는 윤 회장의 이같은 노력이 자리한다.   

윤 회장 취임 후 순이익 195% 증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 후 2015년 1월 서울 여의도 본점 강당에서 열린 ‘KB금융그룹 CEO와 직원과의 만남’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KB금융]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윤 회장 취임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2014년 당시 KB금융 순이익은 1조1415억으로 신한금융의 순이익(2조1996억원)에 크게 뒤쳐진 상황이었다.

KB금융은 2016년 들어서 순이익 2조1901억원을 달성하며 신한금융보다 2년 늦게 ‘2조 클럽’을 달성했다. 이후 2017년 KB금융 순이익은 신한금융보다 3942억원 많은 3조3435억원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을 되찾았다.  

이같은 성과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인 3조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신한금융의 순이익 보다 3209억원 높은 수치다. 윤 회장이 취임했던 2014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 수치는 무려 195.0%(2조7581억원) 증가했다.  

‘노조 갈등’, ‘해외 진출’은 풀지 못한 과제로

윤 회장 임기 동안 발생했던 노동조합과의 갈등,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늦은 해외 진출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KB금융 노조가 지난 6년 동안 주주총회에서 추천해 온 주주 추천 사외이사 안건은 매번 부결됐다. KB노조는 2017년 11월 임시 주총부터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장과 이사회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주주 승인을 받지 못하며 번번이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이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관련한 주주 제안이 여섯 번째인데 찬성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다”며 “개인이나 조직 논리에 너무 매몰된 게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KB금융은 동남아 지역을 교두보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다른 지주들보다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KB금융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 외에도 올해 8월 캄보디아 상무부로부터 KB프라삭은행 출범 최종 승인을 받는 등 해외 진출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윤 회장 후임으로 내부 출신이 중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KB금융은 2014년까지 정부발 ‘낙하산 인사’가 내정돼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윤 회장은 지난 9년 동안 내부 출신이 차기 회장에 오를 수 있도록 2020년 11월 ‘지주 부회장직’을 만드는 등 ‘외풍 차단’에 나서왔다.

한편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8월 29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를 발표하며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허인 KB금융 부회장 3인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9월 8일에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차기 KB금융 회장직에 양종희, 허인 부회장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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