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290만 신파일러 위한 금융 관문, ‘통신데이터’로 연다 [이코노 인터뷰]
-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이사
통신비 납부 이력, 금융 연체 예측 선행지표
‘금융포용’에서 ‘사회적 신용’으로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신용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비대칭을 해소해 전 국민이 공정한 금융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적 금융거래 이력에만 의존하던 기존 신용평가체계는 사회 초년생·주부·프리랜서 등 1290만명의 ‘신파일러’(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를 배제해 금융 소외를 심화시키고, 기존 점수 보유자도 점수 인플레이션으로 혜택 변별력을 잃고 있다. 이미 신용 점수를 보유한 이용자들도 최근 신용 점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위권과 하위권의 분별력이 떨어져, 대출 우대금리나 신용한도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이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금융 이력뿐만이 아닌 통신데이터를 통해 개인이 신용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이 나타났다. 바로 국내 통신 3사(SKT, KT, LG U+)와 SGI서울보증보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5개사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통신대안평가’다.
문재남 통신대안평가 대표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사회 초년생을 비롯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이들 집단은 정기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금융거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통신데이터는 이들의 일상적 생활 패턴을 반영하는 ‘비(非)금융정보’로 매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통신비 납부 이력을 통해 숨은 상환 의지를 객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경쟁력…80% 정보 확보가 승부처”
통신 데이터로 개인의 신용도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통신비 납부, 연체 이력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다. 실제로 통신비를 꾸준히 잘 납부하는 고객들의 경우 금융 이력 기반의 신용 점수도 높게 나타난다. 또 통신비의 경우 금융 연체가 발생하기 전에 통신비가 선행해서 연체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통신비를 미납 없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잘 납부한 고객들의 신용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실제 통신대안평가 자체 분석 결과, 통신 연체는 금융 연체를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안평가 활용 시 신파일러의 변별력이 약 20% 향상됐으며, 외국인의 경우 약 4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 불량률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약 2배의 성능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대안평가는 이 같은 통신데이터를 입력값으로 ‘이퀄’(EQUAL) 신용 점수를 산출해 내고 있다. 단, 대출 실행 여부나 한도, 금리 책정 등 최종 결정은 각 금융사가 기존 금융거래 기반 점수, 자체 스코어링 시스템(CSS)과 함께 EQUAL 점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뤄진다.
문 대표는 “통신3사의 통신데이터는 누구나 1인 1단말을 사용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통신비 납부라는 이벤트가 발생한다”며 “그 속에 개인의 삶 즉, 라이프스타일이 녹아있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데 아주 파워풀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비는 다른 연체보다 먼저 미납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출·카드 연체가 발생하기 전, 통신비 미납이 먼저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며 “반대로 통신비를 장기·꾸준히 납부해 온 고객은 금융 이력 기반 신용점수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통신데이터는 가입 이력 연속성이 보장되고, 라이프스타일·소비·관리 성향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며 “금융 거래 데이터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리스크와 기회를 모두 다층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통신대안평가는 2024년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전문개인신용평가업에 대한 인허가를 취득한 이후 현재까지 KB금융지주 5개 주요 계열사와 케이뱅크, 롯데카드, SBI저축은행 등 13개 금융사와 계약을 맺었다. 문 대표는 “인허가 1년 만에 10여개 이상의 금융사와 계약을 맺은 것은 신용평가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행정동 단위 주거·직장 위치 정보, 소액결제 내역 등 2차 데이터를 추가 받아 사기 방지 및 고객 검증 고도화에 나선다. 또한 만 14세 이상 내·외국인 누구나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는 개인 간 거래(B2C) 개인신용관리 앱을 출시해 실시간 신용 점수 조회·알림·차단 기능을 제공, 소비자가 스스로 신용을 관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내년까지 경영 목표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렌탈·전자제품 등 비금융권으로의 진출이다. 그는 “LG전자 등 제조사는 물론, 렌탈업체 고객에게도 ‘이퀄’ 점수를 제공하겠다”며 “제품 구입·렌탈 계약 시 신용평가를 도입함으로써, 통신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의 쓰임새를 전방위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국내 금융기관의 약 80%가 자체 리스크·신용평가 프로세스에 ‘이퀄’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이미 초기 회원사 중 절반 이상이 대형 시중은행”이라며 “내년에는 80% 이상의 금융사가 통신대안평가를 리스크 관리의 필수 요소로 삼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년 내 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전통 CB(신용평가기관)와 동등한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그는 “모든 금융·비금융 제휴사를 우리 생태계에 락인한 뒤 ‘정식 CB’로 전환할 것”이라는 비전 아래 내년부터 본격적인 고객 확보 및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퀄’이 산출하는 신용 점수 외에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도 확대한다. 문 대표는 “CB 사업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구축, API 기반 부가 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라며 “초기에는 대략 매출의 30%가 데이터 서비스에서, IT 고도화가 완료되면 50% 이상이 해당 사업부문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머신러닝 모델 및 평가 모형 개발 인력을 단계적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끝으로 문 대표는 향후 목표로 금융포용을 넘어 ‘사회적 신용’ 영역의 확장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금융거래가 없는 사람도, 통신·생활요금·공공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만으로 신용을 쌓게 하겠다”며 “이를 통해 금융기관 중심이 아닌 국민 중심의 신용평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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