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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H표’ 친환경·상생…‘남다른 향’으로 업계 선도하다 [이코노 인터뷰]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인터뷰
20년 만에 직영점 70개·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
브랜드 가치관은 ‘사람·동물·환경’ 공존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러쉬코리아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러쉬코리아는 단순 화장품을 파는 회사가 아니에요. 인간과 동물, 환경이 조화롭게 살아가는데 일조하려 노력하죠. 캠페인을 하더라도 일회성이 아닌 세상에 울림이 될 때까지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러쉬코리아는 수년간 동물실험 반대에 앞장서고, 다양한 환경 보호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판매 제품의 60% 이상이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은 ‘벌거벗은 화장품’이다. 다른 뷰티 브랜드와 달리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지 않는다.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러쉬의 브랜드 가치관과 철학을 화장품이라는 매개체에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러쉬코리아. 러쉬코리아의 수장 우미령 대표는 20여 년간 브랜드의 가치관을 지키며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위해 다양한 통로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우 대표의 세상을 향한 꾸준한 두드림은 통했다. 러쉬코리아만의 특별
한 마케팅 전략 및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 경쟁력으로 직영점 70개,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러쉬 브랜드 가치관에 매료…“단순 화장품 판매 아냐”

우 대표는 스물여덟의 나이에 러쉬를 처음 만났다. 동물실험 금지, 친환경을 넘어 천연 재료만 사용한다는 브랜드의 철학에 반해 무작정 영국 본사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경쟁사만 5곳이었는데, 1년 여간 영국 본사를 설득해 결국 한국 판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러쉬코리아를 론칭할 때만 해도 국내에 친환경 화장품이란 개념이 생소했다. 

“보석 관련 일을 하면서 다양한 소비재를 판매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겁 없이 이것저것 시도하던 차에 우연히 러쉬 브랜드를 알게 됐죠. 일본에서 막 론칭이 됐는데, 직접 가서 찾아보고 조사하고 영국에도 직접 연락을 하게 됐어요. 친환경적 소재에 포장도 안 돼 있는 점이 재밌었죠. 포장 예쁘고 효능이 좋은 화장품은 많잖아요. 동물실험 반대, 천연 재료를 사용하는 가치관과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점 등이 와닿았어요.”

우 대표는 한국에 러쉬를 들여올 때 화장품으로 소개하기보다 브랜드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건강한 화장품’을 매개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우 대표의 뜻이다. 실제 러쉬코리아는 화장품 판매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사회 공헌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사회에서 소외된 비주류 계층을 위한 도움도 주고 있다. 판매금 전액(부가세 제외)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핸드 앤 보디 로션 ‘채러티 팟’(Charity Pot)도 그 일환이다. 채러티 팟은 국내에 론칭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채러티 팟을 통해 150여 개 단체에 22억원을 기부했어요. 올해는 이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기부해 온 단체들과 함께 10주년 행사를 열 예정이에요. 이러한 기부 방식이 저희의 가장 큰 투자이자 마케팅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굳이 셀럽 기용이나 TV 광고를 하지 않고도 진정성있는 마케팅을 계속할 수 있는 거죠. 채러티 팟은 전 세계 러쉬에서 모두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이 가장 볼륨이 크고 가장 잘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지난해부터 러쉬코리아는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손잡고 뜻깊은 전시를 열고 있다. ‘러쉬 아트페어’는 리테일 매장 프로모션 윈도우 섹션에 제품이 아닌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최초의 팝업 갤러리 아트페어다. 단순히 러쉬 브랜드의 예술 시장에 대한 확대뿐만이 아닌 예술과 디자인 산업 내의 다양성과 형평성을 선도하기 위해 전시를 열고 있다. 또 지역 작가와 매장을 연결해 지역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고, 지역 예술 발전의 기회도 제공한다. 

“제가 전문경영인 수업을 받거나, 어느 조직에서 사원부터 절차를 밟아온 전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일을 할 때도 ‘놀이처럼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서 러쉬코리아의 인재상도 ‘Play Hard, Work Hard, Be Kind, Get Together’(열심히 놀고,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고, 모이자)로 정했어요. 러쉬코리아의 활동 대부분이 남다르게 접근하는 식이잖아요. 저는 이게 예술 활동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캠페인을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뒤틀어 보고 하는 것 자체가 예술 작업과 닮아있잖아요. 저희가 하는 활동 모두 아트의 개념으로 볼 수 있죠. 러쉬는 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어요. 재능은 있지만 소외당하는 작가들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부터 아트 경영을 선언하면서 아트페어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쉬코리아 넥스트 스텝은 ‘제주도’

2002년 명동에 1호점을 연 러쉬코리아는 현재 전국에서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로드숍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장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굳은 상황이지만 러쉬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해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온라인이 활성화되고 오프라인이 축소되는 상황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모두가 인터넷 세상에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저조차도 뭐가 있던 자리에서 사라지는 게 아쉽더라고요. 또 볼거리가 있는 게 생동감 있잖아요. 저희 매장에서 직원들을 훌륭한 인재로 육성시켜놨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고요. 매출 성장도 계속돼야 하는데, 사실 기존 매장에서 매출이 두 배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에요. 매장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고객들에게 입소문이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러쉬코리아만의 마케팅이죠.”

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가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우 대표는 러쉬코리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주 매장을 점찍었다. 하지만 제주는 특수 지역이다. 8년 전부터 제주 매장 오픈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배로 제품을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걱정이었다. 이는 러쉬코리아가 추구하는 친환경적 방향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했다. 내년을 목표로 애월 지역에 제주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8년 전부터 농부들을 찾아다니면서 제주 땅에 대한 공부를 해왔어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을 찾아 그분들이 지은 농산물을 저희 화장품에 원료로 활용했죠. 농부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끔 하면서 후원할 수 있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이런 활동을 시작으로 제주도에 입점할 명분을 찾은 거죠. 제주 지역 분들과 함께 상생하는 친환경적인 매장을 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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