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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주목하는 시스템 반도체 장인…“우리는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코노 인터뷰]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 ‘보스반도체’ 박재홍 대표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대표…1년여 만에 100억 투자 유치
“올해 국내외 개발 인력 10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

박재홍 (주)보스(BOS:Best Of Silicon) 반도체 대표이사가 판교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장인(匠人)이다. 수십 년간 ‘시스템 반도체’라는 한 우물만 판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이사(사장)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모토로라, IBM, 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거치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은 박 대표는 반도체 관련 노하우를 갖춘 동료들과 신생 회사를 차렸다.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그의 앞에는 대기업 고문, 외국계 기업 대표 등 다양한 선택지가 놓였지만, 단순히 돈을 좇지 않았다. 박 대표는 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창업이라는 정글 속으로 뛰어들었을까.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8월 10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보스반도체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보스반도체는 지난해(2022년) 설립된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사실 의아했다.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그는 고문부터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치열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든 것이 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글과 같다. 창업 후 순식간에 사라지는 곳이 워낙 많아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OECD 가입국의 3년 후 스타트업 평균 생존율은 55.2% 수준에 불과하다. 창업 후 3년이 지나면 절반은 사라진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국내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30%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산업은 해외처럼 발전하지 못한 상태”라며 “국내도 환경은 조성돼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리스의 고객이 될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팹리스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대만 미디어텍이나 미국 퀄컴, 엔비디아 등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2021년 기준)은 미국이 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만(21%), 중국(9%) 순이었다. 한국의 점유율은 1%에 불과했다.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팹리스 기업은 국내에 단 한 곳(LX세미콘)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최근 매출 1조원대 팹리스 10개 이상을 육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설계 분야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박 대표가 보스반도체를 설립한 이유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만 30년을 했다”며 “이런 경험을 적극 활용하면 국내 팹리스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인들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스반도체는 스타트업이지만 주요 인사들의 이력을 보면 화려하다. 박재홍 대표 외에도 임경묵 최고기술경영자(CTO, Chief Technology Officer), 시스템온칩(SOC) 디자인 팀장, 소프트웨어 개발(SW Deveopment) 팀장, 아키텍처&세이프티(Architecture & Safety) 팀장, 고문 등이 모두 주요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기술력이 핵심인 회사는 인력이 중요하다. 화려한 구성원은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하는 요인이다. 보스반도체가 설립 1년 만에 1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보스반도체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체결로 시리즈 Pre-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뿐 아니라 스틱벤처스, 케이앤투자파트너스, ATP인베스트먼트, IP파트너스,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등이 투자사로 함께 했다.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물론 최근 투자 유치가 이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타트업 생태계는 매우 치열하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폰, PC라고 부른다. 갈수록 반도체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동차는 PC처럼 중앙에 강력한 CPU가 자리 잡는 구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 중앙의 슈퍼 SOC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슈퍼 SOC는 자동차 내 모든 기능을 통합해 하나의 SOC에서 SW로 기능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보스반도체는 현재(9월 기준) 73명의 인력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판교 본사에 56명, 해외 연구센터인 베트남에 17명이 있다. 박 대표는 “연구 인력은 반도체 하나를 개발할 때 70~100명 정도가 필요하다”면서 “올해 국내외 개발 인력을 총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는 성공적이며 인력도 꾸준히 채용 중이다. 이제 남은 건 결과물을 보여주는 일이다.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자동차 반도체 샘플이 내년 말게 나온다”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큰 그림은 그려놓은 상태다. 박 대표는 “단기 목표를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 및 개발 인프라를 갖추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 자동차 반도체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롤 모델은 미디어텍, 퀄컴 등”이라며 “이 회사들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기까지 창업 이후 30년 정도 걸렸다”면서 “5~10년 안에 이 회사들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20년 뒤에는 이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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