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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서학에 이어 이젠 '선학개미'…미리 유니콘 찜한다

[先학개미 전성시대]①
유니콘·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선학개미’ 등장
하반기 IPO 훈풍 타고 5월~7월 거래대금 증가
정보 비대칭에 규제 사각지대…투자자 보호 관건

비상장 스타트업에 미리 투자하는 개미들을 일컫는 말인 ‘선(先)학개미’ 들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비상장 시장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상장 전에 주식을 미리 사들여 차익을 노리는 ‘선(先)학개미’들이 늘어나면서다. 다만 비상장 주식이 사적 거래인 만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한 점은 주의해야 한다. 혁신보호서비스로 지정된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투자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의 올해 1월부터 9월 18일까지 비상장 거래대금은 7072억639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664억4785만원)보다 6.12% 늘어난 수치다. 덩달아 주식 거래량도 소폭 늘어났다. 1억5910만주던 비상장 주식 거래는 1억7297만주로 증가했다. 

K-OTC는 비상장 주식의 매매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장외주식시장이다. 18일 기준 K-OTC에서 비상장 중소·벤처 145곳이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에 이어 네 번째 시장으로 제도권에 있는 장외 시장인 셈이다. 

이외에도 선학개미들은 비상장 주식 플랫폼을 활용해 비상장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플랫폼은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이다.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두 곳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 비상장 주식이 거래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은 증권사와 계좌를 연동했다. 해당 증권사 실명 계좌가 있으면 비상장 주식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증권사가 주식과 대금 이체 결제를 진행하면서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삼성증권, KB증권과 제휴를 맺었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신한투자증권과 제휴를 맺고 NH투자증권과도 연내 서비스 출시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 

2분기 비상장 주식 1위는 두나무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거래되고 있는 모습. [사진 증권플러스 비상장 캡처]
특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이 비상장 주식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플랫폼에서는 두나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K-OTC에서 거래되지 않는 유니콘 스타트업 주식들을 거래할 수 있다.

회원 수와 평균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증권플러스 비장상 월별 거래 금액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평균 30%씩 증가했다. 7월 31일 기준 누적 거래 대금은 1조1900억원을 돌파했다. 1인당 평균 거래 건수도 5월 대비 7월 22% 늘어난 5.6건이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가장 많이 거래된 비상장 주식 1위는 두나무였다. 이어 오톰, 지엔티파마, 에이피알, 야놀자 순이었다. 상위권은 모두 유니콘이거나 스타트업 기업이 차지했다. 서울거래 비상장 인기 주식 순위에도 지엔티파마, 토스, 에이피알, 컬리, 두나무, 오아시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상장을 앞둔 비상장 주식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고 공모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통해 몸값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인기 있는 기업의 상장 전 주식을 싼 가격에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는 셈이다. 

2차전지 열풍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신약 개발 벤처 기업 지엔티파마, 상장을 앞둔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 카카오스타일 등 이들은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집계한 2분기 인기 조회 순위 20위 안에 든 기업이다.

거래 상위 기업 중 이미 상장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올해 6월 코스닥에 상장한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는 인기 거래 6위를 기록했다. 올해 7월 상장한 확장현실(XR) 솔루션 전문기업 이노시뮬레이션도 인기 거래 10위에 올랐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주식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이 비상장 시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로봇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면 로봇 관련 비상장사 등의 거래량이 늘어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기 만연한 비상장 주식 투자자 보호가 우선 

다만 사적 거래 기반의 비상장 주식은 사기에 취약하다. 이미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끼리 호가를 올려 시세를 조종하는 식이다. 주식 리딩방을 가장해 비상장주식을 상장될 것이라 속이거나 탈세의 통로로 악용되기도 한다. 상장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고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탓이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 플랫폼 등장으로 증권사가 거래를 연계하면서 거래상대방 위험은 낮아져 안정성은 높아졌지만 장외에서의 시세조종은 더욱 쉬워졌다는 문제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에 투자자 보호를 강조했다. 금융위는 당초 2022년 3월 말 만료예정이었던 이들의 혁신금융서비스사업자 지위를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2년 간 연장했다. 금융위는 종료 시점을 감안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인가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플랫폼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문 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을 분리했다. 등록 기준도 깐깐하게 세웠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일반투자자 대상 거래 가능 종목은 기존 456개에서 50개로 줄어들었다. 서울거래 비상장도 174개에서 24개로 감소했다. 또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정기공시, 수시공시, 조회공시 등의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 역시 IT 전문 변리사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을 신규 선임하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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