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분’에 점심 약속, 유튜브는 2배속 재생”…김난도 교수, ‘1분 1초’ 외치는 까닭 [인플人]
‘트렌드 연구가’ 김난도 교수…16번째 트렌드 코리아 서적 출간
2024 소비 트렌드 핵심은 ‘분초사회’…소유에서 경험의 경제로
육각형 인간·호모 프롬포트·스핀오프·디토소비…키워드로 주목
[KLOUT 김설아 에디터] “저는 ‘트렌드코리아’라는 책을 쓰고 있어요.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지도) 벌써 16년이 됐습니다. 2008년 처음 책을 썼는데 그때만 해도 이 책이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거든요. 어느새 제 인생과 같은 책이 됐고, 지금 소망은 이 책이 저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16번째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했다. 연말연시 서점가에 넘쳐나는 새해 트렌드 예측 도서들. 김 교수의 책도 수많은 트렌드 전망서 중 하나지만, 이젠 트렌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제가 된 지 오래다. 트렌드 연구가인 그는 매년 키워드를 통해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언택트’, ‘소확행’, ‘가심비’, ‘뉴트로’ 등 지금은 널리 쓰이는 이 용어들을 처음 일상화 시킨 것도 그의 책이다.
김 교수는 유튜브 채널 ‘트렌드코리아 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00여명의 인플루언서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 11일 소셜 팬덤 리딩 컴퍼니인 안목고수가 주최한 ‘안목페스타 2024’에서다.
이날 ‘KLOUT’와 만난 김 교수는 “여기서 나이는 제일 많지만 팔로워 수는 제일 적겠다(웃음)”면서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 하면서 여러 가지 자극을 많이 받는데, 인플루언서들도 유통과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접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올 한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올해 키워드를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로 내세웠다.
소비자 ‘지갑’이 아닌 ‘경험’을 노려라
10가지 트렌드 중 김 교수가 가장 핵심으로 꼽은 소비 트렌드는 ‘분초사회’(분초를 다투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경향)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에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점심 약속을 48분에 잡거나, 반의 반차까지 쪼개 휴가를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구매하고 보여주려는 것들이 사실 중요하거든요. 예쁜 옷, 멋진 시계, 큰 차 등을 구매한다고 해보죠. 소비자들은 좀 더 좋은 브랜드를 구매하려고 애를 쓸 겁니다. 이런 소유물을 중시하는 문화는 한 때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많이 노출이 됐었고요.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오히려 소유물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올리는 모습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요. 여행을 간다던지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거나 취미와 운동을 즐기는 모습들이요. 소유의 경제에선 ‘돈’만 중요했다면 경험의 경제에선 ‘돈과 시간’이 함께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는거죠.”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유의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고객의 지갑’이 아닌 ‘시간’에 집중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초사회의 특징은 콘텐츠에서도 나타난다. 결과를 빠르게 알고 싶어 하거나 실패의 경험을 두려워하는 형태로 말이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동시에 사용한다거나 영상 콘텐츠 시청 시 정상 속도가 아닌 2~3배속으로 돌려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유플러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39%의 소비자가 1.5배속, 20%는 2배속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 콘텐츠도 결론을 맨 뒷부분에 알려주기 보다는 주요 장면과 핵심 포인트를 오히려 도입부분에서 보여주고 구독자들이 끝까지 콘텐츠를 시청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형태로 가고 있거든요. 그만큼 소비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론부터 얘기하는 것이 콘텐츠에서 주요한 관점이 됐다고 보고 있어요. 기승전결 시대가 아닌 ‘결’기승전 시대를 살고 있는거죠.”
금수저에 밀리는 ‘개천 용’…“성장 서사는 이제 그만”
‘육각형 인간’은 또 다른 키워드다. 이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성장 서사가 유행했다면 지금은 웹소설 조차도 환생이나 빙의를 통해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활약하는 서사가 주류를 이룬다. 그만큼 고진감래 과정을 선호하지 않는 다는 의미인데, 김 교수는 이를 성장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반증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노력을 믿어주는 사회였거든요.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마련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잘 사는 애들이 비싼 과외를 받고 좋은 대학에 붙을 확률이 더 높고 졸업 후에도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자리잡는 게 명확해지고 있죠. 소셜미디어 안에서 수없이 삶이 비교당하면서 비롯된 일종의 좌절의 표현으로도 해석됩니다.”
AI 키워드로 제시한 ‘호모 프롬포트’에서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이 프롬프트에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화룡점정의 결과물은 결국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재미를 모은다는 의미의 ‘도파밍’을 비롯해 저예산과 유동적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 보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콘텐츠 등을 소비하는 ‘디토소비’, 유목민적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리퀴드 폴리탄’, 돌봄의 시스템화를 추구하는 ‘돌봄경제’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배우 이소룡씨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은 시간이다. 인생은 바로 시간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가치가 잘 담겨있는 문구 인데요. 한 해의 시작인 1월엔 각자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세우고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 시간을 모두 값지게 써 내려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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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16번째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했다. 연말연시 서점가에 넘쳐나는 새해 트렌드 예측 도서들. 김 교수의 책도 수많은 트렌드 전망서 중 하나지만, 이젠 트렌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제가 된 지 오래다. 트렌드 연구가인 그는 매년 키워드를 통해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언택트’, ‘소확행’, ‘가심비’, ‘뉴트로’ 등 지금은 널리 쓰이는 이 용어들을 처음 일상화 시킨 것도 그의 책이다.
김 교수는 유튜브 채널 ‘트렌드코리아 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00여명의 인플루언서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 11일 소셜 팬덤 리딩 컴퍼니인 안목고수가 주최한 ‘안목페스타 2024’에서다.
이날 ‘KLOUT’와 만난 김 교수는 “여기서 나이는 제일 많지만 팔로워 수는 제일 적겠다(웃음)”면서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 하면서 여러 가지 자극을 많이 받는데, 인플루언서들도 유통과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접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올 한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올해 키워드를 ‘드래곤 아이즈’(DRAGON EYES)로 내세웠다.
소비자 ‘지갑’이 아닌 ‘경험’을 노려라
10가지 트렌드 중 김 교수가 가장 핵심으로 꼽은 소비 트렌드는 ‘분초사회’(분초를 다투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경향)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에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점심 약속을 48분에 잡거나, 반의 반차까지 쪼개 휴가를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구매하고 보여주려는 것들이 사실 중요하거든요. 예쁜 옷, 멋진 시계, 큰 차 등을 구매한다고 해보죠. 소비자들은 좀 더 좋은 브랜드를 구매하려고 애를 쓸 겁니다. 이런 소유물을 중시하는 문화는 한 때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많이 노출이 됐었고요.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오히려 소유물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올리는 모습을 더 자주 접할 수 있어요. 여행을 간다던지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거나 취미와 운동을 즐기는 모습들이요. 소유의 경제에선 ‘돈’만 중요했다면 경험의 경제에선 ‘돈과 시간’이 함께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는거죠.”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유의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고객의 지갑’이 아닌 ‘시간’에 집중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초사회의 특징은 콘텐츠에서도 나타난다. 결과를 빠르게 알고 싶어 하거나 실패의 경험을 두려워하는 형태로 말이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동시에 사용한다거나 영상 콘텐츠 시청 시 정상 속도가 아닌 2~3배속으로 돌려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유플러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39%의 소비자가 1.5배속, 20%는 2배속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 콘텐츠도 결론을 맨 뒷부분에 알려주기 보다는 주요 장면과 핵심 포인트를 오히려 도입부분에서 보여주고 구독자들이 끝까지 콘텐츠를 시청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형태로 가고 있거든요. 그만큼 소비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론부터 얘기하는 것이 콘텐츠에서 주요한 관점이 됐다고 보고 있어요. 기승전결 시대가 아닌 ‘결’기승전 시대를 살고 있는거죠.”
금수저에 밀리는 ‘개천 용’…“성장 서사는 이제 그만”
‘육각형 인간’은 또 다른 키워드다. 이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성장 서사가 유행했다면 지금은 웹소설 조차도 환생이나 빙의를 통해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활약하는 서사가 주류를 이룬다. 그만큼 고진감래 과정을 선호하지 않는 다는 의미인데, 김 교수는 이를 성장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반증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노력을 믿어주는 사회였거든요.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 돈을 모아서 아파트를 마련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잘 사는 애들이 비싼 과외를 받고 좋은 대학에 붙을 확률이 더 높고 졸업 후에도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자리잡는 게 명확해지고 있죠. 소셜미디어 안에서 수없이 삶이 비교당하면서 비롯된 일종의 좌절의 표현으로도 해석됩니다.”
AI 키워드로 제시한 ‘호모 프롬포트’에서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이 프롬프트에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화룡점정의 결과물은 결국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재미를 모은다는 의미의 ‘도파밍’을 비롯해 저예산과 유동적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 보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콘텐츠 등을 소비하는 ‘디토소비’, 유목민적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리퀴드 폴리탄’, 돌봄의 시스템화를 추구하는 ‘돌봄경제’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배우 이소룡씨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인생에서 가장 귀한 것은 시간이다. 인생은 바로 시간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가치가 잘 담겨있는 문구 인데요. 한 해의 시작인 1월엔 각자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세우고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 시간을 모두 값지게 써 내려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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