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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마이스 산업 그리고 경쟁력[김현아의 시티라이브]

MICE의 꽃 CES…전 세계 지식인‧기업인‧정치인 한자리에
도시 장점과 특징 살린 브랜드화‧마케팅 통해 경쟁력 키워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둘째 날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57번째를 맞이하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로 시끌벅적하다. 각국의 주요 기업 임직원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장차관, 정치인 등 CES 참여 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 이 시즌만큼은 SNS의 주요 인플루언서들의 CES 목격담으로 시끌시끌하다. 

2024년 CES에는 3500여 개의 글로벌 기업과 14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시회는 1967년에 처음 시작됐고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2015년부터인데 첨단 기술 트렌드쇼의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보통 이런 전시회를 개최하려면 14만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및 음식점 그리고 교통 시스템 등 제반 인프라가 수반되어야 한다.

도시관광의 큰손 인센티브 관광

여기서 잠깐 도시의 MICE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MICE란 Meetings(회의), Incentives(인센티브 관광), Convention (컨벤션), Exhibitions(전시)의 약자이다. MICE는 회의 시설·숙박·교통·쇼핑·관광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융복합 비즈니스 트래블로 개최 도시와 국가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측면에서 그 영향이 크다.

MICE 산업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대규모 국제회의(또는 전시) 참가자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약 2배를 지출하고, 평균 체류 일수도 더 길다고 한다. 특히 일반관광과 달리 이러한 행사들은 계절변화의 영향도 적어 관광도시의 비수기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소규모 전시나 국제회의는 점차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축소되고 있지만 거대규모 전시나 국제회의는 오히려 더 활발하다. 그래서 이런 행사가 수반하는 해당 도시의 관광 이득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전 세계 도시들은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 있는 국제회의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브랜드가 있는 전시회들은 보통 개최 장소를 옮기지 않고, 특정 도시에 있는 전시시설에 장기계약을 한다. 전시행사 자체가 도시의 브랜드가 되기도 하며, 최첨단 지식의 교류와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플랫폼이 도시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전시일수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인센티브 관광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포상적 성격의 여행이다. 업무의 성과와 효율을 높여 동기와 사기를 북돋우려는 수단으로 여행경비를 개인이 아닌 기업이 지불한다. 그렇다 보니 여행상품을 회사가 직접 기획한다. 기업이 기획하는 여행이다 보니 대규모 전시나 국제회의 등과 병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 CES에 국내기업관들이 규모를 확대하면서 기업별로 수천 명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확인은 안 되지만 이들 중에는 한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관광과 결합한 출장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의 라스베이거스의 풍경을 상상해 보라. 전시회 하나로 어마어마한 관광객과 외국인들이 그 도시에 몰려들 것이다. 이들이 머무르며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이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경쟁력, 도시의 정체성 확인이 우선돼야

이제 대도시의 물류 흐름은 온라인에 정복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마다 근린상가나 쇼핑센터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한 지 오래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을 비롯한 외부인의 경우는 다르다. 아무리 온라인 소비시대가 되었어도 어떤 낯선 도시를 방문했을 때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상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에 생활 인구 개념을 적용해 외부인의 장기체류와 방문을 늘리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범위를 넓혀서 글로벌 차원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CES 시즌을 맞아 소비수준과 목적이 다소 이색적인 인센티브 관광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일반관광은 경제적 상황이나 날씨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기업이 지불하는 인센티브 관광의 경우는 다르다. 문제는 기업이 인센티브 관광을 통해 제공하려는 콘텐츠를 어떤 도시가 갖고 있는가, 누가 그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가 라는 점이다. 여기서 D MC(Destination Management Company)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인센티브 투어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개최지에 대한 다양한 관광자원·교통·F&B·쇼핑·산업시찰 등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은 주요 도시들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끊임없이 찾고 때로는 그 형성을 돕는다. 도시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유치(그것도 반도체, 대기업 등), MICE 산업 등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도시의 정체성 부족이다. 이제 기업을 유치하고 국제회의를 유치한다고 도시의 정체성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의 정체성이 있어야 기업을 유치하고, 국제회의나 대형 전시를 유치할 수 있다. 

부산의 해양, 제주의 자연, 대전의 과학 등 지역의 이미지와 경쟁력이 먼저다. 대부분이 반문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아무것도 없는 도시들은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느냐고,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도시는 없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이제 도시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숨은 장점과 특징을 발견하고 그걸 브랜드화하는 능력, 그리고 그걸 마케팅 할 수 있을 때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를 창출하고,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도 CES와 같은 정례적이며 상징적인, 대형 전시나 국제회의 또는 공연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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