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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전쟁’ 선포한 백악관, ‘캔서 문샷’ 뭐길래 [암 정복 우주선 쏜 美]①

바이든 대통령, 캔서 문샷 프로젝트 시동…2조 투자 계획
암 예방부터 치료까지…항암제 개발 기업들 경쟁도 치열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도서관·박물관에서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 문샷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달로 올려보낸 프로젝트가 ‘아폴로 프로젝트’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한 유인 우주 비행 탐사 프로젝트다. 사람을 실은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뒤, 다시 사람을 싣고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목표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에 몸을 실은 닐 암스트롱과 다른 연구자들이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면서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문샷’(Moonshot·달로 우주선을 발사하는 일)이라는 단어는 혁신을 상징하게 됐다. 혁신이 피어나는 여러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기술개발의 혁신성을 표현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미국의 ‘캔서 문샷’도 마찬가지다. 캔서 문샷은 미국 백악관이 추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25년 내 미국 현지의 암 관련 사망률을 50% 이상 낮추는 것이 목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 “캔서 문샷은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한 이유 중 하나”라며 “국민의 의료권을 확대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美, 25년 내 암 사망률 50% 감축 목표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을 뇌암으로 잃었다. 캔서 문샷 프로젝트에 쏟는 애정도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대통령을 캔서 문샷의 책임자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캔서 문샷 프로젝트의 윤곽을 잡았고, 이 프로젝트에 18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 캔서 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70여 개의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40개 이상의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캔서 문샷은 미국 대선 이후 복병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며 이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캔서 문샷 프로젝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이긴 뒤에야 다시 추진될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 주요 의제로 떠올랐으며, 현재 의료 분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캔서 문샷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1년 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중단됐던 캔서 문샷 프로젝트를 부활시켰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NCI) 등은 지난 4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추진 계획의 초안도 발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캔서 문샷은 암 예방과 암 조기 검진, 치료법 개발, 암 치료를 위한 건강 관리 시스템 최적화, 데이터 사용 확대, 인력 최적화 등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캔서 문샷을 더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조직 ‘캔서 엑스’도 새롭게 구축했다. 캔서 엑스는 미국의 암 연구소인 모핏 암 센터와 디지털 의학 학회가 이끄는 공공민간 협력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다케다제약 등 92개 기업이 이 조직의 창립 멤버다. 다국적 제약사뿐 아니라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오라클, 인텔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캔서 엑스에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인공지능(AI) 의료기기 기업인 루닛이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캔서 문샷’으로 세계 암 연구 활발

미국 백악관이 암 정복에 힘을 쏟는 이유는 미국에서 암이 주요한 사망 원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암 환자가 196만명 정도 늘어나고, 61만명가량이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 환자가 늘어나면 사회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암 환자가 파산할 확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2배 수준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이 단순히 개인의 건강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 경제 측면에서도 부담을 키운다는 뜻이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암이 생기기 전 이를 조기 치료할 수 있도록 진단하거나, 다양한 정보기술(IT) 역량을 활용해 의료진의 암 진단과 치료를 돕는 R&D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캔서 문샷에 참여하는 기업도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캔서 엑스 참여 기업은 정기 회의를 통해 암 정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켄서 엑스를 통해 다국적 기업과 소통하고 기업의 기술력을 알릴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장점을 노려 캔서 엑스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HLB와 진단 분야 기업인 HLB파나진이 대표적이다. GC셀과 딥바이오, 랩지노믹스, 싸이토젠, 아이엠비디엑스, 엔젠바이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젠큐릭스, 큐브바이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도 자사의 기술력을 앞세워 캔서 엑스 참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캔서 엑스는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지역이나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이 조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재정과 자문 지원, 자료 공유, 임상 수행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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