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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급했나…구글, 차세대 AI 모델 ‘시연 영상’ 편집 시인

“사람처럼 세상 인식”…멀티모달 AI 성능 강조하며 “최고의 AI”
그림 보고 정답 추론한 시연 영상…실시간 촬영 아닌 ‘편집본’
발표와 다른 성능에 이용자 ‘실망’…내부서도 ‘가짜 홍보’ 지적

구글이 야심 차게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제미나이’(Gemini)에 대한 성능이 발표 내용과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시연은 실시간으로 진행되지 않고, 미리 준비된 이미지와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제미나이 로고. [제공 구글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구글이 야심 차게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제미나이’(Gemini)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공개하며 사용한 영상이 ‘실시간 촬영본’이 아닌 ‘편집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이 “가장 뛰어난 AI 모델”이라고 자신한 기능들이 실제론 잘 구현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제미나이’의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시연 영상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글은 지난 6일 제미나이를 공개하면서 약 6분 분량의 시연 영상을 사용했다. AI 챗봇이 이용자와 대화하며 그림·물체를 인식하는 기능이 담겼다. 구글은 영상을 공개하며 “첫 번째 버전인 제미나이 1.0은 구글 딥마인드의 비전을 처음으로 실현했다. 구글이 개발한 가장 포괄적이고 뛰어난 AI 모델”이라고 자신했다.

구글은 또 제미나이를 사람처럼 세상을 인식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멀티모달은 AI가 정보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보는 글·이미지·음성·영상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통상 AI는 한 형태의 정보 처리에만 특화돼 있다. 멀티모달은 이런 AI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마치 ‘사람처럼’ 복합적으로 인식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개발된 기술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학습량에 따라 울트라·프로·나노로 구분해 출시했다. 프로는 구글이 앞서 출시한 AI 챗봇 ‘바드’에 탑재됐다. 제미나이 프로가 탑재된 바드를 사용해 본 이들 사이에서 ‘구현된 기능이 구글의 시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글 측은 이 같은 논란이 확산하자 “시연은 실시간으로 진행되지 않고, 미리 준비된 이미지와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고 털어놨다. 사전에 편집된 시연 영상이란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구글 측은 다만 “영상은 제미나이가 멀티모달 기능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연 영상에서 나온 ‘멀티모달’ 기능들이 잘 세팅된 환경에서 구현된 점을 구글도 인정한 모양새를 보이자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사진 구글 영상 캡처]

시연 영상에는 사람이 종이에 펜으로 오리를 그리자, 제미나이가 ‘새’임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학 문제와 이를 푼 과정을 본 뒤엔, 틀린 부분을 짚고 올바른 수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골프공과 달 사진을 본 뒤엔 “달은 인간이 골프를 쳤던 유일한 천체다. 1971년 ‘아폴로 14호’ 승무원이 달 표면에서 골프공 두 개를 쳤다”고 답하기도 했다. 햇살이 들이치는 방 사진을 보여 주고 집의 방향을 묻자 “남향”이라고 맞혔다.

이런 기능들이 실제론 잘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은 제미나이 공개 직후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실제로 제미나이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텍스트로 제미나이에게 과제를 줬지만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해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가위·바위·보 사진을 보고 이를 ‘놀이’로 정확히 맞춘 장면과 달리, 실제론 더 상세한 질문과 동작을 보여줘야 추론이 가능했다.

더버지 역시 “제미나이가 주변 세계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반응하면서 사람과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구글의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익명의 구글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확실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제미나이) 홍보용 동영상에 넣어서 대중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제미나이 프로가 탑재된 바드를 사용해 보고 ‘최근 정보에 답변을 잘 내놓지 못한다’, ‘논란이 되는 주제에 답변을 회피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구글이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의 진격을 의식, 성급하게 모델을 공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MS는 ‘챗GPT’ 개발 기업 오픈AI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AI 서비스를 고도화 중이다.

구글은 가장 고성능의 제미나이 울트라를 내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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