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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빚는’ 크라우드웍스…“똑똑한 모델 원하세요? 답은 데이터에 있어요” [이코노 인터뷰]

[챗GPT 1년, 세상이 변하다]④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 인터뷰
국내 유일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운영’ 상장사…“AI 열풍 반가워”
“알파고 보고 데이터 사업 가능성 확신…올해 BEP 달성 목표”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유려한 문장을 써낸다. 조건을 일러주면 이에 맞춰 그림도 척척 그린다. 대화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장소 예약이나 상품 구매도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발표 자료·데이터 분석·정보 요약·회의록 작성 등 업무 영역도 효율화됐다. 프로그램 코딩과 같은 개발 분야나 음악·소설 창작 영역에서도 조언받을 수 있다. 심지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연구·법률·의료 등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관측된다. 챗GPT 등장 후 1년,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개발 열풍이 바꿔놓은 풍경이다.

챗GPT 등장은 ‘아이폰 모멘트’로 비유됐다. 현대인의 손을 점령한 ‘스마트폰 등장’과 같은 규모의 변화가 챗GPT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에서 나왔다. 세계 굴지의 빅테크들은 AI 기술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상품이 나왔고, 생성형 AI 기술은 우리 일상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일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는 ‘잘 그린 그림’에 비유되곤 한다. 매력적인 그림에 열광하듯, 잘 구축된 기능에 사람이 몰렸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요인이 필요하다. 초대규모 AI(Hyperscale AI) 혹은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로 불리는 ‘기반 인프라’와 여기에 넣을 ‘학습 데이터’가 그것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잘 그린 그림’이라면 LLM은 도화지와 같다. LLM은 통상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 수로 그 성능을 가늠하는데, 규모가 클수록 더 거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구조다. 매개변수 규모가 클수록 더 다양한 범위에서, 더욱 높은 성능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오픈AI·구글·텐센트는 물론 네이버·LG·KT·SKT 등 국내외 IT 기업들이 LLM 규모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라우드웍스는 이런 기업에 ‘물감’을 제공하는 곳이다. 도화지에 ‘목적에 맞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적합한 색상이 필요하다. ‘잘 세팅된’ 학습 데이터를 초대규모 AI 모델에 넣어야 ‘잘 구동하는’ 생성형 AI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단 의미다. 크라우드웍스는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 운영 기업 중 최초로 지난 8월 31일 코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하며 IT업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크라우드웍스는 한국제10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이란 좁은 문을 설립 6.4년 만에 통과했다. 스타트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평균 14.3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수록 크라우드웍스가 마련하는 학습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sition Company·기업인수목적회사)은 인수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서류상 회사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모아 비상장기업을 인수 합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다. 합병에 성공하면 해당 종목의 이름은 인수된 기업으로 바뀐다.

최근 강남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는 “5번의 창업 끝에 상장에 성공했다”며 “그간의 경험을 통해 ‘실패하지 않는 법’을 익혔고, 이는 설립 7년도 안 돼 회사가 상장에 이를 정도로 ‘압축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종류의 AI에 가장 적합한 학습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본다”며 “AI 시장과 데이터 시장은 항상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AI 시장은 성장이 담보된 분야로 꼽히는데, 데이터 시장 역시 빠르게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이 중에서도 AI 학습 데이터 분야에서 세계적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98년 에이전텍 창업을 시작으로 ▲메타와이즈(2000년) ▲아카데미엑스(2016년) ▲크라우드웍스(2017년) 등을 창업했다.

“알파고 보고 사업 가능성 확신”

박 대표는 “창업은 물론 다양한 IT 기업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AI 학습 데이터’가 미래 먹거리가 되리라고 확신했다”며 “물론 챗GPT 등장으로 생성형 AI 개발 열풍이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데이터 분야가 주목받으리라는 점은 명확하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생성형 AI’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때인 2017년 4월 크라우드웍스를 설립했다. 일찍이 시장에 진출한 덕분에 선점 효과를 누렸고, 현재 국내 학습 데이터 분야 선두 기업에 올랐다. 그는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로 AI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했다. 네이버와 같은 국내 IT 대기업이 AI 분야에 주목하며 투자를 급격하게 늘린 시기도 이때부터다”며 “AI 전문 기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는데, 이를 운영하면서 데이터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밀접하게 느꼈다. 그만큼 시장 가능성을 일찍이 볼 수 있었고, IT 기업 대다수가 내가 했던 고민을 느낄 때가 빠르게 오리라고 생각해 크라우드웍스를 설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그의 판단이 옳았음은 챗GPT 등장으로 입증됐다. 박 대표는 “그간 치열하게 회사의 역량을 쌓은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찾아온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크라우드웍스의 핵심 사업은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AI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크라우드웍스 온라인 서비스’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각 정보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라벨링)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지를 보고 각 객체에 간판·영수증·차량·신호등 등을 입력해 주는 과정이 있어야 ‘학습 데이터’로서 가치가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작업은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며 “AI는 사람 손으로 커 나가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12월 기준 크라우드웍스 내에서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수행하는 라벨러는 약 56만6000명이다. 그간 2억5051만건의 작업이 이뤄졌다. 크라우드웍스가 라벨러에게 공유한 수익은 117억4200만원에 달한다. 회사는 또 ▲워크스테이지(폐쇄형 AI 데이터 구축 도구) ▲크라우드 아카데미(데이터 라벨러 교육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며 AI 학습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삼성전자·KT·KB국민은행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430개가 넘는 고객사를 보유 중이다. 박 대표는 “코스피 IT 기업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중 70%가 크라우드웍스 고객”이라며 “챗GPT 등장으로 기업 내 특화 AI 서비스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는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다. 크라우드웍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데이터 구축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 네이버와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 협업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AI 개발 열풍에 따라 지속 우상향했다. 연결 기준 ▲2020년 74억원 ▲2021년 87억원 ▲2022년 1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누적 영업 손실 13억6000만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 기간 누적 매출은 180억원으로 집계되며 사업 외연 확장 측면에서 성과를 보였다. 박 대표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챗GPT 등장 후 1년간 무엇이 달라졌느냐’란 질문엔 “과거 AI 기술에 대한 무용론과 부정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AI 기술이 대중화로 개인의 일상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기업들의 인식도 변화하면서 업무 도입을 위한 기술실증(PoC)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실제로 도입 가능한 영역이 점차 세분되고 있다고 본다. 명확한 수요는 크라우드웍스 솔루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 사업 확장을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24년 사업 계획에 대해선 “국내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일본·유럽·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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