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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왕국’ 韓시장 노크하는 글로벌 커피브랜드

[韓 커피시장 재편될까]①
인텔리젠시아·피츠커피 등도 국내 출점 계획
“국내 소비자 니즈에 맞는 현지화 전략 필요”

캐나다 커피 전문 브랜드 팀홀튼 1호점이 오픈한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팀홀튼커피 신논현역점 앞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2023년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유로모니터 기준)은 연간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국민 음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길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만 봐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알 수 있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은 9만6650개로 전년 동월(9만2468개) 대비 4200개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커피 시장의 증가세를 눈여겨 본 유명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도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 12월 14일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한국에 1호점을 열었고 북미 지역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한국에 잇달아 진출,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기세다. 업계에선 국내 커피 시장의 지나친 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줄 섰다

캐나다 ‘국민커피’인 팀홀튼은 신논현역에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28일 선릉역에 2호점을 열었다. 드라이브 스루를 비롯한 다양한 타입의 매장 모델로의 확대 또한 검토 중이다. 팀홀튼은 적극적인 점포 확대 전략을 펼쳐 5년 내 국내 매장을 1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팀홀튼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빠르게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팀홀튼 측은 “한국은 커피 문화가 강하고 새로운 음식 경험을 시도하는 고객들이 많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한 인텔리젠시아는 중남미와 동아프리카 생산자로부터 커피 원두를 직접 수입해 최상급 품질을 내세운다. 커피 수입·유통 전문 회사인 MH파트너스가 최근 한국에 독점적으로 인텔리젠시아 커피 매장을 열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국내 첫 매장은 미국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글로벌 1호 매장이기도 하다.

미국 서부지역 3대 커피 ‘피츠커피’도 지난해 5월 국내에 상표권을 등록하며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1966년 설립된 피츠커피는 미국에서 프리미엄 커피 시장을 연 선구자로 불린다. 스타벅스의 창업자들이 회사를 세우기 전 피츠커피 창업자 앨프리드 피트로부터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출점 시기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2의 스타벅스’ 될 수 있을까

글로벌 브랜드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선 이유는 한국의 커피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커피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제2의 스타벅스’를 노리는 모양새다.

일단 스타벅스의 영향력은 견고하다. 2021~2022년 연매출 2조원을 넘기며 이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기준 국내 점포 수는 1870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벅스에서 시민이 구입한 커피를 집어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가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는 9만900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점포 수로는 3000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이디야커피가 선두에 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앞서 국내에 진출했던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힘을 쓰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한 ‘블루보틀’은 4년 간 13개 매장을 열었다. 서울 성수동에 1호 매장을 낸 뒤 2021년 영업이익 27억원을 달성하며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매장이 서울 중심에 몰려있고, 지방에는 제주 매장 단 한 곳뿐으로 입지를 크게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퍼센트 아라비카, 베트남 콩카페, 덴마크 에이프릴커피 등 각국 커피 명가라고 하는 브랜드들이 야심 차게 국내 매장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반짝 관심을 끈 뒤로는 주춤해진 상황이다.

또한 최근 국내 커피 업계의 ‘가성비’ 돌풍도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저가 커피 브랜드 대표주자인 메가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본 사이즈 가격이 2000원이다. 또 다른 저가 프랜차이즈인 빽다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원이다. 팀홀튼도 가성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선 가격이 높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해 낯설어하지 않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다른 나라에 진출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국내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맞춤 전략과 현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주목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지에 맞는 전략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얼마만큼 국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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