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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대응 1년…뛰는 ‘네이버’와 발도 못 뗀 ‘카카오’

[챗GPT 1년, 세상이 변하다]②
챗GPT 등장에 양대 플랫폼 ‘위기감’ 확산…연초부터 ‘AI 개발 계획’ 발표
네이버, 생성형 AI로 ‘돈’ 벌고 서비스 강화…카카오, 차세대 모델 출시 불투명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8월 기술 콘퍼런스 발표 중)
“10월 이후 파운데이션(기반) AI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8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중)

미국 기업 오픈AI(Open AI)가 챗GPT(Chat GPT)를 내놨다. 한국시간으로 2022년 12월 1일 서비스를 시작한 챗GPT는 등장과 동시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강타했다. 질문에 유려한 답변을 내놓는 AI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시장의 시선은 네이버·카카오로 향했다. “생성형 AI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국민 플랫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란 우려에서다. IT업계 전반에서 생성형 AI 기능이 특히 네이버·카카오의 주력 서비스를 파고들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검색·메신저 분야에서 파급력을 지녔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국내 플랫폼 시장이 생성형 AI 원천 기술을 지닌 외산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단 위기감도 번졌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092만명으로 국내 1위다. 네이버 이 기간 3857만명(검색 앱 기준)을 기록했다. PC 사용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5155만명의 모든 국민이 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카카오는 챗GPT 등장으로 이 같은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단 시장의 우려가 나오자, 일찍이 AI 개발 비전을 내놨다. 양사는 2월 각각 별도의 행사를 열고 “한국 시장에서 여전히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사의 핵심 서비스는 다르지만, AI 개발만큼은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네이버는 2021년 5월 내놓은 하이퍼클로바를, 카카오는 2021년 11월 선보인 코(Ko)-GPT란 자체 모델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사는 구체적으로 두 기존 모델을 생성형 서비스에 맞춰 고도화, 한국 특화 서비스를 구축하겠단 구상을 ‘챗GPT 대응안’으로 내놨다.

챗GPT는 한글 등 비영어권 언어로도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영어에 비해 정확도와 답변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사 모두 이 지점을 파고들어 성과를 내겠단 비슷한 전략을 세웠다.

시작은 같았는데…

챗GPT 등장 후 1년이 지났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의 성과는 현재 사뭇 다르다. 네이버는 8월 24일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검색·콘텐츠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마련했다. 이용자를 계속 플랫폼에 붙잡아 둘 생성형 AI 서비스를 대거 공개하며 경쟁력을 지속해 끌어올렸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다수의 솔루션을 출시했다. 생성형 AI 기술로 ‘돈’을 벌고 있단 뜻이다. 현재 초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매우 드물다.

반면 카카오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코-GPT 2.0’을 당초 상반기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를 하반기로 연기한 바 있다. 지난 8월 2023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10월 이후’로 다시 한번 출시 일정을 미뤘다. 카카오는 심지어 11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출시 계획보단 여전히 ‘개발 방향성’만 언급했다. 2023년이 끝나가는 현시점에도 카카오의 차세대 모델 출시는 요원하다. 카카오톡 플랫폼에는 생성형 AI 서비스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자체 모델의 부재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연내 출시 기조는 변화한 게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간 ‘한국 특화·모델 경량화·콘텐츠 추천’ 등을 AI 서비스 개발 방향성으로 제시했는데, 모두 말뿐이라서 전략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단이 전무하다”며 “IT 역량이 핵심인 플랫폼 기업이 통신·게임·제조 기업도 내놓은 초대규모 AI 모델을 지금껏 공개하지 못하면서, 업계에선 ‘기술력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AI 기술력’ 서비스·상품으로 입증한 네이버

카카오가 주춤할 때 네이버는 ‘한국 최대 플랫폼 기업’의 면모를 드러냈다. 연초 공개한 AI 개발 비전과 계획을 차근히 이뤄가면서 자사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수익화 측면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꾸준히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2013년 사내 기술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를 출범하는 등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네이버의 매출 대비 연간 R&D 투자 금액은 22~25%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2조원 정도를 R&D에 지출했다. AI 개발에 오랜 시간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하면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쌓았단 의미다.

실제로 네이버는 2022년에만 세계 정상급 AI 학회에 107건의 정규 논문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네이버클라우드가 발표한 논문 61건이 채택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AI 연구 동향 분석 플랫폼 ‘제타알파’(Zeta Alpha)가 한 기업의 피인용 상위 100건에 해당하는 논문 비율을 조사한 자료에서 네이버는 세계 6위에 올랐다. 인텔(7위)·구글(10위)보다 순위가 높다.

AI 서비스 개발 영역에서도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다. 회사는 2021년 5월 하이퍼클로바를 ‘국내 첫 초대규모 AI 모델’로 공개한 뒤, 추천·번역·요약 등의 서비스를 지속해 자사 플랫폼에 적용했다. 기술력만큼이나 ‘활용’ 영역에서도 역량을 쌓은 셈이다. 이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생성형 AI 시대에 네이버가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실제로 하이퍼클로바X 공개 후 생성형 AI 서비스를 전방위 영역에 발 빠르게 접목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초기 챗GPT에 접목된 GPT-3.5 모델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국내 시장에 가장 적합한 AI 서비스 마련을 네이버가 줄곧 자신했던 이유다.

네이버 통합검색에 생성형 AI 검색  ‘큐:’(CUE:) 기능이 접목된 화면 예시. [제공 네이버]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네이버판 챗GPT’로 불리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8월) ▲생성형 AI 검색 ‘큐:’(9월) ▲블로그 등에서 창작자가 활용할 수 있는 생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10월) 등을 시험 버전으로 순차 공개했다. 12월엔 큐:와 통합검색을 결합, 본격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플랫폼 전면에 내세웠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간 플랫폼 내 확보한 방대한 콘텐츠와 다양한 서비스를 검색으로 묶어 제공하는 기능”이라며 “사용자의 복잡 의도와 긴 질의도 이해하는 검색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클로바X에 ‘스킬’이란 기능을 마련, 그간 나온 다양한 챗봇과 차별화를 꾀했다. 스킬은 그간 생성형 AI의 한계로 지적된 ▲최신 정보 탐색 미흡 ▲장소 예약·상품 구매와 같은 서비스 연계 기능 부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킬을 켜면 특정 영역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고, 대화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출시와 동시에 쇼핑·여행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쏘카’와 협력해 차량 공유 기능을 ‘스킬’에 추가했다. 외부 서비스도 클로바X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동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울프람알파·인터파크·캐치테이블 등과 스킬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업로드한 문서 파일의 내용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넥터’도 클로바X의 강점으로 꼽힌다.

큐:와 클로바X 등 소비자향(B2C) 서비스가 ‘이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B2B 솔루션은 수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기업 전용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 ▲AI 개발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등을 출시, 생성형 AI B2B 사업을 본격화했다. 두 솔루션은 공공 기관·기업이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저마다 자체 모델을 마련하는 데 특화돼 있다.

챗GPT나 구글의 ‘바드’ 등은 질문을 학습데이터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업·공공에서 해당 챗봇을 업무에 활용한다면 내부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될 수 있다. 네이버 솔루션을 쓰면 이 같은 데이터 유출 우려 없이 생성형 AI 기능을 업무에 활용 가능하다. 자체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에서 제공한 정보를 학습데이터로 활용, 답변의 정확도가 높다는 점도 B2B 솔루션 확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 시장에 특화해 개발된 만큼 국내 기업으로부터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이전인 1월부터 8월까지 이미 공공·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교육·유통·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과 총 17개의 생성형 AI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12월 기준 MOU는 총 31개로 늘었다. 협약을 맺은 기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스마일게이트·미래에셋증권·SK C&C·한글과컴퓨터·CJ올리브네트웍스·현대백화점·호텔신라·현대건설 등이 네이버의 기술을 통해 자사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 시장에 특화된 AI 기술을 서비스·상품 등으로 입증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생성형 AI 기술로 수익을 올리는 세계 몇 없는 기업으로 등극, 해당 분야에서 국내 맏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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