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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커진 키움증권 초대형 IB 차질 불가피

[몸살 앓는 키움증권…돌파구 찾을까]③
올해 두 번이나 주가조작 논란 겪으며 계획 차질
대주주 적격성, 내부 통제시스템 등 허점 드러나

키움증권이 지난 2021년 3월 29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타워에 '서학개미'를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사진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키움증권이 잇단 악재에 휘말리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시세조종 의혹 사태’에도 연루되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개인 투자자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해온 키움증권은 이번 사태들로 신뢰에 금이 가며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도 돌아서고 있는 듯하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3일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고객에게 빌려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풍제지의 거래가 재개된 26일부터 31일까지 주가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서다. 

올 들어 700% 넘게 급등했던 영풍제지는 18일 개장 직후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전부터 영풍제지의 주가 흐름에 이상을 감지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19일부터 영풍제지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문제는 키움증권은 금융당국이 영풍제지를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하기 전날인 18일까지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가 정지되고 나서야 100%로 조정했다. 낮은 증거금률로 인해 이번 시세조종 과정에서 키움증권 계좌가 대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키움증권은 부실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 내부 통제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비판이 제기 됐다. 타 증권사들은 이미 연초 이후 이상 동향을 감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는 등 사실상 미수거래를 막았다.

증권사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통해 종목별로 다른 증거금률을 적용한다. 증거금률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이다. 증거금률이 40%인 경우 40만원을 내고 100만원 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증거금률이 100%가 되면 미수거래는 불가능하다.

부실한 내부 통제 화 키웠나…초대형 IB인가 불투명 

키움증권이 이번 사태로 더욱 비판받는 이유는 이미 올해 상반기 주가조작 사건과 연루돼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어서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 김 회장이 SG사태 발생 2일전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매각하며 주가조작에 대해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연루설이 돌았다. 

특히 올해에만 두 번이나 주가조작 논란을 겪으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려던 키움증권의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내부 통제 시스템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의 조건을 갖춘 증권사가 금융위원회에 인가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최종 지정된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부터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위해 박차를 가해왔다. 작년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691억원을 기록해 신청 자격은 갖춘 상태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대주주 적격성 등으로 인가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시장의 유동성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뿐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며 IB부문으로의 사업 확장이 기대됐다.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에 치우쳐진 사업구조도 개선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잇단 금융사건 연루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리테일 점유율 1위’라는 키움증권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지난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키움증권은 개인 고객 비중이 높아 리테일 위탁매매 수수료 부문에 강점을 두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에 대해 ”아직은 계획이 없다“며 ”현재 ‘언제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못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키움증권의 4분기 실적 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KB증권은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비용 부담을 이유로 키움증권의 올해 연간 이익 전망치를 전년 대비 23.3% 하향 조정했다. 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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