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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1위’ 쿠팡플레이는 어떻게 OTT 시장 ‘메기’가 됐나

[한국 OTT의 위기]③
티빙·웨이브 누르고 토종 OTT 1위 등극…MAU 650만명 고지 넘은 첫 사례
방파제 넘어 ‘성장 동력’ 역할…수익 확대-콘텐츠 강화-가입자 증가 ‘선순환’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생태계 교란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쿠팡플레이’를 두고 부르는 말이다. 오직 콘텐츠만을 두고 승부를 보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의 한 분야로 서비스되고 있기에 붙은 오명이기도 하다.

OTT업계의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쿠팡플레이를 클릭했다. 이용자 수 기준으로 최근 토종 OTT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용자 규모가 곧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OTT 시장에서 ‘대체재’ 쿠팡플레이의 진격은 다른 플랫폼의 위축을 의미한다.

쿠팡플레이의 가파른 성장세는 시장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경쟁사의 성장으로 인한 잠재력 상승)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쿠팡플레이가 최근 1년간 스포츠 콘텐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티빙·웨이브 등도 해당 분야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티빙이 최근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게 대표적 사례다. ‘프로 야구’ 중계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스포츠 팬의 이탈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논의도 쿠팡플레이 진격에 등을 떠밀려 시작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커진 메기에 먹히지 않으려고 정어리가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물론 쿠팡플레이의 토종 OTT 1위 등극은 온전히 콘텐츠 경쟁력으로만 이룬 성과가 아니다. 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증가하면, 쿠팡플레이의 이용량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타 OTT 플랫폼과 쿠팡플레이를 완전히 동일 선상에 두고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시장에서 쿠팡플레이 경쟁력을 비교적 박하게 평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입자 이탈 방파제 ‘쿠플’

‘와우 멤버십’의 핵심은 단연 무료 배송·무료 반품·익일 배송(로켓 배송) 서비스다. ▲OTT 쿠팡플레이 시청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할인 ▲여행 전문관 쿠팡트래블 할인 등은 번들(Bundle·묶음) 혜택으로 제공된다. 배송 혜택이 ‘본진’이라면 쿠팡플레이는 ‘곁가지’인 셈이다.

배송에 국한되지 않는 혜택은 ‘락인 효과’(Lock-in·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를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쿠팡이 2022년 6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약 72% 인상했음에도 가입자 이탈이 크지 않았다. 쿠팡플레이는 당시 가입자 이탈을 막는 가장 ‘두터운 방파제’로 작용했단 평가를 받는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2021년 말 900만명에서 2022년 말 1100만명 수준으로 되레 성장하기도 했다. 와우 멤버십은 현재 국내 다양한 구독 상품 중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서비스로 등극했다.

와우 멤버십 확장 비결로는 다양한 혜택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한 차례 인상에도 여전히 다른 OTT 상품보다 저렴하다. 기기 수·화질 등의 제약이 있는 티빙(9500원)·웨이브(7900원)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보다 3000~4500원 정도 싸다. 심지어 티빙이 1분기 내 출시할 예정인 광고형 요금제(AVOD·5500원)보다 우위에 있다. 최근 대다수 국내 OTT 이용 금액이 인상되면서 와우 멤버십에 대한 ‘가성비’ 인식은 소비자 사이에서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들. [사진 연합뉴스]

‘찻잔 속 태풍’ 쿠플의 진격

쿠팡이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를 벤치마킹해 쿠팡플레이를 정식 서비스로 내놓은 시점은 2020년 12월 24일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OTT 업계 종사자 대다수는 쿠팡플레이가 자사 가입자를 감소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커녕, 출범 의도인 ‘와우 멤버십 가입자 이탈 방파제’ 구실도 수행하지 못하리라고 봤다. 초기엔 영향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2만명(2021년 1월)으로 출발했다. 당시 OTT 시장은 2019년 9월 출범한 웨이브가 영향력을 키워가던 시기다. 넷플릭스 독주 속에서도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SBS·MBC) 콘텐츠를 앞세워 비교적 빠르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쿠팡플레이가 출범할 때 웨이브는 MAU 4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콘텐츠 명가’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에 JTBC가 합류한 시점도 2020년 10월이다. MAU는 이에 따라 곧장 3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웨이브·티빙의 당시 영향력을 고려하면 쿠팡플레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쿠팡플레이에 대한 OTT 업계 시선이 바뀌는 데엔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다. 2022년 1월 MAU가 368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엔 MAU 482만명을 찍기도 했다. 1년 반 만에 이용자 규모가 9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쿠팡플레이 앞에 ‘생태계 교란종’이란 수식어가 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한다. 와우 멤버십의 가격 인상에 따라 MAU가 350만명(2022년 11월)까지 떨어지는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쿠팡플레이는 출범 이후 줄곧 OTT 시장에 영향을 미쳐왔다.

토종 OTT 1위 등극 비결은?

쿠팡플레이 영향력은 특히 최근 1년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990원 요금제가 완전히 시장에 안착한 2023년 초부터 이용자 규모는 큰 부침 없이 꾸준히 우상향했다. 급기야 2023년 1월엔 MAU 439만명을 기록, 웨이브(401만명)를 누르고 토종 OTT 2위에 등극했다. 티빙은 당시 KT가 운영하던 ‘시즌’을 인수합병(M&A)하며 MAU 500만명을 돌파, 토종 OTT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쿠팡플레이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순위 변동은 ‘시간 문제’란 평가가 나왔다.

쿠팡플레이는 실제로 2023년 8월 MAU 563만명을 기록, 티빙(540만명)을 누르고 OTT 1위 자리를 거머쥔다. 2023년 11월 말에 공개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시대’가 크게 흥행하며 같은 해 12월엔 토종 OTT 중 처음으로 MAU 650만명 고지를 넘기도 했다. 8부작인 이 드라마의 최종화가 공개된 주말 시청량은 첫 주 대비 무려 2914% 상승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쿠팡플레이는 이에 따라 와우 멤버십의 방파제를 넘어 성장 동력이 됐단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배송 서비스는 곁가지고, 쿠팡플레이를 보기 위해 와우 멤버십에 가입했다”는 소비자 반응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콘텐츠 ‘소년시대’ 한 장면. [제공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의 성장 비결은 단연 와우 멤버십 확장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쿠팡이 이 과정에서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익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쿠팡플레이를 활용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신뢰도를 얻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쿠팡 생태계’가 돌아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콘텐츠 강화가 다시 이용자 확대로 이어지는 핵심에 쿠팡플레이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 등이 이뤄진 시점과 쿠팡 흑자 전환은 궤를 같이한다. 쿠팡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제고가 흑자 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쿠팡은 이에 따라 쿠팡플레이 콘텐츠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며 2021년 ‘어느 날’ 한 편에 그쳤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안나 ▲유니콘 ▲복학생 ▲판타 G 스팟 ▲미끼 ▲소년시대 등으로 확대됐다. ▲하이드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가족계획 등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간판 예능 ‘SNL코리아’는 시즌4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기도 했다.

쿠팡플레이는 특히 스포츠 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직후인 2022년 7월부터 ‘쿠팡플레이 시리즈’란 이름으로 해외 유명 축구 구단을 국내로 초청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당시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구단 토트넘 홋츠퍼 FC를 초청해 K리그 선수단과 진행한 친선 경기는 아직도 많은 스포츠 팬의 입에 오르는 명경기로 꼽힌다. 쿠팡은 이 경기를 주최하기 위해 100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그간 ▲세비야 FC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FC 선수가 한국 땅을 밟았다.

이 밖에도 한국 K리그·스페인 라리가·프랑스 리그1·덴마크 수페르리가·잉글랜드 풋볼 리그 챔피언십 등 다양한 축구 경기를 중계해 왔다. 올해에부턴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중계도 이뤄진다. 업계에선 다섯 시즌을 중계하는 대가로 350억원 안팎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한다. 또 ▲데이비스 컵(테니스) ▲포뮬러 원(F1·자동차 경주대회) ▲NFL(미식 축구 리그) ▲NHL(북미 하키 리그) 리그 ▲ONE 챔피언십(격투기) 등도 품은 상태다. ▲AFC 아시안컵 카타르 2023(축구)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야구)와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 증가에 따른 수익을 콘텐츠 혜택으로 돌려주는 전략이 꾸준하게 가동되고 있단 방증이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혜택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며 “만족을 넘어 ‘감동’(Wow)을 드리기 위해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가 이용자 확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의 사용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OTT에 비해 사용 시간이 현저히 적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023년 8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 사용 시간은 1827만 시간에 그쳤다. 이 기간 티빙은 4536만 시간, 웨이브는 4492만 시간을 각각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1억 시간을 넘겼다.

손흥민 선수가 지난 2022년 7월 쿠팡이 토트넘 홋스퍼 FC 구단을 초청해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에 참가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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