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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골뱅이→참치' 아성 잇나 했더니...4세대 수산 통조림 '연어캔' [망했어요]

2013년 업계 첫 출시...대중화로 2015년까지 시장 급성장
CJ제일제당, 동원, 사조 등 줄줄이 제품 출시
대중화 실패 및 높은 가격대 형성으로 반짝 인기

CJ제일제당이 2013년 출시한 알래스카 연어 캔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연어’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선정한 슈퍼푸드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고 치매예방과 근육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어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 재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어’를 활용한 통조림이 있었다. 일명 ‘연어캔’은 출시 당시만 해도 1세대 꽁치, 2세대 골뱅이, 3세대 참치에 이어 4세대 수산 통조림 캔으로 평가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연어가 통조림 안으로 들어간 것은 2005년이 처음이다. 당시 연어 캔은 국내 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해 만들었다기보다는 해외에서 유통되던 통조림을 수입해 그대로 판매하던 것으로 국내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연어 비늘이나 껍질, 뼈 등이 제거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들어가있는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가공된 모양새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몇 개월 만에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이후 CJ제일제당이 2013년 연어 통조림 ‘알래스카 연어’를 선보였다. 당시 맛과 영양 면에서 참치 통조림을 대체할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알래스카 연어’는 출시 첫해 100억원 매출을 기록한 후 이듬해 약 600억원으로 6배 가량 규모를 키운 데 이어 3년 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 주도로 업체들의 프로모션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시장도 급속도로 커졌다. 참치캔 업체인 동원F&B, 사조대림과 유통업체인 이마트도 제품을 출시해 줄줄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연어캔 시장은 2014년 329억원, 2015년 421억원으로 첫 제품이 출시된 후 2년 만에 400억원 규모를 형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연어에 대해 많이 친숙해졌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연어나 랍스터처럼 먼 바다에서 잡혀 들어오는 생선에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연어 통조림의 경우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가공한 제품이 아니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국내 시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잘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라고 설명했다. 

 ‘연어캔’은 출시 당시만 해도 1세대 꽁치, 2세대 골뱅이, 3세대 참치에 이어 4세대 수산 통조림 캔으로 평가받으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사진은 대서양 연어. [사진 동원]

비린 맛과 비싼 가격...연어캔 대신 냉장 연어 인기 


하지만 2015년을 고점으로 연어캔의 인기는 급속히 식었다. 실제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연어캔 시장은 2014년 329억원, 2015년 421억원으로 첫 제품이 출시된 후 2년 만에 4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31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 180억원, 2018년 98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며 2019년에는 시장 규모가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소액에 그쳤다. 이는 시장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모두 제품 생산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주요 업체들 역시 연어캔을 줄줄이 단종시켰다. 이마트는 2016년 전후로 제품을 내놓지 않았고 사조와 동원F&B는 2018년 초에 연어캔 제품을 단종시켰다. 연어캔 시장에 가장 미련이 컸던 CJ제일제당은 ‘알래스카 연어’에서 ‘계절어보 알래스카 자연산 연어’로 이름까지 바꾸며 시장 살리기에 나섰으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품을 한번 맛 본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아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맛이 비리고 연어캔을 활용한 요리법이 낯설었던데다 참치캔, 꽁치캔 등 기존 수산 캔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윗쪽부터) 동원, 사조 연어 캔 제품. [사진 각 사]

또 연어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어서 ‘연어’하면 스테이크나 훈제, 회 등으로 가정에서의 일상식이 아닌 특별한 날 레스토랑에서 먹는 메뉴라는 생각이 강했다. “연어는 비싸다”, “특별한 날 가끔씩 먹는다”, “연어는 와인 같은 술에 어울린다”라는 고급 이미지가 강해, 통조림으로 간단하게 자유자재로 식재료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연어캔 대신 냉장 연어로 인기가 옮겨갔다.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연어 회와 연어 초밥 등이 인기를 끌면서 냉장 연어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다만 업계는 연어라는 생선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고 참치 통조림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의 기존 제품이 아직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연어나 훈제연어를 먼저 접했던 소비자들에게 캔 연어의 식감과 향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참치나 꽁치캔 등과 다르게 연어캔은 그 자체만으로는 식사로 활용하기 어려웠으며 앞으로 재출시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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