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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 고속 성장 기여한 배송 혜택…어떻게 가능했나

[中 초저가 공습 韓 이커머스 지각변동] ②
‘관세 면제에 저렴한 우편 요금까지’
1년에 두 배씩 성장…韓 전자상거래 ‘휘청’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있는 쿠팡 배송 차량.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국의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배송‧반품 서비스 한계로 기대만큼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공산품 구매 대행 사업자는 물론,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도 수익 악화에 직면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고속 성장 중인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도 국내 업체와 같은 규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는 다소 파격적인 혜택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알리는 추가 혜택 채널 ‘초이스’에서 7일 무료 배송‧반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테무의 경우 무료 배송에 90일 이내 무료 반품을 보장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송일 지연 및 반품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만한 파격적인 당근책이 도입됐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초저가 ‘무기’와 함께 90일 이내 무료 반품 등의 혜택까지 내놓으면서 한국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라며 “당분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사업 모델의 경우 중국 내 생산자와 한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해외 직구라 관세에서 자유롭다. 개인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해외 직구를 통해 사들인 150달러(약 19만원) 이하 물품은 수입 신고 없이 관세 등을 면제받을 수 있어서다.

국내 판매용으로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오면 정식 수입 신고 등을 거쳐 관세를 내야 하지만, 알리와 테무 등의 업체는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우편으로 물품을 보낸다. 관세 부담이 없다보니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들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 협약에 따라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 국가의 국제 우편 요금은 선진국 등에 포함된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산업 구조나 유통 방식 등의 측면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만큼 싼 제품을 판매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있는 직구 물품. [사진 연합뉴스]

중국발 해외 직구 늘면 한국엔 손해?

만국우편연합의 국제 우편 요금 체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만국우편연합이 배달국 취급비와 관련해 회원국을 1~4그룹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그룹, 중국은 3그룹에 각각 속해 있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그룹에 속한 국가가 배달국 취급비 중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높은 그룹에 속한 국가가 떠안는 구조다. 중국에서 넘어온 배송물의 국내 목적지까지의 배송비용을 도착국 우체국인 우정사업본부가 부담한다는 얘기다. 이때 국제 우편 요금 체계로 인해 정산비율이 다르다보니 국내 우체국의 배송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국제 우편 요금 체계가 불공정해 중국에는 이득이고 미국(1그룹)에는 손해라고 주장한 이유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할수록 우정사업본부의 우편 사업 손실이 커질 수 있다”라는 지적도 있는데, 우정사업본부 측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배송은 중국에서 대부분 B2B2C 모델로 유통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B2B2C 모델은 민간업체가 운송비가 저렴한 컨테이너 운송 등을 통해 다량의 물품을 해당 국가로 운송한 다음, 해당 국가 택배를 통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컨테이너 운송이 국제 우편을 이용한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국제 우편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배송비 절감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측의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또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국제 우편물은 감소 추세”라며 “중국발 국제 우편에 대해 국내에서 소요되는 비용(배달국 취급비)을 온전히 정산받고 있어 국가 간 불공정을 초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제우편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라고 했다. 

가품(假品) 문제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둘러싼 논란거리도 여전한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가품 문제나 정보 보안에 관한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분위기”라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역차별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중국 업체도 국내 업체와 같은 규제를 받으면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성장하면 국내의 구매 대행 사업자나 중소 제조사 등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에 따른 국내 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라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는 국내 시장에서 1년에 100%씩 성장할 것”이라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성장은 일차적으로 중국 공산품을 수입‧판매했던 한국 내 구매 대행 업체가 피해를 볼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11번가 등 한국 전자상거래 중위권 업체의 수익성도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초저가 위주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이라, 궁극적으로 쿠팡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아마존을 모델로 한 쿠팡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처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가 등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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