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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협소하다고 느낀 까닭 [가봤어요]

‘아시아 최대’ 데이터센터 각 세종, 48개월 준비 끝에 운영 본격화
‘각 춘천’ 설립 10년 만에 개소…로봇·AI·디지털트윈 등 기술 집대성
각 춘천-1784-각 세종으로 이어진 IT와 건설의 결합…“AI시대 대응”

세종특별자치시 집현동 부용산 부근에 위치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전경.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웅장하다. 한눈에 모두 담기도 어려웠던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마주하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남은 마지막 인상은 ‘협소하다’로 정리됐다. 건물 외견만큼이나 내부 시설도 ‘아시아 최대’란 수식어에 부합했음에도 그랬다.

첫인상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이유는 ‘네이버의 꿈’ 때문이다. 기자 간담회를 통해 회사가 설명한 각 세종의 운영 목표와 이를 기반으로 꾸릴 사업 구상을 모두 들은 뒤엔 이 거대한 공간이 되레 비좁아 보였다. 63빌딩이 가로누였을 때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로도 네이버가 그리는 그림을 모두 담기에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지난 6일 세종특별자치시를 찾았다. 네이버의 차세대 전초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집현동 부용산 부근을 각 세종의 부지로 선정하기 위한 공모가 2019년 7월 시작한 뒤, 사용 승인을 받은 2023년 8월까지. 약 48개월 준비 과정을 거친 네이버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본격적 운영이 이날 공식화됐다.

각 세종은 네이버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개소가 이뤄진 후 꼬박 10년 만에 운영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데이터의 중요도와 파급력을 국내 기업 중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10년 전 정보기술(IT)업계에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했다. 데이터센터 설립·운영 역량을 내재화할 정도로 진심을 보여왔다. 바깥 공기를 활용해 서버실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나 우수·태양열 활용 등 친환경 시설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인 이유이기도 하다. 서버 이원화나 재난 방지 기능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각 춘천은 ‘10년 무중단·무사고·무재해’란 대기록을 남겼고, 네이버의 안정적 서비스 운영과 사업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강원도 춘천 동면에 위치한 네이버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 전경.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은 각 춘천의 이런 운영·설립 역량이 고스란히 녹아든 차세대 데이터센터인 동시에 로봇 친화빌딩인 1784를 잇는 시설이기도 하다. AI·클라우드·5G·디지털트윈·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반영된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지난 2022년 4월 개소, 같은 달 스마트도시협회로부터 로봇 친화형 건축물 인증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바 있다. 각 세종은 건물과 IT를 결합하기 위한 네이버의 10년 넘은 연구개발(R&D) 성과가 집대성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각 춘천보다 더욱 개선된 친환경 시설을 갖췄고, 1784처럼 자율주행 로봇이 건물 곳곳을 누빈다.

규모도 상당하다. 네이버는 각 세종 앞에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Hyperscale)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객관적 지표에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의 위용을 자랑한다. 대지면적만 29만4000㎡다. 축구장 41개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서버 수용량 역시 단일 기업 기준 국내 최대치인 60만 유닛(Unit·서버의 높이 단위 규격)이다. 현재 1차 오픈된 상태로, 네이버는 6차례에 걸쳐 시설 운영을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6차 증설을 마친다면 보관할 수 있는 정보량은 국립중앙도서관 데이터양의 100만배에 달한다. 랙당 처리 가능 네트워크 대역폭은 800GB로, 각 춘천(320GB)보다 2.5배 효율성을 높였다. 수전 용량 또한 각 춘천의 6.75배인 최대 270MW 전력이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 세종 오픈식에 참여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모든 산업과 기술 혁신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 이유가 어디에 근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일 ‘각 세종’ 오픈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그래서 뭘 하는데?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각 춘천은 사실 설립 당시 15년 운영을 염두에 뒀지만, 예상보다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양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각 세종 설립을 기획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각 춘천으로도 충분히 여유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 춘천으로 국내외 서비스 확장을 이뤘지만, 최근 초대규모 AI 등장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증가한 환경을 마주해 부족함을 느꼈단 설명이다. 선제적 투자 덕분에 각 세종을 마련했고, 네이버는 이를 기반으로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AI 시대를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각 춘천이 네이버의 서비스 확장에 기여했고 1784가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 기술 수출에 공헌했다면, 각 세종은 AI 시대를 이끌 시설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8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세상에 나온 네이버 자체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가 이미 각 세종에 들어선 서버를 통해 학습·운영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최근 내놓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나 대화형 챗봇 ‘클로바X’(CLOVA X) 등을 운영하는 백본(back-bone) 모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학습 데이터의 질·양에 따라 생성형 AI의 성능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각 세종의 운영 시점은 내부에서도 ‘천만다행’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시의적절했다”며 “R&D에 선제적 투자를 지속한 점이 AI 시대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차 오픈된 각 세종 서버실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GPU는 높은 연산을 요구하는 AI 구현에 필수적인 반도체다. 김 대표는 “네이버는 초대규모 AI와 같이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가 클러스터 형태로 대량 구축된 사례도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하이퍼클로바X 출시와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네이버의 클라우드·AI 비즈니스는 ‘각 세종’ 오픈을 계기로 다양한 산업·국가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서버실 전경. 인공지능 구현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빼곡하다. [사진 네이버]

로봇이 서버 갈아 끼우는 ‘각 세종’

각 세종은 규모만큼이나 운영 방식에서도 특별함을 보였다. 네이버는 각 세종의 관리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AI·로봇·자율주행·디지털 트윈 등 자사 기술 역량을 집대성해 반영했다. 네이버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투입한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대다수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필요에 따라 서버를 공급하기 위한 별도 저장 공간을 마련한다. ‘IT창고’와 같은 공간에 여유분의 서버를 저장,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이를 빠르게 공급한다. 네이버는 이 공간에 자체 로봇을 투입했다. 서버를 관리하는 역할의 ‘세로’와 서버실과 창고를 오가며 고중량의 자산을 운반하는 ‘가로’를 통해 자산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또 축구장 41개 크기의 부지를 직원들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자율주행 셔틀인 알트비(ALT-B)도 도입됐다.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도입한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 기술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장도 추진 중이다.
서버를 관리하는 역할의 로봇 ‘세로’의 운영 모습.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의 모든 로봇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ARC(AI-Robot-Cloud)와 ARM-System(Adaptive Robot Management-System)을 통해 운영된다. 공간·서비스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동돼 다양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위성항법장치(GPS)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도 로봇의 현재 위치와 경로를 정확하게 알려준다”며 “로봇의 이동과 태스크 수행을 위한 계획과 처리를 대신하여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에 도입된 다양한 로봇들로 회사는 최대 50% 정도의 운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가로·세로·알트비가 각 세종에서 운영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고도화도 이룰 수 있는 부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 대표는 “’각 세종’은 더 많은 고사양의 서버를 관리해야 함은 물론, 현재 오픈한 크기에서 최대 6배 더 확장될 예정이기 때문에 로봇과 자율주행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역시 미래의 10년을 먼저 생각하고 대비한 것”이라며 “1784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한 오피스 공간이라면 각 세종은 미래 산업 현장의 새로운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도입된 자율주행 셔틀인 알트비(ALT-B) 모습. [사진 네이버]

안정성·친환경 모두 챙긴 ‘각 세종’

각 세종은 안정성·친환경 측면에서도 ‘글로벌 수준’을 달성했다. 각 춘천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들이 적용됐다.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공조 시스템인 나무(NAMU·NAVER Air Membrane Unit) 설비를 활용, 자연 바람으로 24시간 돌아가는 서버실을 냉각한다.

네이버는 나무를 각 춘천에 도입된 이래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각 세종에 적용된 나무는 3세대 공조설비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 춘천에서부터 쌓아온 1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해 세종시의 기후 변화에 맞게 직·간접 외기를 적절히 냉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서버실을 식히고 배출되는 열기는 버리지 않고 온수·바닥 난방에 활용되고, 부지 도로가 얼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스노우 멜팅)에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3세대 공조 시스템 나무(NAMU)가 적용됐다. 세종시의 기후 변화에 맞게 직·간접 외기를 적절히 냉방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 네이버]

각 세종은 이에 따라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각 춘천은 앞서 국제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인 LEED에서 데이터센터로는 세계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았다. 각 춘천은 데이터센터 중에선 이례적으로 높은 등급(LEED v3 Platinum)을 획득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각 세종이 이보다 한 단계 더 엄격한 등급(LEED v4 Platinum) 획득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지진·정전·화재 등과 같은 재난·재해에 대한 대비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지진을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 수준’ 건물에 적용하는 특등급 내진 설계를 갖췄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지진 강도에 해당하는 진도 9.0(규모 7.0)에도 안전한 수준이다.

최 대표는 “최근 데이터와 클라우드 기반 기술로 많은 변화가 이뤄지면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기술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지만, 네이버는 이미 10년 전 ‘각 춘천’ 오픈 이후부터 후속으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준비해 왔다”며 “네이버가 올해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사우디에 기술 수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미리 기술에 투자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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