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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NFT로만 2400억 벌었네…침체장에도 문 두드리는 기업들

[갈림길 놓인 NFT] ②
스타벅스는 NFT 멤버십 서비스 개시…국내 대기업도 NFT 진출
포르쉐는 커뮤니티 형성 못 해 실패…유틸리티 갖춘 NFT 나와야

알티팩트(RTFKT)가 만든 나이키 신발 이미지. [사진 RTFKT 트위터]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NFT) 시장이 침체인 가운데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오히려 NFT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모양새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감을 얻어내면 충분한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유수 기업도 NFT 분야로 발을 뻗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전 없는 진출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코발런트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난해 NFT 사업으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기업으로 나타났다. 나이키는 지난해 NFT 판매 수익으로만 1억8500만 달러(약 2390억원)를 올렸다. 또한 이 나이키 NFT가 거래되는 시장 규모는 올해 초 13억 달러(약 1조6801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나이키는 NFT 사업화를 위해 일찍이 2021년 12월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인 알티팩트(RTFKT)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버추얼 크리에이션(가상 창작물) 공간인 닷스우시(.Swoosh)를 론칭해 메타버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나이키는 자사 NFT를 운동화나 후드티 같은 현물 상품과 연계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예컨대 운동화 NFT를 구매하면 이와 유사한 실물 운동화를 보내주고, AR 필터로 자신의 발을 찍으면 NFT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NFT 멤버십 서비스 ‘스타벅스 오디세이’. [사진 스타벅스]
스타벅스도 성공적인 기업의 NFT 진출 사례로 꼽힌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 NFT를 이용한 멤버십 서비스 ‘스타벅스 오디세이’의 체험판을 출시했다. 스타벅스 오디세이의 설문·퀴즈·특정 행동 등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면 ‘저니 스탬프’라는 NFT를 획득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저니 스탬프 홀더(보유자들)에게 보너스 포인트를 제공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초 기준 스타벅스 고객 중 NFT를 보유한 비율은 0.42%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11월 17일 기준)까지 판매된 스타벅스 NFT는 320만 달러(약 41억원)로 집계됐다. 시장이 침체됐고 아직 베타 서비스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 할 성과다.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기술보다 ‘커뮤니티’

하지만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모든 기업이 NFT 사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올해 1월 명품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는 NFT를 발행했다가 단 사흘 만에 판매를 조기 중단했다. 판매량도 7500개 중 2363개에 그쳤으며, 당시 NFT 마켓 오픈씨에는 포르쉐 NFT를 조롱하는 ‘푸어쉐’(Poorche)까지 등장키도 했다.

포르쉐가 지난 1월 '포르쉐 911'을 테마로 발행한 NFT. [사진 포르쉐]

 

포르쉐 NFT는 왜 실패한 걸까. 전문가들은 NFT 홀더들이 중시하는 ‘커뮤니티’를 제대로 형성하지 않은 점을 가장 치명적인 실수로 꼽는다. 암호화폐(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NFT의 커뮤니티와 멤버십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르쉐의 경우 디스코드 채널과 X(당시 트위터) 계정을 만들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활성화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업비트 D 콘퍼런스(UDC) 2023’에서 오세현 SK텔레콤 부사장은 “나이키와 스타벅스는 웹3를 기술이 아닌 ‘문화’로 인식했다”며 “NFT를 활용해 고객 경험을 높이고 브랜드를 더욱 친밀하게 만든 지혜로운 사례”라고 말했다.

고팍스 리서치 또한 “NFT의 가치는 결국 커뮤니티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건강한 커뮤니티를 제대로 구축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기업들은 누구와 함께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2의 나이키’ 꿈꾸는 한국 기업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 한국 기업들도 NFT 사업에 발을 뻗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NFT 신발인 ‘몬스터슈즈’를 앞세웠다. LG 스타일러인 ‘슈케이스·슈케어’ 제품 홍보 일환으로 기획됐다. 당시 현장에선 나이키와 비슷하게 AR 기기를 착용하면 슈케이스에 들어 있는 NFT 신발을 착용할 수 있었다. 이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LG전자의 암호화폐 지갑 ‘월립토’나 카카오 지갑 ‘클립’을 LG 씽큐 앱에 연결하면 NFT를 얻을 수 있게 했다.

롯데홈쇼핑 벨리곰 멤버십. [사진 롯데홈쇼핑]
또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NFT는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벨리곰의 귀여운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NFT와 연계된 6단계의 등급별 멤버십 혜택이 홀더들을 사로잡았다. 가령 최상위 등급 홀더에게는 시그니엘 플래티넘 패키지, 롯데호텔 숙박권 등의 혜택을 준다. 올해 초 만들어진 벨리곰 NFT X 계정은 약 5개월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해 커뮤니티 또한 확실히 형성했다.

다만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NFT 사업 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시장 확장에 따라 NFT를 통한 새로운 영역 개척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 보이나 그 방향성이 아직까지는 굉장히 모호하다”며 “마케팅 수준에 그치지 않고 유틸리티(활용성)와 명확한 비전을 가진 NFT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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