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쇄국’ 일본이 변했다…가상자산 시장 뜨거워진 이유
[日 열도에 부는 가상자산 훈풍] ①
韓 거래량 감소할 때 60% 이상 급증…정부 주도 산업 육성 본격화
‘미실현 이익’ 법인세 폐지…스테이블코인·NFT 관련 제도도 정비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코인 쇄국(鎖國)’ 이미지가 강했던 일본의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가 웹3 산업 육성을 위해 가상자산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이 가상자산 침체기를 극복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은 올 초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이 26% 감소하는 등 활력을 잃고 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는 일본 시장의 가상자산 거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의 불모지로 불렸던 일본 시장이 점차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일본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됐던 이유는 ‘마운트곡스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도쿄에 소재를 둔 마운트곡스는 2014년 초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거래소였다. 하지만 2014년 2월 마운트곡스는 해킹 사고로 당시 5억 달러(약 6652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했고 결국 파산했다.
이 사태 이후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일본 금융청(FSA) 산하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본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고객확인절차(Know Your Customer·KYC), 자산 보관 분리 등의 규제를 따르게 했다.
신규 가상자산을 상장하려면 ‘화이트리스트’ 등록도 필요해졌다. 리스트 등록을 위해서는 제출 서류 양이 상당하며, 통과 기준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본에선 지금(9월 28일 기준)도 86개 가상자산만이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토큰 발행자의 ‘미실현 이익’에는 법인세 30%를 부과하도록 했다. 매도없이 소유 코인의 가격만 올라도 세금을 걷는다는 얘기다. 또 개인의 가상자산 수익에는 최대 55% 세율을 적용했다. 그동안 일본 블록체인 업체들의 토큰 발행과 개인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기시다 정부, 웹3 전담 부서까지 차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본 가상자산 시장의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디지털 전환’ 정책을 주창하면서 규제보다 산업 육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시다 정부는 아예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했다. 해외로 떠나는 블록체인 기업들과 인재들이 일본 내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웹3란 기존의 거대 기업이 아닌 개인들에게 권력을 분산해 웹을 이용하는 개념이다. 탈중앙화 방식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소유한다. 여기에서는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해 3월 ‘대체불가능토큰(NFT) 백서’를 발표했고, 앞서 4월에는 ‘디지털자산의 대중화 시대를 위하여’라는 웹3 백서를 발간했다. 이 웹3 백서에서는 과세, 토큰 심사·발행·유통, 스테이블코인,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 NFT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특히 백서의 과세 부문 제언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백서는 토큰을 통한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자금모집)의 경우 단기 매매 목적이 아니라면 시장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반영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 과세는 기존 55% 세율에서 20%로 낮추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과세 개정은 현재 일본 내 유관부서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기존 가상자산 미실현 이익에 대한 30% 법인세 징수는 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본 당국은 지난 6월부터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규정했다. 은행이나 신탁회사, 자금이체 사업자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일본 최대 민간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또한 FSA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금지 정책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만화·애니’ 강력한 일본, NFT는 진심일 수밖에
비단 코인뿐 아니라 NFT도 일본 가상자산 산업의 큰 축이 되고 있다. 일본은 만화·게임·애니메이션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재산권(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NFT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비즈니스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 NFT 시장규모는 2028년 1142억엔(약 1조263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NFT 관련 규제 정비도 움트고 있다. 자민당은 일본 금융권이 NFT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들을 담은 NFT 백서를 내놨다. 현재는 금융권이 업무범위 규제를 받고 있지만, 특정 인가를 획득하면 NFT 관련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NFT 거래 유형화와 표준화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시책도 포함됐다.
윤창배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 주도의 우호적인 가상자산 규제 환경 변화는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의 웹3 진입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NFT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기존 콘텐츠 산업과 결합·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시작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 침체)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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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지난 6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은 올 초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이 26% 감소하는 등 활력을 잃고 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이는 일본 시장의 가상자산 거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의 불모지로 불렸던 일본 시장이 점차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일본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됐던 이유는 ‘마운트곡스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도쿄에 소재를 둔 마운트곡스는 2014년 초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거래소였다. 하지만 2014년 2월 마운트곡스는 해킹 사고로 당시 5억 달러(약 6652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했고 결국 파산했다.
이 사태 이후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일본 금융청(FSA) 산하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본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고객확인절차(Know Your Customer·KYC), 자산 보관 분리 등의 규제를 따르게 했다.
신규 가상자산을 상장하려면 ‘화이트리스트’ 등록도 필요해졌다. 리스트 등록을 위해서는 제출 서류 양이 상당하며, 통과 기준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본에선 지금(9월 28일 기준)도 86개 가상자산만이 화이트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토큰 발행자의 ‘미실현 이익’에는 법인세 30%를 부과하도록 했다. 매도없이 소유 코인의 가격만 올라도 세금을 걷는다는 얘기다. 또 개인의 가상자산 수익에는 최대 55% 세율을 적용했다. 그동안 일본 블록체인 업체들의 토큰 발행과 개인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기시다 정부, 웹3 전담 부서까지 차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본 가상자산 시장의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디지털 전환’ 정책을 주창하면서 규제보다 산업 육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기시다 정부는 아예 경제산업성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했다. 해외로 떠나는 블록체인 기업들과 인재들이 일본 내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웹3란 기존의 거대 기업이 아닌 개인들에게 권력을 분산해 웹을 이용하는 개념이다. 탈중앙화 방식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소유한다. 여기에서는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해 3월 ‘대체불가능토큰(NFT) 백서’를 발표했고, 앞서 4월에는 ‘디지털자산의 대중화 시대를 위하여’라는 웹3 백서를 발간했다. 이 웹3 백서에서는 과세, 토큰 심사·발행·유통, 스테이블코인, 다오(DAO·탈중앙화 자율조직), NFT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특히 백서의 과세 부문 제언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백서는 토큰을 통한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자금모집)의 경우 단기 매매 목적이 아니라면 시장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반영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 과세는 기존 55% 세율에서 20%로 낮추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과세 개정은 현재 일본 내 유관부서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기존 가상자산 미실현 이익에 대한 30% 법인세 징수는 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본 당국은 지난 6월부터 개정된 자금결제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규정했다. 은행이나 신탁회사, 자금이체 사업자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일본 최대 민간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또한 FSA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금지 정책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만화·애니’ 강력한 일본, NFT는 진심일 수밖에
비단 코인뿐 아니라 NFT도 일본 가상자산 산업의 큰 축이 되고 있다. 일본은 만화·게임·애니메이션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재산권(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NFT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비즈니스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 NFT 시장규모는 2028년 1142억엔(약 1조263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NFT 관련 규제 정비도 움트고 있다. 자민당은 일본 금융권이 NFT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들을 담은 NFT 백서를 내놨다. 현재는 금융권이 업무범위 규제를 받고 있지만, 특정 인가를 획득하면 NFT 관련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NFT 거래 유형화와 표준화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시책도 포함됐다.
윤창배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 주도의 우호적인 가상자산 규제 환경 변화는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의 웹3 진입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NFT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기존 콘텐츠 산업과 결합·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시작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 침체)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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