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폰 포렌식 뜯어본 카카오모빌리티, 노조 반발…무슨 일?
유럽 기업 ‘프리나우’ 인수 내용 언론 제보자 색출 시도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 진행…“동의서 받아 위법성 없어”
노조 “동의서 내용 위법성 존재…서명 강요도 문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원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Forensic,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수단·방법·기술 등을 포괄하는 개념) 조사에 나섰다. 최근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의 경영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 투자 관련 정보를 언론 등 외부에 흘린 직원을 찾겠다는 취지다.
회사는 이를 위해 디지털 자료 획득·분석 동의서를 직원들로부터 받았다. 이번 포렌식 조사는 디지털기기를 매개체로 발생한 특정 행위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목적을 지닌다. 카카오 노조는 즉각 조사를 멈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카카오 크루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17일 자료를 배포하고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가 절차적 정당성이 없고 위법한 사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 자료 획득·분석 동의 절차를 즉각 철회하고 진행 중인 모든 조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책임 소재 확인 및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카카오 노조는 조합원 대상 캠페인 및 항의 집회를 18일부터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와 관련해 “노조와 소통하며 오해가 있는 부분은 해소해 나가겠다”라는 입장이다. 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감지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제한적으로 진행했으나, 조사는 객관성·공정성·직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외부의 전문 기관을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동의서 내에도 조사 완료 후 관련 데이터는 복원 불가능하도록 완전히 파기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또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감사 목적·취지·범위 등에 대한 안내도 이뤄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 조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는 인수를 추진하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와 관련이 있다. 시한을 넘겨 사실상 인수가 무산됐고, 카카오 내부에서 인수 계획에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대외에 확산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때문에 투자 관련 업무와 대외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을 주된 포렌식 조사 대상자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정보 유출 정황이 있어 일반적 수준의 조사를 진행하는 데다 직원 동의를 얻어 위법적 요인도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노조는 사측 입장과 달리 “동의서 조항 내 포렌식 조사의 이유·목적·수집하는 데이터 범위·보유 기간 및 폐기 시점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특히 개인정보 획득 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에 따라 정보 수집 및 이용의 목적 등을 명시해야 하지만 동의서 조항에는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며 “개인정보 침해이며 더 나아가 기본권의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포렌식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회사에 다시 제공하는 것 역시 직원에게 정보제공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 함에도 그렇지 않아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는 특히 동의서 서명 과정을 문제로 삼았다. 노조 측은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감사 보고서에 불리한 내용이 등재될 수 있다”며 “동의서 서명을 종용하는 등 진행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폭력적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절차적인 하자도 있다”고 꼬집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노조 간 동의서 내용·조사 취지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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