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디스커버리’의 전신...반년 만의 굴욕맛본 아웃도어 ‘더도어’ [망했어요]
컬처 아웃도어 1세대 ‘더도어’ 6개월 만 철수
안 되는 건 정리...김창수 회장의 발 빠른 판단
더도어→디스커버리, F&F '효자'로 자리매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자연과 소통하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지향한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한 2010년. 컬처 아웃도어의 문을 연 1세대 브랜드가 있다. 바로 F&F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전신 ‘더도어(The door)’다.
F&F는 2012년 3월 ‘더도어’라는 이름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더도어는 ‘컬처 아웃도어’라는 콘셉으로 감각적인 소비생활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을 타깃으로 의류를 비롯한 캠핑용품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당시 아웃도어 시장에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론칭 당시 아웃도어 시장이 유럽, 북미 등지의 사정을 반영한 고 기능성의 제품들이 주를 이룬 특성 탓에 더도어는 편안함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시장 포화에 백기...수입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로 간판 교체
또 당시 브랜드의 첫 전속모델로 배우 공유를 발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더도어는 매출 부진이 이어져 론칭 6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글로벌 논픽션 방송채널 브랜드 ‘디스커버리 엑스페디션’(이하 디스커버리)를 획득하며 간판을 바꿔달았다.
등산복 열풍으로 황금기를 누리던 아웃도어 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과열된 시장 경쟁에서 백기를 들고만 셈이다. 이는 디스커버리에 국한됐다기보다는 국내 아웃도어 업계 전반의 분위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05년 1조원대였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9년 35% 성장한 2조4300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3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2012년 32.1% 성장한 5조75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성장률은 11.3%로 꺾였다.
에프엔에프는 당초 디스커버리 매장을 별도로 열지 않고 더도어 매장에 디스커버리 라인을 전시 및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더도어 매장에서 디스커버리 제품 일부를 판매했는데 더도어 제품보다 좋은 반응을 얻게 됐고, F&F는 더도어의 간판을 ‘디스커버리’로 바꾸거나 교체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몰 등에서 제품이 서로 뒤섞여 더도어 로고가 새겨진 제품이 디스커버리로 둔갑해 판매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도어를 검색하면 디스커버리 상품이 검색되고 더도어 제품 설명에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설명하는 등 소비자 혼란을 부추겼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 되는 건 철수...발 빠른 판단에 디스커버리 '효자'로 등극
F&F 측은 더도어 브랜드 철수 배경에 대해 “더도어가 론칭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사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국내 시장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됐다”며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복되는 점에 대해 고민했고, 전략적으로 더도어는 철수하고,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선택, 집중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는 김창수 F&F 회장의 발 빠른 판단이었다는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는 부진한 사업에서는 과감히 발을 뺀다”며 “실제 이후 2016년에는 베네통과 시슬리 등 두 브랜드의 사업을 종료하면서 여성복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같은 해 라이선스 계약기간이 남은 레노마 스포츠 사업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더도어에서 이름을 바꿔단 디스커버리는 성장을 거듭해 F&F의 효자 계열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론칭해 54억원, 2013년 339억원, 2014년 1006억원, 지난해 1567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현재 F&F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승승장구하던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당시 과열된 시장 경쟁 탓에 뼈아픈 고배를 맛봤다”며 “더도어를 필두로 몇몇 업체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사업을 축소·철수했다.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아웃도어는 충성 고객이 있는 만큼 새로운 브랜드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외 시장은 한국 시장과 달라 무작정 사업을 시작했다가 큰 손해를 볼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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