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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대표도 PF돈놀이...BNK·새마을금고 수천 억대 횡령 눈살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규모 3천억원 육박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PF 대출 청탁
PF 담당 새마을금고 전·현직 직원들 실형 선고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직원부터 대표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이용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사실이 포착돼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금융권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잘 관리해야하는 이들이 오히려 뒷배를 불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당초 500억원 대로 알려졌던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규모가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금융권 횡령 사고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작년 우리은행 횡령 사고(668억원)가 그간 최다 횡령액으로 알려져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경남은행 횡령 사고 검사 결과, 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50)씨가 2009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77차례에 걸쳐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장기간 부동산 PF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PF 사업장에서 허위 대출을 취급(1023억원)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1965억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이씨는 PF대출 차주들이 대출 취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 대출 서류를 만들어 거액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대출금은 무단 개설한 계좌나 가족·지인 명의 계좌 등에 이체했다. PF대출 차주(16개 시행사)가 정상 납입한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도 지인·가족 명의 법인에 빼돌렸다. 자신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시행사 대출 계좌로 송금시킨 경우도 있었다. 

횡령액 2988억원 중 경남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약 2400억원은 이씨가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추가로 빼돌려 갚은(이른바 ‘돌려막기’) 금액에 해당한다. 이씨는 거액의 횡령 자금을 골드바나 부동산 매입, 골프·피트니스 회원 구매, 자녀 유학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천억 원의 PF 대출 실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류혁(59)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자신의 전(前) 직장에 부동산 PF 대출금을 출자하면서 새마을금고 사상 최고 대출금액의 2배가 넘는 돈을 대라고 지시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지난 25일 법무부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류 전 대표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류 전 대표는 자신이 5년 동안 공동대표로 있던 아이스텀파트너스를 통해 PF 대출을 실행하면서 아이스텀에 86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는다. PF 대출 실행 과정에서 류 전 대표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최고 대출금액인 2400억원의 2배가 넘는 5100억원을 출자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류 전 대표는 차주 측과 새마을금고중앙회 실무진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아이스텀의 내부 규정을 회피해 대출을 강행했다. 류 전 대표는 “선순위 대출로 5100억원을 실행하고, 이자도 낮춰라”는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PF 대출 규모가 5000억원 상당이어야 약속된 알선 수수료(50억원)가 아이스텀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지난달 24일 류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수재·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류 전 대표는 이달 초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새마을금고는 전·현 직원들이 PF 대출 수수료를 빼돌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들은 PF 대출 수수료 4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22일 형법상 배임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 차장 박모씨에 대해 징역 7년, 새마을금고 전·현 팀장 노모씨와 오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5년과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PF 대출을 처리하며 대출채권단(대주단)이 받는 이자율과 대출 취급수수료를 낮추고 그 차액인 39억694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소속 임직원의 기본 책무를 도외시하고 본인들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로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액이 크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저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이 상승하며 건전성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17%다. 지난해 말(1.19%)과 비교해 0.98%포인트 올랐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 그쳤지만 6월 말 기준 17.3%에 달한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새마을금고 점포.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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