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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하고도 돈 못 받았다"…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 18조 육박

[사면초가 건설업계] ①
상반기 미청구공사액 17조8944억…반년새 24%↑
현대건설, 5조 돌파 직전…삼성물산 증가폭 최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건설사의 상반기 미청구공사액이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GS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이 일제히 증가했다. 미청구공사액이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도 받지 못한 ‘외상값’에 해당되는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미청구공사채권)은 총 17조8944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4114억원) 대비 24.2% 증가했다. 6개월 만에 3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한 달에 5000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도급순위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DL E&C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이 포함된다. 

재무제표상 미청구 공사 항목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건설 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공사 진행률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만약 공정률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수주금액을 초과한 실제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미청구 공사로 반영된다. 통상 미청구 공사는 공사기간 지연과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미청구공사액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한 돈인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잠재적 손실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할수록 건설사의 수익성 둔화와 재무건전성 악화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연합뉴스]


삼성물산·현대건설 비중 40%

업체별로 보면 미청구공사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4조9700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7347억원) 대비 33.1% 늘었다. 10대 건설사 미청구공사액 중 현대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7.8%에 달했다. 

현대건설의 천문학적 미청구공사액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사업장과 관련이 깊다. 과거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시공비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사에 차질이 발생했고 미청구공사액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둔촌주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재착공 돌입과 올해 1분기 무순위청약 완판 등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 탓에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10대 건설사 중 미청구공사액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삼성물산의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2조423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1503억원) 대비 110.6% 급증했다. 이에 따른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5%다.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액 증가는 대형 프로젝트인 삼성전자 평택공장(5354억원)에서 발생한 매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에 속도가 붙으면서 수주액이 매출로 빠르게 전환됐고, 그 과정에서 미청구공사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미청구공사액 상당수가 삼성전자 등 우량 사업자로부터 비롯됐다는 점과 전체 수주잔고 등을 고려했을 때 위험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안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롯데건설도 미청구공사액이 2조원에 육박했다. 롯데건설의 도급순위가 8위로 10대 건설사 중 약체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청구공사액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미청구공사액은 1조7153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727억원) 대비 16.5% 늘었다. 롯데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지급보증과 정비사업 지급 보증, 민간개발사업 자금보충약정 등 우발 채무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잠재적 위험이 커진 상태다. 

기둥식 구조를 적용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단지 내부 전경. [제공 DL이앤씨]


디엘이앤씨·GS건설 안정성 돋보여

디엘이앤씨는 모든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액이 조 단위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9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증가폭 역시 전체 평균(23.6%)보다 2배 이상 낮아 안정감이 돋보였다. 디엘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9192억원으로 지난해 말(8255억원) 대비 1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대우건설(3.8%) 다음으로 낮은 증가폭이다. 디엘이엔씨의 미청구공사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10위에 해당된다. 

디엘이앤씨가 이처럼 낮은 수준의 미청구공사액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적인 수주 전략 덕분이다. 호황기에 수주 전략을 보수적으로 취할 경우 경쟁사 대비 성장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요즘과 같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선 오히려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GS건설의 경우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미청구공사액이 감소했다. GS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미청구공사액은 1조187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5213억원) 대비 21.9% 줄었다. GS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다. 검단 신도시 사업장의 철거 및 재시공으로 대규모 충당부채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미청구공사액 관리에 집중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4월 29일 GS건설 컨소시업이 시공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인 지하주차장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GS건설은 총 1770가구에 달하는 해당 단지를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고, 재시공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 1조6833억원(23.7%↑) ▲현대엔지니어링 1조4465억원(16.6%↑) ▲대우건설 1조2514억원(3.8%↑) ▲SK에코플랜트 1조2020억원(21.5%↑) ▲HDC현대산업개발 1조959억원(20.3%↑) 순으로 미청구공사액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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