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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빗장 풀렸다... 中 대형 포상관광단 귀환하나[E-마이스]

중국 정부 방한 단체여행 허용…포상관광 시장 반등 기회

2019년 12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중국 건강웰빙식품 회사 일용당 소속 5000명 포상관광단 행사 모습. [사진 인천관광공사]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방한 포상관광(Incentive Trip)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10일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전체 수요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빅 마켓’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면서다. 2017년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전세기와 전세선을 이용한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는 ‘한한령’ 조치를 단행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한령에 이은 코로나19 사태 등 장기 악재로 무너진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장의 완전한 회복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등 중국 내 경기 침체로 단기간 내 시장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에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던 포상관광(Incentive Tour) 시장이 중국발(發) 호재로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상관광은 기업체가 실적이 우수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 보상과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 규모 단체가 한 번에 움직이면서 관광 외에 교육, 공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中 한한령 조치 6년 만에 방한 단체관광 허용

중국은 2017년 한한령 조치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전까지 방한 포상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다. 제주도는 2011년 바오젠일용품유한공사 임직원 1만1000명 포상관광단 방문을 기념해 제주시 연동 동문로터리와 시청 부근 거리에 기업 이름(바오젠)을 딴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현재 바오젠 거리는 한한령 이후인 2018년부터 누웨마루거리로 이름이 바뀐 상태다.

방한 포상관광 시장의 최고 절정기 역시 중국이 이끌었다. 2016년 3월 광저우 아오란그룹 소속 임직원 6000명은 전세기를 타고 입국, 인천 송도에서 대규모 치맥 파티를 열었다. 5월엔 중마이 그룹 소속 8000명이 반포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총 34편의 비행기로 입국한 중마이 포상관광단 수송에는 200대가 넘는 대형버스가 투입됐다.

2016년 연인원 12만명을 돌파한 중국 포상관광단은 2017년 3월 한한령 조치가 내려지면서 자취를 감췄다. 전체 50%에 육박하던 비중은 단숨에 8%까지 곤두박질쳤다. 2019년 안여옥(2000명), 일용당(5000명)이 대형 단체가 방문하면서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6년 넘게 꽉 막혀있던 중국 포상관광단 방문 재개의 물꼬는 ‘인천’이 뚫었다. 인천관광공사는 최근 중국 건강·의료기기 수출입 회사 유더그룹(優德集團)과 내년 상반기 중 1만명 규모 포상관광단 방문에 합의했다. 공사는 유더그룹 포상관광단 유치를 위해 지난 6월 백현 사장이 직접 허난성 장저우 본사를 직접 찾아가는 등 이전부터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유더그룹 측과는 포상관광단의 정확한 규모와 일정, 코스 등을 시찰단 방문 등 추가 협상을 통해 연내에 결정짓기로 했다”며 “중구 북성동 상상플랫폼 등 그동안 신규 개발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드쇼·팸투어 등 中 포상관광단 유치전 돌입

중국 포상관광단을 유치하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지 일주일만인 지난 8월 18일 베이징에서 ‘제주 관광 설명회’를 단독 개최했다. 베이징 현지 항공·여행업계 관계자 130여 명을 초청한 행사에는 오영훈 도지사를 비롯해 제주관광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제주관광협회 등 관련 기관·단체가 총출동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5일 칭다오 해천호텔에서 ‘칭다오 마이스 로드쇼’를 개최했다. 부산, 경기 등 지자체와 여행사 등이 참여한 로드쇼에는 현지 여행사와 포상관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지 기업에서 150여 명이 참여, 380건의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한국관광공사 마이스 마케팅팀장은 “포상관광단 파견 준비에 최소 3~4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이동 거리가 짧고 항공, 선박 등 교통편이 다양한 칭다오를 첫 로드쇼 장소로 택했다”며 “칭다오를 시작으로 연내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도 로드쇼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과 인천은 단독 로드쇼 외에 현지 여행사와 기업 관계자를 초청하는 팸투어를 준비 중이다. 서울은 다음 달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단독 로드쇼를 열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중국 포상관광단 한국 방문의 물꼬를 튼 인천은 베이징과 광저우 현지 로드쇼에 이어 10월 또는 11월 중 현지 여행사와 기업 관계자를 초청하는 팸투어를 검토 중이다. 인천은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대규모 포상관광단이 방문한 적이 있는 아오란, 일용당 등을 만나 재방문 가능성 타진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경기 침체로 회복 더딜 수도…단체 소그룹화 대비

장기간 이어지던 중국의 방한 단체관광 제한이 풀렸지만, 당장 예전처럼 대규모 포상관광 단체의 방한 열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내 경기 상황이 이전만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최근 경기 침체 속에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 지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 7월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생산자 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기업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사상 최악을 기록한 청년 실업률(21.3%)은 계속 치솟아 아예 발표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최근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위안양그룹(시노오션) 등 부동산개발 업체의 도미노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담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내 해외여행 수요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짙은 만큼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전보다 높아진 반한 정서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체관광의 소그룹화 트랜드에 따라 이전과 같은 수천 명 규모 대형 단체보다 수십 명, 수백 명 단위 중소 단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월 기준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더디기만 한 한중 간 항공노선 복구 상황도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이윤화 서울관광재단 팀장은 “중국 내 경기 상황과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대형 포상관광단의 방문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소그룹화 트랜드에 맞춰 현지 여행사와 기업체에 제공할 관광, 체험 등 프로그램과 지원사항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전세기를 이용해 방한한 6000명 규모 중국 아오란 그룹 포상관광단의 치맥파티 모습 [사진 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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