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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핀 내년 7월 본격 시동”…KB국민은행, 해외 진출 1위 노린다

[해외 나가는 은행들]③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인터뷰
올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익 44% 급증
“KB부코핀, 기업 문화도 바꾼다…내년 사명 변경도 검토”
“동남아는 수익성 높은 시장, 日은행은 30년 전부터 진출”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KB국민은행은 명실상부 국내 ‘리딩뱅크’다. 올해 3분기에만 당기순이익 9969억원을 달성, 사실상 ‘분기 1조클럽’을 은행 최초로 달성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에서는 오랜 기간 인정을 받지 못했고 내부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이는 일종의 트라우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뒤 1조원 가량 투자한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서 8년여 만에 철수하며 투자액 대부분을 손실처리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후 다른 은행들에 비해 해외 진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국내에만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발표된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을 보면 KB국민은행은 1139억원으로 2위 우리은행(1527억원)과 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순이익 증가율은 1년 만에 44% 급증해 업계 1위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하는 초국적화지수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소리 소문없이 해외 진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는 지난 6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부코핀 은행을 빼면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3900억원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코핀 정상화 작업도 순조롭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말하는 ‘해외 진출 악몽’은 더 이상 없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 KB부코핀 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Q. 올 상반기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 실적이 좋다. 

A.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지금 적자를 보는 단계지만 캄보디아 프라삭 은행과 기존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점포들이 성장하면서 이익이 빠르게 올라왔다. 부코핀을 제외하면 지난해 기준(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3900억원 정도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 적지 않은 규모라고 본다. 5년 전에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해외 법인 순이익이 많게는 10분의 1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70%까지 올라왔다. 

Q. 이렇게 빨리 성장하게 된 배경은?

A. 첫 번째는 캄보디아에서 인수합병(M&A)를 위해 나름 큰 투자를 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낸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만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겼다. 아울러 다른 해외 지점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Q. 현재 집중하는 지역을 캄보디아로 봐야 하는가?

A. 꼭 그렇지는 않다. 캄보디아는 지역적으로 볼 때 전략적 중요 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 내에서 캄보디아는 미얀마, 라오스와 사실상 거의 붙어 있어 좋은 은행을 인수하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여겼는데, 상황이 좀 변했다. 미얀마 사태도 그렇고 캄보디아 자체도 시장이 작을 뿐 아니라 미·중 갈등 이후 서방 세계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지역적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미국이나 중국 등 한 곳에만 특별히 속하지 않고 자원도 풍부하다. 인구도 많고 민주주의 국가여서 정치적 리스크도 덜하다. 베트남은 피크아웃(정점) 상황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2018년부터 부코핀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조남훈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전무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현재 부코핀 정상화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A. 아무래도 부실은행을 산 것이기 때문에 정상화가 될 때까지는 계속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부코핀에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손실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얼마나 빨리 정상화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KB국민은행이 부코핀 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경영권과 관련해 이전 대주주와 소송을 1년 정도 진행하면서 확실한 경영권 행사도 어려웠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왔다. 소송 문제는 완전히 털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한 것은 올해부터라고 볼 수 있다. 

또 기업문화 측면에서 보면, 직원의 도덕성과 성실성이 국내 은행 직원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IT 전산화 문제도 있고 내부통제와 관련해 개선할 점도 보인다. 그래서 2년 정도 이와 관련한 검토를 진행했고 내년 7월 IT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 고객 관점에서는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이 가능하고, 업무와 관련해서 여신 및 예산, 리스크 관리 등 전체적인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KB’ 브랜드 인지도가 사실상 없어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Q.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면? 

A. 국내 당국의 규제 때문에 해외 진출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규제보다는 업무상 원화의 태환성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는데 그러면 달러 조달이 힘들어진다. 달러 공급이 문제가 되면 해외에서는 은행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은행들은 엔화가 국제 시장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엄청난 엔화를 가지고 달러를 조달해 시장에 공급할 능력이 된다. 그런 점에서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힘든 약점이 있다. 

Q.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A. 국내 은행의 평균 마진폭은 1.7% 정도 되는데 인도네시아 은행들의 평균은 4.5%다. 캄보디아는 7%대까지 나온다. 이런 시장에 일본 대형은행들이 30년 전부터 진출해 있다. 국내 은행들이 국내에 머물다 10년 뒤에 진출하려고 하면 경험상, 시간상 늦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해외 진출에 대해 “지금 씨를 뿌리는 파종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의 잠재성장률도 한국보다 훨씬 높아 은행의 성장 기회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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