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관광객…명동·가로수길 상권, 부동산 시세 회복할까?[가봤어요]
[돌아온 유커] ③ 활기 찾은 명동, ‘썰렁’한 동대문과 대비돼
높은 임대료에 가로수길 공실은 여전, 연남동 임차료도 그대로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박지윤 기자] 중국인 단체 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허용되면서 명동 거리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잇따르면서 유동인구 감소로 공실이 넘쳐났던 명동 거리에 다시 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명동을 비롯해 국내 주요 상권들은 돌아온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덕분에 미소 짓고 있을까.
달라진 명동, 권리금 사라져 매력↑
지난 8월 28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명동 거리는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명동 노점상과 시장 상인들은 관광객 증가와 함께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노점상 상인 A씨는 “사드 조치와 코로나19로 인파가 줄면서 암울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서서히 관광객들이 다시 명동을 찾으면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늘어났다”며 “특히 8월에는 잼버리 영향으로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고, 최근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면서 음식을 사먹는 관광객들도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명동역 인근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명동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 회복속도가 빠른 편”이라면서도 “아직까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관광산업이 사드 조치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보긴 어렵고,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들과 함께 찾는 개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유커가 돌아왔다기 보다는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관광객 증가로 명동은 입지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공실이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3.5%에서 올해 1분기 37.6%, 2분기 35.8%로 감소세를 보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익이 없어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이 늘면서 수억원대에 달하던 권리금이 사라졌다”며 “이때부터 명동 외곽지역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목 좋은 곳에서 들어와 권리금 없이 임대료만 내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점포별로 권리금이 없어져 임대료만 내도 장사가 가능해 공실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상권이 살아나기 시작한 명동과 달리 동대문 상권은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종종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목격됐지만 명동 거리에 비해서는 인파가 덜한 모습이다.
노점상들도 10곳 중 2~3곳만 문을 열었고, 동대문 패션 거리 인근 상점들도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 있는 공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동대문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명동은 상업용 부동산 임차 시장이 활발하다고 들었는데 동대문은 아직도 코로나19 사태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APM, 밀리오레 등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곳들은 관광 수요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헐값에 부동산 매물로 나와있는데도 거래가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핫플레이스’된 신사·연남, 임대료는 제자리
내국인들에게도 인기인 서울 ‘핫플레이스’ 신사동 가로수길과 연남동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 방문객들 역시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인이나 가족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을 살펴봐도 대체로 젊은 연령대의 개별 관광객들이 많았다.
유명 브랜드의 안테나숍이 많은 신사동 상권 일대에서 최근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매장은 탬버린즈, 논픽션 등 내국인 선호도가 높은 국내 니치향수 브랜드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평일 낮 시간에도 관광객들이 일부 매장 앞에 줄을 서 대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매장 내·외부에서 단체 관광객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한 코스매틱 매장 관계자는 “최근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특별히 중국 관광객이 많은 편은 아니다”라며 “일본 관광객이나 동남아 관광객 비중도 높은 편이며 국적은 정확히 모르나 서구권에서 온 듯한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매장 직원도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인 방문 고객이 많은 편인데 이들의 국적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명동과 달리 가로수길의 전면 상가 공실은 여전했다. 오히려 ‘세로수길’을 비롯한 이면 상가들이 활성화된 분위기다. 유명 브랜드숍들 역시 이면에 문을 여는 추세다. 신사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가로수길 전면 상가들 임대료가 워낙 높아 공실이 여전하다”며 “요즘 들어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신사동 건물 호가와 임대료는 전부터 워낙 높은 편이어서 당장은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세련되고 특색 있는 상권을 형성한 연남동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유커가 아닌 싼커들이 주를 이룬 모습이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외국인은 많으나 특정 국적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근 경의선숲길 한 저가커피 매장 종업원은 “중국인들이 매일 방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사동 상권처럼 연남동도 부동산 시세가 요지부동이었다. 홍대역 인근 건물 호가는 3.3㎡(대지면적 기준) 당 2억원에 달하지만 실거래는 뜸한 분위기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연남동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이 그나마 적었던 상권”이라면서 “그럼에도 주변에 상가가 계속 공급되면서 매장 임차료는 쉽게 오르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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