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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아는데…기둥식 설계, 고급 아파트가 독점하나

[K아파트 구조 패러다임] ③ 공간활용·층간소음 등 장점에도 ‘손해’ 인식
장수명 주택 용적률·높이 인센티브 현실화 필요

지난 8월 23일 김명석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본부장이 넥스트 라멘구조를 포함한 주택사업 신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장수명 주택에 대한 정부 장려정책에도 기둥식구조가 전국 주택시장에 널리 적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부산 해운대 인근 고층 주상복합 등 고급주택 사업 이외에는 건물을 기둥식구조로 지었을 때 사업성 담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초고층 주택과 일반 아파트, 서울 강남권과 비(非)강남권 또는 핵심지와 외곽지역 간 주택 구조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가 라멘구조 또는 무량판구조로 지어진 장수명 주택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존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변 고급 아파트, 라멘구조로 가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8월 23일 공개한 ‘넥스트(NEXT) 라멘구조’는 ‘내구성’과 ‘가변성’, ‘수리용이성’을 강조하는 장수명 주택 조건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넥스트 라멘구조는 기본적으로 내력벽이 아닌 기둥과 보가 건물 하중을 지탱해 구조변경이 편리한 라멘구조를 채택했을 뿐 아니라 기둥이 세대 간에만 위치할 뿐 세대 내에는 없는 형태로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진동이 벽을 타고 아랫집으로 이동하지 않아 층간소음도 적다.

‘인필(In-fill) 시스템을 통해 벽체와 바닥은 조립식(건식)으로 설치된다. 이에 따라 입주민은 모듈형 벽체를 이동하고 재설치 함으로써 가족구성 변화에 따라 실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또한 각종 배관이 조립식 바닥과 슬라브 사이 공간으로 지나가 수리가 편리하고 상하수도 시설이 필요한 주방, 욕실 위치를 변경하기 쉽다. 삼성물산은 욕실 포드(pod)를 특허출원 하는 등 내부 공간도 모듈형으로 설치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비전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서울 핵심지역 정비사업 수주전을 겨냥해 등장한 측면이 있다. 특히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 여의도, 성수전략지구 내 정비사업 조합들은 신속통합기획 참여 등을 통해 초고층 설계를 계획하고 있다. 고층 건물은 건물 하중이 높아지는 벽식구조로 짓기가 어려워 대부분 라멘구조나 무량판구조 등 기둥식으로 지어진다. 도심 오피스 건물은 물론,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 등이 기둥식으로 지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장수명 인센티브, 일반 아파트엔 ‘그림의 떡’

그러나 라멘구조 아파트는 기존보다 10% 이상 공사비가 더 투입될 뿐 아니라 용적률, 높이 제한 등 규제로 개발에도 불리해 앞으로 대중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기둥 위에 보를 위치해 그만큼 층고가 높아져야 한다. 이러면 동일 부지에 분양할 수 있는 주택 세대 수가 그만큼 적어진다. 무량판구조 역시 벽식구조보다 5%가량 공사비가 더 든다. 이에 대체로 벽식구조로 활용도가 낮은 지하주차장을 지을 때만 라멘구조나 무량판구조를 적용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주택법 제38조’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우수등급 이상을 받은 장수명 주택에 대해 용적률, 건폐율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라멘구조 설계 시 기본적으로 층고가 높아지고 가변성 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우수 이상 등급을 확보하기 쉽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서울 핵심지역 도시정비사업을 타깃으로 ‘넥스트 라멘구조’ 등을 개발한 것이 맞으며 압구정 등 일부 지역에서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라멘구조 건축 시 12~13% 정도 비용 상승이 예상되지만 장수명 주택 인센티브로 5~6% 정도 비용이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공사비 상승 비율이 5% 수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부에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초고층 고급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 개발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인센티브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선분양과 분양가 규제를 바탕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지금도 일반 아파트 상당수가 비용을 감안해 벽식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일반 아파트는 일반주거지역 내에선 법정 용적률 자체가 낮고 일조권 규제도 받아 장수명 주택 설계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 

결국 현실적인 지원 측면에서 장수명 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 용적률 이상 설계 허가 방안이나 용도지역 제도 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 지어지는 아파트는 꼭 초고층이 아니어도 100년 뒤에나 재건축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리모델링으로 건물 활용도를 높여 사용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선 기둥식구조가 보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둥식이 공사비가 좀 더 들지만 건물 내부 시공 때 벽체가 없는 상황에서 창호 등을 설치하기 수월한 측면도 있어 무조건 손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기둥식 고층 건축물이 대부분인 뉴욕에서는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쓰던 고층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해 스튜디오로 쓰는 등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면서 “국내에서도 오래된 용도규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건물 활용도와 수명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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