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니로가 필요하다[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인구 감소와 도시] ③韓 인구성장 뚝, 인구지도 재구성 중
액티브 시니어·생활인구 늘려야...“노인을 일하게 하라”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2023년 현재 서울시 인구는 933만8274명이다. 1992년 정점(1097만)을 찍은 이후 2016년에 1000만명선이 무너졌다. 심지어 비관적 전망(통계청의 최악 시나리오)에 의하면 2050년 서울시 인구는 720만명으로 지금보다 25%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도 330만명선이 무너졌고 울산광역시는 110만명 고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 3개가 지정되고 화성시 등 몇몇 도시가 곧 100만명 도시로 등극하는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과 광역시들의 인구감소는 저출생은 물론 일자리, 주거문제 등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광역시는 일자리, 서울은 높은 집값 등 주거문제 때문에 20~40대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지방 광역시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인구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이들은 서울에서 집값 전쟁에 밀려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들과 삶의 터전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인구성장 멈추고 인구재배치 경쟁 시작
경기 인구는 2012년 1200만명을 돌파한 뒤 1500만명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권 역시 일자리와 주거환경 모두 양호한 도시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에 진입한 이들은 바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기 일쑤다.
일자리가 있는 곳은 주택이 너무 낡았거나 교육 및 보육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고,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 도시는 일자리가 없어 먼거리를 출퇴근해야 한다. 경기도 내 일자리가 갖춰진 도시는 계속 성장하나, 그렇지 않은 도시들은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다가 고령화 도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들 도시들의 미래가 소멸위기를 겪는 지방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획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해도 단기간 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당분간 우리가 당면할 인구감소시대는 이렇게 기존 인구들의 이동을 통한 재배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시간, 지역간 인구재배치 경쟁은 불행하게도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 뿐, 상생전략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고령인구를 좀 더 활동력 있는 세대로 재구성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0%에서 2020년 36.9%로 늘었다. 특히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5.1%에 이른다.
아직은 농촌노인(79.9%), 독거노인(78.2%)의 경제활동비율이 높은데 앞으로는 도시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 참여 이유도 아직까지는 생계형이 많으나 건강유지와 용도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이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은퇴 후 '소득없이 소비만 하는' 노년 인구들을 '일하고 소비하는' 신노년으로 이동시킨다면 복지와 부양비율이 높아지는 초고령사회 도래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높다. 또 은퇴 후 일하고 싶어하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신노년들이 많다. 같은 90세를 살아도 말년에 수 년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현역시절 못지않게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세를 넘기고도 활발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이어가는 김형석 교수(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나, 90세에도 의학과 교육 현장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이길여 총장(가천대 총장, 가천길재단 회장), 70세가 넘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뷔 57년차 원로배우 윤여정 등 우리사회에서도 액티브 시니어 개척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건강’과 ‘학습을 통한 자기성장’이다. 건강은 타고 나거나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 환경적 요인도 크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사느냐가 노년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활력적인 장수명사회 진입해야
장수명 사회일수록 유병장수가 아니라 무병장수해야 한다. 요즘 걷기운동이 큰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컴팩트 도시로의 재구성이 필수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야 하고 걸어서 생활권 이동이 가능해야 하며, 외출할 일이 많은 환경이어야 한다.
지난 '인구 감소와 도시' 칼럼 2편에서 다룬 일본 도야마시(市)의 사례처럼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외출을 장려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다. 건강을 위해서도, 복지전달을 위해서도 노인들의 외출과 활발한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는 고용정책의 유연화와 함께 평생학습이 수반돼야 한다. 은퇴 후 취미활동을 위한 학습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과 사회시스템을 익히고 그 안에서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현장교육이 절실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뒤늦은 학위 취득이나 사회적 관계 확대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제는 일자리와 소득이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역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창출돼야 한다.
지금은 일자리로 세대간 경쟁과 갈등이 있지만 고용형태가 좀 더 유연해진다면 노인 일자리는 오히려 세대간 이해를 돕고 협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70세 인턴, 앤 해서웨이가 열정많은 30세 CEO로 열연했던 영화 ‘인턴’처럼 말이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협력과 이해였지만 이것을 세대간 협력과 이해로 승화시킨다면 더 이상 고령인구는 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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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도 330만명선이 무너졌고 울산광역시는 110만명 고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 3개가 지정되고 화성시 등 몇몇 도시가 곧 100만명 도시로 등극하는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서울과 광역시들의 인구감소는 저출생은 물론 일자리, 주거문제 등 다른 요인들도 존재한다. 광역시는 일자리, 서울은 높은 집값 등 주거문제 때문에 20~40대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지방 광역시에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인구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이들은 서울에서 집값 전쟁에 밀려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들과 삶의 터전을 두고 경쟁을 벌인다.
인구성장 멈추고 인구재배치 경쟁 시작
경기 인구는 2012년 1200만명을 돌파한 뒤 1500만명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권 역시 일자리와 주거환경 모두 양호한 도시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에 진입한 이들은 바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기 일쑤다.
일자리가 있는 곳은 주택이 너무 낡았거나 교육 및 보육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고,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 도시는 일자리가 없어 먼거리를 출퇴근해야 한다. 경기도 내 일자리가 갖춰진 도시는 계속 성장하나, 그렇지 않은 도시들은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다가 고령화 도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들 도시들의 미래가 소멸위기를 겪는 지방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획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해도 단기간 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당분간 우리가 당면할 인구감소시대는 이렇게 기존 인구들의 이동을 통한 재배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시간, 지역간 인구재배치 경쟁은 불행하게도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 뿐, 상생전략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고령인구를 좀 더 활동력 있는 세대로 재구성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0%에서 2020년 36.9%로 늘었다. 특히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65~69세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5.1%에 이른다.
아직은 농촌노인(79.9%), 독거노인(78.2%)의 경제활동비율이 높은데 앞으로는 도시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 참여 이유도 아직까지는 생계형이 많으나 건강유지와 용도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이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은퇴 후 '소득없이 소비만 하는' 노년 인구들을 '일하고 소비하는' 신노년으로 이동시킨다면 복지와 부양비율이 높아지는 초고령사회 도래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높다. 또 은퇴 후 일하고 싶어하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신노년들이 많다. 같은 90세를 살아도 말년에 수 년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현역시절 못지않게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세를 넘기고도 활발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이어가는 김형석 교수(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나, 90세에도 의학과 교육 현장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이길여 총장(가천대 총장, 가천길재단 회장), 70세가 넘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뷔 57년차 원로배우 윤여정 등 우리사회에서도 액티브 시니어 개척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건강’과 ‘학습을 통한 자기성장’이다. 건강은 타고 나거나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 환경적 요인도 크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사느냐가 노년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활력적인 장수명사회 진입해야
장수명 사회일수록 유병장수가 아니라 무병장수해야 한다. 요즘 걷기운동이 큰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컴팩트 도시로의 재구성이 필수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야 하고 걸어서 생활권 이동이 가능해야 하며, 외출할 일이 많은 환경이어야 한다.
지난 '인구 감소와 도시' 칼럼 2편에서 다룬 일본 도야마시(市)의 사례처럼 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외출을 장려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다. 건강을 위해서도, 복지전달을 위해서도 노인들의 외출과 활발한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는 고용정책의 유연화와 함께 평생학습이 수반돼야 한다. 은퇴 후 취미활동을 위한 학습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과 사회시스템을 익히고 그 안에서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현장교육이 절실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뒤늦은 학위 취득이나 사회적 관계 확대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제는 일자리와 소득이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역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창출돼야 한다.
지금은 일자리로 세대간 경쟁과 갈등이 있지만 고용형태가 좀 더 유연해진다면 노인 일자리는 오히려 세대간 이해를 돕고 협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70세 인턴, 앤 해서웨이가 열정많은 30세 CEO로 열연했던 영화 ‘인턴’처럼 말이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협력과 이해였지만 이것을 세대간 협력과 이해로 승화시킨다면 더 이상 고령인구는 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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