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은 옛말…'신뢰와 소통' 리더십이 성공의 '끈'
[심민현 어펄마캐피탈 Private Equity 부문 대표 인터뷰]
메가딜로 역량 증명…펀드레이징 혹한기 속 잇단 펀딩 성공
HR출신 PE맨의 업무 철학 “오랜 관계 속 신뢰 형성 중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최근 펀드레이징 혹한기 속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는 곳이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Affirma Capital)이 그 주인공이다. 어펄마캐피탈의 Private Equity부분은 현재 심민현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다. 올해 7월 심 대표는 2019년 스핀오프(분사) 이후 첫 글로벌파트너로 승진했다.
심 대표는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투자원금 대비 약 14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메가딜로 역량을 증명해낸 인물이다. 그의 역량만 봤을 때는 '냉정한 투자가’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심 대표는 인사(HR)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답게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을 중시한다. 그렇게 이어온 ‘신뢰’라는 끈이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방정식을 실현할 수 있는 그의 내공이 되고 있는 듯하다.
어펄마캐피탈은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로 누적 운용자산(AUM)은 10조원 수준이다. 한국에는 2조3000억원 정도 투자했다. 어펄마캐피탈은 지난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 부문에서 분사했다. 현재 글로벌파트너가 총 8명인데, 심 대표가 지난 7월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포함됐다.
그는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SK텔레콤에서 인턴십을 했던 HR부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3년 8개월 근무 후, 기업 경영에 좀 더 영향력 있게 참여하고자 인시아드(INSEAD) MBA에 진학했다. 졸업 이후 SC PE에 한국 오피스 오픈 직후 합류하며 그가 꿈꾸던 PE(Private Equity, 사모투자)맨으로 변신, 새로운 인생을 걷게 됐다.
과거 해외 사모펀드는 소위 기업 사냥꾼이란 인식이 강했다. 보통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3년에서 5년 정도 기업 가치를 키운 다음 높은 가격에 매각을 하고 떠났고, 그간 높은 배당금까지 챙겨서다. 하지만 심 대표는 사모펀드가 주는 순기능도 많다고 한다. 매각 차익으로 연금이나 공제회 등의 공공기관의 자본이익 창출에 기여하고, 구조 조정 중심의 전략보다는 성장 전략 중심의 투자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저희가 인수하면 보통 고용이 줄 것 같지만 더 늘어난다. 사람을 많이 뽑아서 더 가치를 창출한다”며 “수출 경쟁력을 확대시키고, 동종 혹은 이종 업계에 인수합병(M&A)시 인수한 회사 밑으로 붙여서 키운다든지 이렇게 좀 확장 전략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R→PE맨으로 변신…메가딜 성공하며 역량 증명
심 대표가 주도한 대표적인 딜로 꼽히는 EMC홀딩스 매각도 대표적인 볼트온(Bolt-on) M&A 사례다. 볼트온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전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다. 어펄마캐피탈(당시 SC PE)은 2009년 6월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지분 45%를 500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2016년 잔여 지분 55%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 사이 이 회사 밑으로 6개의 M&A를 단행했다. 수처리라는 캐시플로우(현금창출력) 활용해 소각, 매립 같은 비즈니스를 인수해 종합환경회사로 기업가치를 높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같은 환경에 관심 있는 회사들이 생길 것이라는 심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EMC홀딩스는 2020년 12월 SK에코플랜트에 1조500억원에 매각되며 높은 수익률을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안겼다.
EMC 딜이 대표적으로 꼽히며 어펄마캐피탈은 환경·폐기물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외에도 선우프레시, 화성코스메틱, 광진화학, 성경식품, JTC, 테라핀스튜디오 등 다양한 산업분야서 투자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심 대표는 지난 15년간 총 30여건의 크고 작은 M&A와 자금 회수(Exit·엑시트)를 통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면서, 전략과 재무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스스로 하고 있는 업을 다시 정의해보니, 전략이나 재무는 부수적이고, HR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15개의 투자회사와 30여명의 C-레벨(C-level·부문별 최고책임자) 임원들과 호흡을 맞추어서 각 회사별로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각 사별 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에 맞는 C-level 임원을 채용, 배치하고, 업무 환경을 제공해주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이 일종의 지주사 개념이지만 ‘콘트롤’(Control)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대기업 지주사와는 역할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와 로컬 프랙틱스(Local practice)를 통역하는 역할이고, 지나친 경영 간섭은 오히려 업의 본질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PE도 HR…적재적소에 맞는 C-level 발탁 중요
그렇다보니 심 대표만의 C-level 채용 원칙도 있다. 우선 그는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은 지양한다. 지인을 주요 채용통로로 삼되 대기업 임원 출신은 선호하지 않는다. 심 대표는 “C-level 30명 중에 헤드헌터 채용은 한 명도 없고, 모두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으로 소개받고. 그 분들과 여러 해 지내면서 적절한 포지션이 오픈 될 때 제안을 드리는 구조다”며 “개인적으로는 15년 알고 지낸 동생도 있고, 14년 전 투자한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만난 분이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인수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없는 사람을 선호한다. 카카오톡(카톡) 같은 메신저로 얘기하고, 언제든 24시간 서로 쉽게 전화도 주고받는 소통을 하는 식이다. 그 역시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자신의 일정이 적힌 캘린더를 전 직원과 공유한다. 업무가 없는 주말에는 양복이 아닌 편한 차림으로 회사 경영진이나 직원들의 카톡 요청에 따라 맥주 한잔하며 대화하는 자리도 종종 갖는다.
특히 심 대표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감성적인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업에 맞는 C-level 리더십을 발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업 인수 단계(Stage)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이 필요하기도 하다. 인수 초기에는 유연한 리더십 스타일의 C-level을 선두에 세웠다가, 인수 중반 이후에는 강한 리더십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각 C-level 후보들의 이력, 업무스타일, 리더십 스타일, 성향, 가정 사정, 심지어는 주량 내지는 술버릇까지 잘 알고 있어야, 업의 본질과 매칭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업무 자체가 사람을 많이 만나야하고, 투자자나 투자처에 대한 시간 할애가 대부분이다. 심 대표는 기업에 계신 경영진들을 만나게 되면, 항상 ‘이분과 같이 일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그분들과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심 대표는 “그분들 입장에서도 커리어(Career)의 큰 변화이기 때문에 쉽게 우리랑 일하는 것을 결정하지는 못 한다”며 “오랜 신뢰 관계와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모습들을 보고, 그들과 친분이 또 생기고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E 전 과정에 관계·소통 중요…‘신뢰’가 열쇠
심 대표가 심혈을 기울이는 관계와 소통 속에 신뢰로 빚어진 인연은 ‘펀딩-투자-경영-투자회수(EXIT)’ 등 PE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그는 “PE의 라이프 사이클을 보면은 돈을 모아서 펀딩을 하고, 좋은 투자처를 찾아서 투자를 하고, 그 다음에 잘 경영을 하고, 또 그 다음에 잘 파는 거다”며 “사실 제일 중요한 게 펀딩이다. 펀딩이 안 되면 뒤에 과정은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랙레코드를 잘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큰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펀딩 전략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맞는 C-level 인사 전략이 필요하다. 이후 투자회수 단계에서는 ‘살 때부터 어떻게 팔지, 어디다 팔지 등 이런 거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실적 고공행진으로 내년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에이피알(APR)에 대한 투자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얻은 신뢰, C-level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뤄졌다. 심 대표는 “APR이 좋은 회사였지만 저희가 투자하기에는 작은 회사였다”며 “조금 검토해 보다 2~3년 뒤 다시 한 번 회사를 들여다봤더니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여전히 기존에 투자한 곳들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 작은 회사였다”며 “하지만 주목했던 것은 김병훈 대표와 신재하 부대표가 내실 있게 원칙대로 경영을 잘한다는 점이었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심 대표는 자신만의 원칙과 경영철학에 따라 유동성이 부족한 시기에 5개월 동안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그는 “지난 5호펀드 설립 시 목표금액을 초과한 5430억원을 모았고, 추가적으로 자금 확보를 통해 6호 펀드를 성공적으로 설립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사별로 다른 인사시스템을 통일해, C-level을 시스템화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기적인 목표다. HR출신의 PE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을 활용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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