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노란봉투법, 피할 수 없어...'공동교섭' 가이드 필요" [경영계 흔드는 친노동 정부]③
-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겸 L-ESG평가연구원 원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8월 국회로
"새로운 제도 기업 부담 당연...고용노동부 등 역할 중요"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L-ESG평가연구원 원장)는 8월 4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란봉투법 핵심 쟁점 두 가지
노란봉투법 핵심 쟁점 두 가지‘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2014년 법원이 장기 파업을 한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에게 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전달한 것에서 유래됐다.
관련 법의 핵심 내용은 손해배상 책임 제한(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 규모를 일정 금액 범위로 한정)과 사용자 범위 확대(하청 근로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 부여) 등이다.
김 교수는 쟁의행위에 따른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이 된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유재산권도 헌법상 권리지만,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도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권리”라며 “두 가지 요소가 충돌하면 이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동안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문제로 인한 사망자는 2000년대 중반에만 10명을 넘어섰다.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쌍용차 사례의 경우에도 수십 명이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문제와 생활고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노동3권의 실질적 행사를 제약하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조·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51건, 청구액은 2752억7000만원에 달한다.
김 교수는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은 실질적인 노동권 행사를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번 노란봉투법은 과거부터 해결해야 했던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정부 등은 외국의 사례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보면 해당 국가는 1만명 이상의 노조에만 1000만원 정도의 상징적 벌금을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노란봉투법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에 담긴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 등이 노조 등에 과다 청구할 수 있는 요소를 축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동교섭 등 해법 제안…어차피 풀어야 할 숙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와 함께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사용자 범위 확대다. 김 교수는 “특수 고용에 대한 문제는 사실 IMF(국제통화기금) 시절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며 “당시 아웃소싱(외주) 바람이 불면서 외주화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하청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청 노동자의 문제는 임금 1원을 올리고 싶어도 하청 사용자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결국 원청과 교섭을 해야 하는데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 공개 테이블에 착석하는 순간 사용자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범위 확장이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근로기준법상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면 원·하청 간 갈등의 문제가 종식된다”며 “그러나 이번 노란봉투법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성을 확장하는 수준에 그쳤다. 원청이 지배력을 갖는 곳만 교섭에 응하라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도 이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에서 제기하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교섭권 남발 등도 충분히 억제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동교섭을 하면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이런 가이드 라인을 노동부 등에서 잘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과거 현대자동차 등의 사례가 존재하기도 한다”며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다뤄야 하는 정도의 체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에도 하청 문제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노동 사안으로 불거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산별 교섭 또는 효력 확장 조항을 통해 산업의 모든 노동자가 적용받기 때문”이라며 “공동교섭으로 기본 틀을 만들면 나머지 사안은 개별 기업 또는 하청 내부에서 해결하거나 하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이재명 정부에서 말하는 산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초기업 교섭의 활성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직적 관계를 넘어 수평적 관계를 만들면 기업으로서는 대가만 지불하는 게 아니다. 제도적 틀 안에서 갈등 비용을 줄이거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등 충분히 이득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과거처럼 살 수 있는 시대가 곧 끝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환경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이다. 2024년 발효된 이 지침은 3~5년 유예기간을 거친 뒤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의해 파생된 인권, 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EU가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 지침 조항에는 ▲생명권 존중 ▲비인도적 대우 금지 ▲자유 및 안전에 대한 권리 ▲근로조건 ▲강제노동 규제 ▲단체교섭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전반의 인권과 환경 리스크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인데, 노란봉투법은 이런 측면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과거를 청산하고 달라져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은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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