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강국’ 日 홀린 ‘웹툰 종주국’ 韓…네이버웹툰 ‘대기록’ 행진
한국서 발굴·검증된 웹툰, 네이버웹툰 타고 일본서 ‘인기’
연간 거래액 1000억엔 돌파…한 작품서 10억엔 돌파 ‘기염’
가장 많은 창작자 보유한 플랫폼…크로스보드로 고공 성장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1000억엔, 10억엔, 1억엔…. 네이버웹툰이 2023년 일본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써냈다.
네이버웹툰은 일본 시장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 거래액 합산치가 11개월 만에 1000억엔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1년이 채 가기도 전에 종전 연간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여기에 한 작품의 연간 거래액이 10억엔을 넘어서는 성과가 추가됐다. 월 거래액 1억엔을 넘긴 ‘대형 작품’들도 수두룩하다.
네이버웹툰이 ‘만화 강국’ 일본에 깃발을 꽂았다. 이를 가능케 한 배경으로 ‘크로스보더 콘텐츠’가 꼽힌다. 한 국가의 인기 웹툰을 다른 국가로 확산하는 전략을 말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대다수 작품이 한국에서 발굴된 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매출·사용자 1위 플랫폼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작자와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을 세계에 ‘웹툰 종주국’으로 알린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 ‘입학용병’의 2023년 라인망가 연간 거래액이 10억엔을 돌파했다. 라인망가 단일 작품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YC(글)·락현(그림) 작가가 2020년 국내 시장에서 연재를 시작한 해당 작품은 2021년 일본어로 번역돼 현지 독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 ‘입학용병’은 네이버웹툰을 타고 세계로도 향했다. 웹툰 ‘입학용병’은 총 10개 언어로 서비스되면서 3년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수 13억뷰의 대형 인기작으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 일본에서만 2년간 누적 조회수 4억뷰를 돌파했다. 네이버웹툰이 운영하는 플랫폼의 세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500만명에 달한다.
웹툰 ‘입학용병’ 외에도 라인망가에서 ▲‘재혼황후’(글 히어리·그림 숨풀·원작 알파타르트) ▲‘약탈신부’(글·그림 팀 카푸치노, 원작 강희자매) 등이 월 거래액 1억엔 이상을 기록했다. 모두 한국에서 발굴된 웹툰으로 네이버웹툰의 ‘크로스보더 콘텐츠’ 전략에 따라 일본에 상륙했다.
북미와 프랑스에서 인기몰이 중인 ‘약탈신부’의 경우 2023년 7월 라인망가에 업로드된 후 두 달 만에 월 거래액 1억엔을 넘겼다. 약탈신부의 팀 카푸치노 작가는 “국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게 돼 놀라고 기뻤다”며 “라인망가에서 콘텐츠 번역뿐 아니라 표지 디자인부터 홍보,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전반을 지원하고 있어 연재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의 인기도 이런 대형 작품의 일본 안착에 따라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닷에이아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12월까지 일본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기준 MAU 1위를 기록했다.
일본서 10년 기반 닦은 네이버웹툰 ‘고공성장’
네이버웹툰은 일본에 라인망가를 2013년 4월 출시하며 현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라인망가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설립하면서 출시된 플랫폼이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2020년 8월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겼다. 현재는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부터 국내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를 대거 라인망가에 올리는 ‘크로스보더 콘텐츠’ 전략을 본격화했다. ‘가로로 읽는’ 만화가 인기인 일본 시장에서 ‘세로 형태’인 웹툰을 들이민 셈이다. 스마트폰·PC 환경에서 읽기 적합한 웹툰은 일본에서도 곧장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웹툰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본 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로 형태의 만화를 제작하는 일본 회사는 2022년 1월 23개에서 2023년 6월 77곳으로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또 지난 2022년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하며 전자책 사업도 본격화했다.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북재팬에서 취급되는 80만권의 작품 중 만화 콘텐츠 비율은 98%에 달한다. 야후재팬 포털과 연동돼 만화 콘텐츠를 웹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강점을 지닌다. 이를 기반으로 앱에선 라인망가를, 웹 시장에선 이북재팬을 중심으로 연계되는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크로스보더 콘텐츠’ 전략과 ‘현지 수급’ 구조가 궤도에 오르자 대형 인기작이 줄줄이 나왔다.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본의 디지털 만화 사업자 최초로 11개월 만에 거래액 1000억엔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네이버웹툰은 이 같은 성과를 낸 비결로 한국 시장의 역할을 꼽았다. 회사 측은 “크로스보더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하는 한국에서는 수많은 독자 검증을 거친 수준 높은 작품들이 현지 문화와 정서를 반영해 글로벌 9개 언어로 빠르게 전파된다”며 “글로벌 최대 규모의 이용자를 보유한 덕분에 로컬 작품은 전 세계를 무대로 독자 팬덤을 확장하고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에 따르면 2023년 라인망가의 거래액·조회수 등을 합한 종합랭킹 10위 안에 7개가 한국에서 발굴한 크로스보더 콘텐츠로 나타났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 글로벌 1위 플랫폼으로 완성도와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 창작자에게는 더 많은 수익과 팬덤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며 “제2, 제3의 입학용병 같은 대형 인기작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는 “라인망가는 일본 독자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한편 창작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한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활동하는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창작자와 파트너들이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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