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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사 임금 협상 끝…호황에 노사 ‘합심’

[조선업계가 웃었다] ①
추석 전 타결에 생산 차질 우려 ‘불식’
수익 실현 본격화…실적 개선 ‘속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HD한국조선해양]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사는 여름휴가 전 일찌감치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2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는 등 다소 진통이 있었으나 추석 연휴 전 임금 협상을 끝냈다. 장기간 불황 당시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인상 규모 등을 두고 극단 대치를 이어간 조선사 노사가 호황기를 맞아 합심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조선업계 안팎에선 “최소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 중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실적 개선에 최대 걸림돌로 거론된 파업 위기를 해소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철강사와 하반기 후판 협상을 잘 마무리하면,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사가 마련한 올해 임금 협상 2차 잠정 합의안에 대해 9월 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6381명 중 5895명(92.38%)이 투표에 참여, 이들 중 3450명(58.52%)이 2차 잠정 합의안에 찬성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 협상 1차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찬반투표 이후 열린 세 번째 교섭(25차 교섭)에서 도출한 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가결된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올해 임금 협상 관련 노사 상견례를 가진 이후 25차 교섭 만에 협상을 끝냈다는 얘기다. 올해는 2014년 이후로 가장 빨리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해로 기록됐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타결하면서, 국내 대형 조선사 노사의 임금 협상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사가 여름휴가 전에 임금 협상을 끝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조선사는 기본급 11만~12만원 인상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노조들이 올해 임금 협상 등과 관련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노사 갈등 심화 분위기가 있었는데, 노사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임금 협상을 조기에 타결한 셈”이라며 “대규모 파업 등으로 예상되는 생산 차질 피해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 한화오션]

상생 분위기 전환?…“파업 위기 끝냈다” 

조선업계에선 “올해 임금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조선사 노사 상생 분위기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 장기간 불황을 겪을 당시 조선사 노사는 인력 감축, 임금 동결 등의 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는데 올해는 큰 충돌 없이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조선사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년 임금 협상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선박 수주 여건 등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내년 협상도 올해와 유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임금 협상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노조 총파업 등의 극단적인 국면을 맞기 전에 타결될 것이란 논리다. 

조선사 실적 개선의 최대 걸림돌로 거론된 노조 파업 위기가 해소되면, 조선사 실적 개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조선사는 3분기부터 이익 실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71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의 약 4배 정도의 이익을 3분기에 달성할 것이란 얘기다.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16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 무려 221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화오션은 3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한화오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0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등에선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익성 높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 규모도 늘어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12일 보고서에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S투자증권의 경우 같은 날 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이 연평균 100억 달러를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실현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없는 분위기”라며 “철강사와의 하반기 후판 협상을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면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등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하는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후판 가격이 대폭 오르면 조선사의 원가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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