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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에도 잘 나가는 하이브리드…전기차 성장세의 8배

[힘 빠진 전기차 랠리]②
전기차 단점 상쇄하는 친환경차로 주목
연비율 좋고, 충전 스트레스 없는 게 최대 장점

K8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엠블럼. [사진 기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찬밥 신세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자동차(이하 하이브리드)가 다시 뜨고 있다. 친환경차임에도 기존 내연기관차의 사용 경험을 유지한다는 점과 전기차와 달리 충전 관련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 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100% 전기차 시대가 도래해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친환경차는 따로 있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모터와 엔진 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8월 하이브리드의 국내 신규 등록 대수는 23만3379대로 전년 동기(16만9892대) 대비 3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 대수 10만1437대, 전년 대비 성장률 4.5%를 기록한 전기차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체 친환경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올해 1~8월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은 67.4%로 전년 동기(60.1%)와 비교해 7.3%p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출고 대기 기간 1년 넘기도 

지난 8월 등록된 신차 중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인 것이 하이브리드이기도 하다. 자동차 통계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8월 신차 등록 사용 연료별 현황에 따르면 하이브리드는 2만1951대로 전년 동기(1만5584대) 대비 40.9% 증가했다. 이 기간 휘발유·경유·LPG·전기차는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인기 차종의 판매 실적을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 실적 기준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다. 이 모델 전체 판매 실적의 54.2%(4만3506대)가 하이브리드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6.6% 성장했다.

당분간 하이브리드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9월 납기표에 따르면 아이오닉 5 등 전기차의 출고 대기 기간은 1개월 내외지만 그랜저 등 하이브리드의 예상 대기 기간은 12개월 이상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업계는 하이브리드의 인기 요인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사용 경험 및 친환경성, 높은 연료 효율 등을 꼽는다. 하이브리드는 수명주기 동안 내연기관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30% 낮아 친환경적이다. 엔진 및 전기모터가 결합한 구조로 전기차와 달리 엔진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 별도 배터리 충전이 필요 없다. 이에 따라 전기차 차주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인 충전 문제에서 자유롭다. 

경쟁력 있는 연료 효율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대차의 소형 SUV 코나를 예로 들면, 동일한 1.6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이 적용됐음에도 하이브리드 연비가 18.1~19.8km/ℓ(복합 기준)로 가솔린차(12.2~13km/ℓ)보다 우수하다.
KG모빌리티 2025년 토레스 기반 하이브리드 첫선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4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개발 중이다. 길리그룹과의 협업으로 완성될 이 차에는 볼보자동차 등에 쓰인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다.

KG모빌리티도 하이브리드 시장에 뛰어들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국내 출시 후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하며 시장 경쟁력을 입증한 중형 SUV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를 2025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26년에는 KR10, O100, MPV 등으로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G모빌리티는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업체들과 하이브리드 개발, 엔진 반조립(CKD) 및 국산화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백금투자협회(WPIC)는 최근 발행한 간행물에서 “탄소배출 최소화와 전기차 생산으로 인해 발생할 심각한 광물 부족 현상을 피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놓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이 올해 360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19.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공존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탄소중립 시대가 오면서 배터리 전기차만 친환경차라는 패러다임이 깨졌다”면서 “내연기관차가 퇴출된다고 해도 가솔린차에서 파생되는 하이브리드 등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하이브리드가 더욱 중요하다. 배터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한계가 명확하다”면서 “하이브리드는 기존 사용자의 경험이 그대로 이어진다. 이미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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