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주가 폭락해도 빚내서 산다”…코스피 급락에 되살아난 ‘빚투’ 경고
- 신용거래융자·미수금 동반 증가
반대매매 막으려 추가 차입 분석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의 급락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상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함께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상황과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추가 차입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까지 확대될 경우 추가 하락 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용거래융자, 코스피 떨어질 때마다 증가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24일 32조6716억원에서 27일 32조741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틀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증시가 상승 국면에서는 투자심리 개선을 의미하는 지표로 해석되지만, 하락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차입을 줄이거나 반대매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통상적인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7월 24일 5.72% 급락한 데 이어 27일에는 0.97% 반등하는 데 그쳤다. 28일에는 종가 기준 10.84% 폭락했다. 장중에는 낙폭이 11.29%까지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이처럼 단기간에 지수가 급락했음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급락한 종목을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적극 활용한 데다, 기존 신용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조달한 결과가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초단기 ‘빚투’ 자금으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결제일 이전까지 투자자가 증권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초단기 신용거래의 성격을 가진다.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한다.
7월 23일 위탁매매 미수금은 9455억원까지 감소하며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가 급락한 27일에는 1조2237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시장 급락에도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7월 28일 1.3%를 기록해 전날의 2.2%보다 줄었다.
일반적으로 급락장이 이어지면 담보 부족 계좌가 늘어나 반대매매 규모도 증가하지만,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현금을 추가로 납입하거나 신용을 더 활용해 강제 청산을 막은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저가 매수 기대·손실 회복 심리 작용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가 과거보다 공격적으로 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이어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크게 확대됐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 우려와 AI 투자 둔화 논란이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은 한층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빠르게 만회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신용거래를 통한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국내 증시 급락 이후에는 국내 주식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증시의 3배 레버리지 반도체 ETF 등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면서 개인들의 고위험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구간에서는 저가 매수 전략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차입을 활용한 투자는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담보 유지 비율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하루 변동폭이 10%를 넘는 장세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급락장에서 신용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저가 매수 기대와 손실 회복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반대매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차입을 통한 무리한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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