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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돌아온다지만...中경기 침체·사그라든 한류는 ‘변수’

[유커가 돌아온다] ④
유커 면세점 객단가, 외국 관광객의 3배 이상
경제효과 기대 크지만…달라진 구매력 등 우려도 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며 관광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국내 면세점을 비롯해 화장품·패션 등 유통업계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 이전 ‘큰손’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遊客)이 돌아오면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에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한풀 꺾인 만큼,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국소비 열풍 등 우려 딛고 반등할까 

업계가 기대하는 포인트는 경제효과다. 통상 유커는 객단가가 가장 높은 고객으로 꼽힌다. 유커의 면세점 객단가는 개별 외국 관광객의 3배 이상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귀환하면서 본격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수가 196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0만명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늘게 되는 셈이다. 팬데믹 이전(2019년) 중국인 입국자 수가 연간 약 600만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발 관광 회복은 국내 서비스업 업황 개선에 상당폭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 관광객 허용에 따라 한은은 하반기에만 중국인 관광객 22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봤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전과 같이 유커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유커의 더딘 회복세는 중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중국여유(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출국 여행 빅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올해 1~6월 4037만명이 해외여행을 즐겼지만, 마카오 50.9%, 홍콩 26.7%를 차지하면서 순수 해외여행은 800여만 명에 그쳤다.

유커의 쇼핑 파워도 예전같지 못하다. 홍콩여행발전국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쇼핑을 위해 홍콩을 방문했다는 응답은 2017~2019년 27%이었지만 지난해 5월 19%로 줄어들었다. 중국은 또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성장은 둔화하면서 물가는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예전처럼 높은 구매력을 보일 수 있을지다. 과거 중국인들은 높은 품질의 한국산 제품을 선호했다. 면세점이나 로드숍에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사는 것이 흔했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바잉파워도 예전과 같을지도 미지수다. 화장품 등 한국 브랜드 파워가 예전보다 낮아진 데다, 중국 내 한류 열풍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내수 경기가 부동산 위기로 침체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산둥성에 한해 유커 방한을 허용한 데 이어 지역별로 단체 관광객을 조금씩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 영업현장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띌 정도로 체감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젊은 층이자,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 역시 자국중심주의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MZ세대들은 “자국 제품과 문화에 자부심이 높고 신생 브랜드에도 개방적”이라며 “최근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영향도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경제 상황도 침체되고 있다.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정부·기업·가계) 비율은 281.5%까지 상승했다. 소비 부진과 물가 하락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4%)를 밑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3% 하락하며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며 관광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서울 명동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차이나 리스크’ 최소화…포트폴리오 수정 필요” 


전문가들은 달라진 유커 소비 활성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대처할 방향으로 맞춤형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방안 마련도 제안했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중국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냉각돼 있다”며 “해외여행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이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임에는 틀림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매출이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간 중국 시장에 치우쳐있던 매출 비중을 줄이고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 적극으로 나서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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