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뜨고 ‘피자’ 지고…희비 엇갈린 까닭
[외면받는 피자] ①
피자업계, 불황에도 잇따른 가격 인상…가격 경쟁력 잃어
‘가성비’ 버거에 밀려…‘비싸다’ 인식 강해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오랜 시간 국내 피자업계를 선도한 피자헛·도미노피자 등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밀가루·치즈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들 업체들이 메뉴 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저가 프랜차이즈 피자와 냉동 피자가 대중화된 것도 피자업체들의 입지가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반면 피자와 더불어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 격인 버거 업계는 시장을 확장 중이다. 브랜드별 정체성을 공고히 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또 버거는 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 고물가 속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수혜주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피자헛·도미노피자 등 실적 악화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2022년 매출은 1020억930만원이었다. 매출은 직전 해보다 5.6%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손실이 2억56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순손실도 92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피자헛은 2019년부터 줄곧 영업이익이 줄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10월 ‘CEO 교체’라는 강수를 두며 재정비에 나섰다. 마케팅 전문가로 10년 넘게 한국 피자헛에 몸담으며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역임한 조윤상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2022년 매출액은 2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93.1%나 감소했다.
한국파파존스 역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2020년 617억9420만원에서 2022년 664억6590만원으로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3.9% 감소해 47억992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91.3% 줄어든 39억2300만원에 그쳤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도 2022년 매출 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고, 영업손실 12억90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의 가장 큰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 악화가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크게 올랐고, 치즈 가격 폭등과 글로벌 물류 대란 등으로 피자 업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제는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피자 한 판 가격은 4만원을 훌쩍 넘는다.
냉동피자 등 간편식과 1인 가구 비중이 커진 것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냉동피자, 가성비 PB상품들이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고객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프리미엄 피자 외에 중저가 피자와 1인용 피자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사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피자헤븐을 인수한 맘스터치는 내년까지 피자 매장 200개 출점을 목표로 제시, 피자 사업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도 2022년 ‘노브랜드 피자’를 론칭하고 가맹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굽네치킨 운영사인 지앤푸드도 1인용 소형 피자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나섰다.
쪼그라드는 피자 시장…버거는 훨훨
국내 피자 시장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에서 2022년 1조2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40% 감소했다.
피자와 패스트푸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버거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쉐이크쉑을 시작으로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한국에 속속 진출하며 버거 시장 판 자체를 키우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미국 햄버거 브랜드 ‘재거스’를 국내에 입점시킬 계획을 밝히는 등 버거 시장의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9600억원에서 2022년 4조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는 5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버거의 인기 요인이다. 햄버거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1인당 1만원 이하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한 번 사먹는 데 4만원이 드는 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버거 브랜드의 잇단 상륙에 국내 토종 버거들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확대하고 저마다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정체성과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쌓아온 국내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한 메뉴를 출시, 차별화된 맛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해외 버거와 토종 버거의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각 사 경쟁력을 제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피자, 버거 등 패스트푸드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로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특히 피자는 출산율 감소와 1인 가구 증가로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메뉴를 출시해도 피자의 대체제가 많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며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 또한 잇따라 피자 가맹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있어 국내 피자 업계의 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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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자와 더불어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 격인 버거 업계는 시장을 확장 중이다. 브랜드별 정체성을 공고히 함으로써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또 버거는 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 고물가 속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수혜주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피자헛·도미노피자 등 실적 악화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2022년 매출은 1020억930만원이었다. 매출은 직전 해보다 5.6%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손실이 2억56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순손실도 92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피자헛은 2019년부터 줄곧 영업이익이 줄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10월 ‘CEO 교체’라는 강수를 두며 재정비에 나섰다. 마케팅 전문가로 10년 넘게 한국 피자헛에 몸담으며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역임한 조윤상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2022년 매출액은 20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93.1%나 감소했다.
한국파파존스 역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2020년 617억9420만원에서 2022년 664억6590만원으로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3.9% 감소해 47억992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91.3% 줄어든 39억2300만원에 그쳤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도 2022년 매출 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고, 영업손실 12억90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의 가장 큰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 악화가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크게 올랐고, 치즈 가격 폭등과 글로벌 물류 대란 등으로 피자 업계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제는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피자 한 판 가격은 4만원을 훌쩍 넘는다.
냉동피자 등 간편식과 1인 가구 비중이 커진 것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냉동피자, 가성비 PB상품들이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고객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프리미엄 피자 외에 중저가 피자와 1인용 피자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쟁사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피자헤븐을 인수한 맘스터치는 내년까지 피자 매장 200개 출점을 목표로 제시, 피자 사업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도 2022년 ‘노브랜드 피자’를 론칭하고 가맹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굽네치킨 운영사인 지앤푸드도 1인용 소형 피자를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나섰다.
쪼그라드는 피자 시장…버거는 훨훨
국내 피자 시장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에서 2022년 1조2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40% 감소했다.
피자와 패스트푸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버거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쉐이크쉑을 시작으로 파이브가이즈, 슈퍼두퍼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한국에 속속 진출하며 버거 시장 판 자체를 키우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미국 햄버거 브랜드 ‘재거스’를 국내에 입점시킬 계획을 밝히는 등 버거 시장의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9600억원에서 2022년 4조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는 5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버거의 인기 요인이다. 햄버거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1인당 1만원 이하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한 번 사먹는 데 4만원이 드는 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버거 브랜드의 잇단 상륙에 국내 토종 버거들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확대하고 저마다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며 정체성과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쌓아온 국내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한 메뉴를 출시, 차별화된 맛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해외 버거와 토종 버거의 치열한 경쟁은 오히려 각 사 경쟁력을 제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피자, 버거 등 패스트푸드 내수 시장은 포화 상태로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특히 피자는 출산율 감소와 1인 가구 증가로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메뉴를 출시해도 피자의 대체제가 많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며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들 또한 잇따라 피자 가맹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있어 국내 피자 업계의 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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