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멈춘 韓 단기 채용 서비스…니더가 ‘급구’로 내놓은 해답 [기승전-플랫폼]
‘잡보드’ 알바몬·알바천국 복점 구조로 폐해 심각…담합도 진행
AI·빅데이터 활용 없던 알바 연결 플랫폼…니더 “기술이 대안”
‘AI 픽’ 서비스 도입 후 월간 매출 100% 급증…3초 매칭 ‘강점’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대학생인 A씨는 불편하다. 상황상 아르바이트(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시험 기간에는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 단기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지만, 지역·시간이 맞는 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겨우 원하는 일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2~3시간에 걸려 마땅한 곳을 겨우 찾아 연락해 보면,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과 조건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물류센터 인사 담당자인 B씨는 답답하다. 그가 일하는 현장의 특성상 필요한 하루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면, 당일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인력을 구하곤 있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인력 수급에 대한 경쟁이 워낙 치열해 눈에 띄는 공고를 올려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더욱이 구인·구직 사이트 운영 기업은 ‘물류 업종 공고는 유료’로만 올리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저가 상품만 이용할 수도 없다. 공고가 노출되지 않아 필요한 인력이 모두 모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데?
국내 단기 알바 연결 시장을 양분하는 알바몬·알바천국은 구인·구직자가 ‘불편하고 답답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잡코리아 자회사 ‘알바몬’과 미디어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알바천국’은 2000년대 초반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서비스를 시작, 지금은 이 시장을 각각 64%, 36%씩 점유(2020년 매출 기준·공정위 조사)하고 있다.
양사는 이 같은 시장 복점 구조를 기반으로 2018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무료 서비스 범위 축소와 유료 서비스의 가격 인상 등을 합의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7월 양사가 담합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잡코리아에 15억9200만원, 미디어월네트웍스에 10억87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양사가 담합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자, 이를 계기로 관련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잡보드(Job Board·구인자가 채용 광고를 내고 구직자가 지원하는 방식) 형태로 서비스가 운영돼 광고 집행이 ‘필수적’인 환경이 안착했단 지적이다.
알바몬·알바천국의 핵심 서비스인 ‘잡보드’ 시스템은 구인이 급한 기업일수록 광고를 집행해야만 하는 구조다. 채용 공고가 단순 나열되는 시스템이라 게시글이 구직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인력 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구직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일자리 정보에 접근이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알바몬·알바천국의 서비스가 구인자와 구직자 간 연결이 불편할수록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양사 모두 플랫폼의 편의성 증대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는 두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 사실상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란 토로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양사 모두 인재파견·아웃소싱·배달대행·택배와 물류·텔레마케팅·학습지 교사 등 단기 알바가 업무 대부분을 수행하는 업종을 ‘무료 공고 불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어, 채용 광고 상품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알바몬·알바천국 ‘횡포’…대안 플랫폼은 없나?
업계의 불만이 수면 위로 나타나기 전부터 이 같은 문제에 일찍이 눈길을 돌린 기업이 있다. 신현식·이지훈 공동대표는 잡보드 형태에 국한된 국내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시장의 폐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2014년 12월 니더(Needer)를 창업했다.
구인·구직 온라인 연결 시장은 2000년대 초반 형성됐다. 니더는 단기 채용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히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기술을 통한 서비스 강화’는 유독 이 시장을 비껴갔다는 점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실제로 니더는 법인 설립 이듬해 ‘급구’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후 꾸준히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 시스템의 편의성을 끌어올려 왔다.
니더가 운영하는 급구는 ‘3세대 채용 관리 플랫폼’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잡보드 형태의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사이트가 1세대라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연결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이 2세대로 분류된다.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2세대 시스템은 2010년대 초중반 등장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비교적 정규직·전문직 연결 서비스에만 접목돼 왔다.
급구는 데이터 기반의 연결 시스템을 단기 알바 시장으로 확대, 3세대 채용 플랫폼 시대를 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큐레이션(Curation·정보를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을 도입했다는 이력을 지녔다. ‘3초 만에 매칭이 가능한 플랫폼’이란 수식어를 내걸며 시장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구인자와 구직자의 연결이 이뤄진 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사업자와 알바의 계약 체결부터 근태 관리·급여 지급 등이 플랫폼 내에서 이뤄진다. 아직 알바몬·알바천국의 아성을 깨기엔 규모가 작지만, 최근 월간 임금 거래금액이 30억원을 돌파하는 등 편의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단기 알바 연결 시장 편의성 증대’란 니더의 사업 방향성은 최근 시장에서 성과로 연결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의 내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Ai 픽(Pick)과 인건비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뒤로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Ai 픽 단기채용은 기업이 채용 공고를 등록하면 급구에서 사업장에 가장 알맞은 알바생을 AI로 분석해 선별·추천하는 기능이다.
급구 서비스 매출은 해당 서비스 도입 후 전월 대비 ▲7월 51% ▲8월 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회사의 총매출도 ▲7월 17% ▲8월 116% 증가했다. 니더 관계자는 “단기 알바 채용 시장 역시 AI 매칭 시스템에 대한 요구(니즈)가 높았다는 방증”이라며 “200만개가 넘는 경력 정보 등 그간 플랫폼 내 쌓인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린 성과”라고 설명했다.
니더가 시장에 제공한 가치
니더의 최근 성장을 이끈 AI 픽 단기채용 서비스는 ‘기존 채용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기능 중 하나다. 회사는 국내 단기 알바 채용 시장이 잡보드 형태로 운영돼 ▲채용 과정이 플랫폼 외부에서 이뤄져 다양한 부작용 야기 ▲연결 데이터와 채용 데이터 미활용 ▲검증되지 않은 채용 공고로 신뢰도 저하 등이 벌어진다고 봤다. 니더 관계자는 “사업자는 채용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고도 직접 적합한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구직자 역시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니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구 서비스 초기부터 ▲추천 인력 ▲지원자의 정확한 정보 확인 ▲채팅을 통한 의사 타진 등의 기능을 제공해 왔다. 또 표준근로계약서를 플랫폼으로 체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구직자의 보호도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꾸렸다. ▲송금 내역 인증 ▲원천징수영수증 발급 등도 제공하며 노무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엔 국내 최초로 1시간 임금 지급 서비스와 사업자 임금 카드 결제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편의성을 지속해 끌어올리고 있다. 구인 기업 입장에서도 출근 인증 등의 기능을 통해 알바생의 근태 관리를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이 같은 기능을 기반으로 구인·구직자를 꾸준히 확보, 최근 급구 플랫폼 내 전체 구인글이 2만50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등록되는 구인 공고의 수는 약 800건으로, 알바몬(일평균 약 1800건)과 알바천국(1000건)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연결 서비스를 특화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 비결로 꼽힌다. 니더는 지난 2020년 전국 CU 편의점을 시작으로 GS25·쿠팡로지스틱스·써브웨이·배민B마트·에버랜드·야놀자 등 단기 인력 수급이 필수적인 기업들과 제휴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사업장과의 거리와 근무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력을 빠르게 추천받을 수 있어 급구를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23년 8월 기준 제휴 기업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으론 채용 대행 서비스 급구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적합한 인력을 사업장에 파견하고, 해당 인원의 업무를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급구가 보유한 인력 데이터를 접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티오더 ▲배민장부 ▲빔모빌리티 ▲배민B마트 ▲미소 등이 급구의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니더의 이 같은 성장성을 주목하고 있는 기업·기관들도 많아지고 있다. 니더는 2016년 스톤브릿지에서 1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로 ▲롯데액럴러레이터 ▲본엔젤스 ▲한국투자파트너스 ▲BNK벤처투자 ▲부산연합기술지주 ▲원티드랩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코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K브릿지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시리즈B를 70억원 규모로 마친 바 있다.
잡보드 탈피, 해외선 일반화
급구가 AI 기반의 단기 알바 채용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지만, 알바몬·알바천국의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여전히 생소한 서비스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외에선 이미 AI 단기 알바 연결 플랫폼이 긱 경제(Gig Economy·정규직보다 임시 고용이 적합한 시장)에 안착했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Uber)가 2019년 출시한 플랫폼 ‘우버워크’(Uber Works)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I 배차 알고리즘을 토대로 ‘긱 워커’(Gig worker·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와 고용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내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AI를 접목한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이 대거 등장한 상태다. 시간 단위의 일을 찾는 ‘스팟워커’(Spot Worker)가 늘어나면서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타이미(TIMEE) ▲쉐어풀(Sharefull) ▲츠나구 그룹(Tsunagu Group) ▲워크락(Wakrak) 등이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자비스앤빌런즈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채용 수는 약 1억2000만 건으로 조사됐다. 국내 취업자 2600만명 중 1000만명이 긱 워커로 추산되기도 했다.
신현식 니더 공동대표는 “국내 시장 역시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시장 전반이 변화하고 있어 긱 워커 종사자와 이를 원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급구는 풍부한 데이터와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구인자와 구직자를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대학생인 A씨는 불편하다. 상황상 아르바이트(알바)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시험 기간에는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 단기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지만, 지역·시간이 맞는 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단계를 거쳐야 겨우 원하는 일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2~3시간에 걸려 마땅한 곳을 겨우 찾아 연락해 보면,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과 조건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물류센터 인사 담당자인 B씨는 답답하다. 그가 일하는 현장의 특성상 필요한 하루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면, 당일 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인력을 구하곤 있지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인력 수급에 대한 경쟁이 워낙 치열해 눈에 띄는 공고를 올려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더욱이 구인·구직 사이트 운영 기업은 ‘물류 업종 공고는 유료’로만 올리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저가 상품만 이용할 수도 없다. 공고가 노출되지 않아 필요한 인력이 모두 모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데?
국내 단기 알바 연결 시장을 양분하는 알바몬·알바천국은 구인·구직자가 ‘불편하고 답답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잡코리아 자회사 ‘알바몬’과 미디어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알바천국’은 2000년대 초반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서비스를 시작, 지금은 이 시장을 각각 64%, 36%씩 점유(2020년 매출 기준·공정위 조사)하고 있다.
양사는 이 같은 시장 복점 구조를 기반으로 2018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무료 서비스 범위 축소와 유료 서비스의 가격 인상 등을 합의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7월 양사가 담합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잡코리아에 15억9200만원, 미디어월네트웍스에 10억87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한 바 있다.
양사가 담합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자, 이를 계기로 관련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잡보드(Job Board·구인자가 채용 광고를 내고 구직자가 지원하는 방식) 형태로 서비스가 운영돼 광고 집행이 ‘필수적’인 환경이 안착했단 지적이다.
알바몬·알바천국의 핵심 서비스인 ‘잡보드’ 시스템은 구인이 급한 기업일수록 광고를 집행해야만 하는 구조다. 채용 공고가 단순 나열되는 시스템이라 게시글이 구직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인력 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구직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일자리 정보에 접근이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알바몬·알바천국의 서비스가 구인자와 구직자 간 연결이 불편할수록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불합리한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양사 모두 플랫폼의 편의성 증대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는 두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 사실상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란 토로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양사 모두 인재파견·아웃소싱·배달대행·택배와 물류·텔레마케팅·학습지 교사 등 단기 알바가 업무 대부분을 수행하는 업종을 ‘무료 공고 불가’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어, 채용 광고 상품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알바몬·알바천국 ‘횡포’…대안 플랫폼은 없나?
업계의 불만이 수면 위로 나타나기 전부터 이 같은 문제에 일찍이 눈길을 돌린 기업이 있다. 신현식·이지훈 공동대표는 잡보드 형태에 국한된 국내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시장의 폐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2014년 12월 니더(Needer)를 창업했다.
구인·구직 온라인 연결 시장은 2000년대 초반 형성됐다. 니더는 단기 채용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히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기술을 통한 서비스 강화’는 유독 이 시장을 비껴갔다는 점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실제로 니더는 법인 설립 이듬해 ‘급구’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후 꾸준히 기술을 기반으로 연결 시스템의 편의성을 끌어올려 왔다.
니더가 운영하는 급구는 ‘3세대 채용 관리 플랫폼’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잡보드 형태의 단기 알바 온라인 연결 사이트가 1세대라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연결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이 2세대로 분류된다.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2세대 시스템은 2010년대 초중반 등장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비교적 정규직·전문직 연결 서비스에만 접목돼 왔다.
급구는 데이터 기반의 연결 시스템을 단기 알바 시장으로 확대, 3세대 채용 플랫폼 시대를 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하는 큐레이션(Curation·정보를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을 도입했다는 이력을 지녔다. ‘3초 만에 매칭이 가능한 플랫폼’이란 수식어를 내걸며 시장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구인자와 구직자의 연결이 이뤄진 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사업자와 알바의 계약 체결부터 근태 관리·급여 지급 등이 플랫폼 내에서 이뤄진다. 아직 알바몬·알바천국의 아성을 깨기엔 규모가 작지만, 최근 월간 임금 거래금액이 30억원을 돌파하는 등 편의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단기 알바 연결 시장 편의성 증대’란 니더의 사업 방향성은 최근 시장에서 성과로 연결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의 내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Ai 픽(Pick)과 인건비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뒤로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Ai 픽 단기채용은 기업이 채용 공고를 등록하면 급구에서 사업장에 가장 알맞은 알바생을 AI로 분석해 선별·추천하는 기능이다.
급구 서비스 매출은 해당 서비스 도입 후 전월 대비 ▲7월 51% ▲8월 7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회사의 총매출도 ▲7월 17% ▲8월 116% 증가했다. 니더 관계자는 “단기 알바 채용 시장 역시 AI 매칭 시스템에 대한 요구(니즈)가 높았다는 방증”이라며 “200만개가 넘는 경력 정보 등 그간 플랫폼 내 쌓인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린 성과”라고 설명했다.
니더가 시장에 제공한 가치
니더의 최근 성장을 이끈 AI 픽 단기채용 서비스는 ‘기존 채용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기능 중 하나다. 회사는 국내 단기 알바 채용 시장이 잡보드 형태로 운영돼 ▲채용 과정이 플랫폼 외부에서 이뤄져 다양한 부작용 야기 ▲연결 데이터와 채용 데이터 미활용 ▲검증되지 않은 채용 공고로 신뢰도 저하 등이 벌어진다고 봤다. 니더 관계자는 “사업자는 채용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고도 직접 적합한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구직자 역시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니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구 서비스 초기부터 ▲추천 인력 ▲지원자의 정확한 정보 확인 ▲채팅을 통한 의사 타진 등의 기능을 제공해 왔다. 또 표준근로계약서를 플랫폼으로 체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구직자의 보호도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꾸렸다. ▲송금 내역 인증 ▲원천징수영수증 발급 등도 제공하며 노무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엔 국내 최초로 1시간 임금 지급 서비스와 사업자 임금 카드 결제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편의성을 지속해 끌어올리고 있다. 구인 기업 입장에서도 출근 인증 등의 기능을 통해 알바생의 근태 관리를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이 같은 기능을 기반으로 구인·구직자를 꾸준히 확보, 최근 급구 플랫폼 내 전체 구인글이 2만50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등록되는 구인 공고의 수는 약 800건으로, 알바몬(일평균 약 1800건)과 알바천국(1000건)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연결 서비스를 특화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 비결로 꼽힌다. 니더는 지난 2020년 전국 CU 편의점을 시작으로 GS25·쿠팡로지스틱스·써브웨이·배민B마트·에버랜드·야놀자 등 단기 인력 수급이 필수적인 기업들과 제휴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사업장과의 거리와 근무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는 인력을 빠르게 추천받을 수 있어 급구를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23년 8월 기준 제휴 기업은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으론 채용 대행 서비스 급구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적합한 인력을 사업장에 파견하고, 해당 인원의 업무를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급구가 보유한 인력 데이터를 접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티오더 ▲배민장부 ▲빔모빌리티 ▲배민B마트 ▲미소 등이 급구의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니더의 이 같은 성장성을 주목하고 있는 기업·기관들도 많아지고 있다. 니더는 2016년 스톤브릿지에서 1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로 ▲롯데액럴러레이터 ▲본엔젤스 ▲한국투자파트너스 ▲BNK벤처투자 ▲부산연합기술지주 ▲원티드랩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코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K브릿지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시리즈B를 70억원 규모로 마친 바 있다.
잡보드 탈피, 해외선 일반화
급구가 AI 기반의 단기 알바 채용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지만, 알바몬·알바천국의 시장 지배력을 감안하면 여전히 생소한 서비스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외에선 이미 AI 단기 알바 연결 플랫폼이 긱 경제(Gig Economy·정규직보다 임시 고용이 적합한 시장)에 안착했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Uber)가 2019년 출시한 플랫폼 ‘우버워크’(Uber Works)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I 배차 알고리즘을 토대로 ‘긱 워커’(Gig worker·긱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와 고용주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내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AI를 접목한 단기 구인·구직 플랫폼이 대거 등장한 상태다. 시간 단위의 일을 찾는 ‘스팟워커’(Spot Worker)가 늘어나면서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타이미(TIMEE) ▲쉐어풀(Sharefull) ▲츠나구 그룹(Tsunagu Group) ▲워크락(Wakrak) 등이 사업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자비스앤빌런즈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채용 수는 약 1억2000만 건으로 조사됐다. 국내 취업자 2600만명 중 1000만명이 긱 워커로 추산되기도 했다.
신현식 니더 공동대표는 “국내 시장 역시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시장 전반이 변화하고 있어 긱 워커 종사자와 이를 원하는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급구는 풍부한 데이터와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구인자와 구직자를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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