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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인천공항 탈락 호재됐나…유커 공략으로 새 돌파구

유커 귀환에 시내면세점 ‘북적’…해외 사업도 확장
롯데, 공항임대료 아낀 자금으로 공격적 마케팅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지난 3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이 오히려 호재를 맞은 분위기다. 최근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국내로 돌아오면서 롯데면세점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 시내면세점 공략에 열을 올리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내린 이후 6년여 만인 지난달 10일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유커의 방한이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4만6393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7만5191명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라 면세업계에 화색이 도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최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진행됐던 인천공항 입찰에서 단 한 개의 운영권도 따내지 못 하면서, 22년 만에 사업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롯데면세점 내 인천공항 매출은 전체의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방을 뺀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롯데면세점이 유커로 인한 수혜가 가장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커가 돌아오기 시작한 날인 지난달 23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는 약 400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했다. 31일에는 중국 크루즈 고객 350여 명이 롯데면세점 제주점을 찾았다. 실제로 지난달 23~29일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직전 일주일 대비 약 16%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 7월 중국인 매출이 전월 대비 약 13%가 감소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중국 단체관광객.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점 철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다. 공항면세점에 쏟아야 할 투자를 시내면세점에 집중하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유커는 공항면세점보다 시내면세점 쇼핑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과 강남 등 서울 시내에서 관광과 쇼핑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유커들의 공항면세점 이용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내면세점 매출의 중국인 비중은 87.7%로 대부분이지만, 이 비율이 출국장(공항) 면세점에선 15.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사업장을 철수하면서 임대료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인천공항은 업계 상징성과 기업 홍보 효과가 큰 반면 높은 임대료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높은 사업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2015년 인천공항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면세점은 2018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점 수요가 급감하자 특허권을 반납한 바 있다. 

임대료를 아낀 롯데면세점은 시내점과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방한에 맞춰 화장품·패션 상품군을 강화했다. 젊은 유커들을 겨냥해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 ‘메종키츠네’를 면세업계 처음으로 명동본점에 단독 입점시켰다. 미국 할리우드 유명 인플루언서 쌍둥이 자매인 시미와 헤이즈가 만든 뷰티 브랜드 ‘시미헤이즈 뷰티’도 같은 날 명동본점에 선보이는 등 뷰티 라인업도 강화했다.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 입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롯데면세점은 ‘공항보다 더 큰 롯데면세권에서 산다’는 새로운 캠페인을 론칭하고, 대대적인 고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의 고객 혜택과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7월부터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롯데면세점은 온라인 주류 영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유커를 겨냥한 다양한 혜택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중국 중추절과 국경절에 방한한 중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다음달 1일부터 유명 브랜드 시즌오프 세일 행사를 연다. 추석 등 황금연휴를 앞둔 쇼핑 수요를 잡기 위해 ‘올나잇 파티’도 준비했다. ‘올나잇 파티’는 다음달 14일 공연에는 트와이스, 21일 공연에는 이준호 등이 참여해 밤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무대를 펼친다. 노재승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은 “9월 말, 10월 초를 기점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롯데면세점 모델과 함께 마케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커 공략과 함께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 확장에도 힘을 줄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내 해외 사업은 매출액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40%가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호주 멜버른공항점의 문을 연 데 이어 하반기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코스에 시내면세점 쇼핑이 포함돼 있어 이미 시내면세점 쇼핑을 마친 유커들의 공항면세점 구매전환율과 객단가가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 사업권을 가져간 면세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2~3년 후 공항면세점에 정상적 임대료를 내게 되면 오히려 공항에서 영업을 안하는 면세점이 유리할수도 있다”며 “아직까지는 공항면세점 임대료나 유커의 방한으로 인해 면세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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