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종주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만화 종주국 일본 시장도 장악
[K-웹툰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①
만화·웹툰 산업 시장규모 2022년 기준 2조6240억원
2027년까지 만화·웹툰 산업 규모 4조원, 수출 규모 2억5000만 달러 목표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월 23일 아트코리아랩에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콘텐츠 분야 첫 정책발표였던 ‘영상산업 도약 전략’에 이은 두 번째 정책발표로 정부는 ‘웹툰 종주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2조6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고, 국내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수출 규모도 1억764만 달러(전년 대비 31.3% 증가)로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로 만화·웹툰 산업이 향후 수년간 우리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웹툰은 그 자체로 지식재산권(IP)의 보고이자, IP 확장 창구역할을 맡아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많은 드라마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시장성이 검증되고 영상화하기 쉬운 웹툰 IP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웹툰은 한국이 종주국으로서 유일하게 세계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분야로, 세계시장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교두보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문체부는 산업 성장기에 발맞춰 만화·웹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만화·웹툰 분야를 국가 중심의 전략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마련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11월 직접 만화·웹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를 위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웹툰판 넷플릭스’ 만들겠다는 문체부
지난해 전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상위 5개 중 국내기업 4개가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수익 6억 달러를 기록했고, ‘네이버웹툰’은 미국 내에서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의 연재 공간인 ‘캔버스’를 운영하는 등 한국 플랫폼들이 세계 웹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문체부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확산하고, 만화·웹툰계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적인 만화·웹툰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한국 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진출 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신규사업을 추진한다. 아울러 ‘2023 웹툰 실태조사‘에서 해외 진출 시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으로 ‘통역 및 번역 지원’이 꼽힌 것을 감안해 2024년 관련 예산을 10억원(2023년 6억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전 세계 만화 독자들에게 ‘웹툰’을 알리고 한국 만화·웹툰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본, 미국 등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국제공동제작’을 지원하고 ‘국제공모전’도 추진하는 한편, 현지 수요에 맞춰 특화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국 중소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현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통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만화·웹툰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영화 아카데미’, ‘게임인재원’ 등을 벤치마킹해 창작·산업·번역 인력 양성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향후 각 양성 사업을 통합한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가을에는 만화·웹툰계 대표 축제를 개최할 방침이다. 웹툰 종주국이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만화·웹툰 IP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내에 제대로 된 만화·웹툰 축제가 없다는 업계와 독자들의 아쉬움을 반영해 독자와 작가, 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축제 기간에는 국제적 권위의 작품상과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상을 수여하는 ‘국제 만화·웹툰 시상식(가칭)’도 열어 장차 만화·웹툰계의 ‘칸 영화제’와 같은 권위가 있는 시상식이자 축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유 장관은 “만화·웹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을 노리는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확실히 지원해 웹툰 종주국 위치를 지키고 글로벌 플랫폼 입지를 굳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진흥책 마련 배경을 밝혔다.
문체부는 2027년까지 만화·웹툰 산업 규모를 4조원, 수출 규모를 2억5000만 달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활약 중인 K-웹툰
네이버와 카카오는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K-웹툰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 카카오픽코마는 단일 애플리케이션(앱)의 2023년 연간 거래액이 1000억엔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카카오픽코마는 2016년 4월 일본에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piccoma)를 출시한 바 있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2023년 거래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도 대비 7배 이상 성장한 것”이라며 “현재 세계 디지털 만화 플랫폼 가운데 단일 플랫폼으로서 연간 거래액 1000억 엔을 넘어선 사례는 픽코마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픽코마는 데이터에이아이가 집계한 자료에서도 ‘2023년 모바일 앱 소비자 지출’ 일본 1위에 올랐다. 상반기에 이어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 지출 앱으로 선정됐다.
네이버웹툰도 지난해 일본 내 거래액 1000억 엔을 돌파했다. 일본 계열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산하 ‘라인망가’와 ‘이북재팬’ 플랫폼 거래액을 합산한 수치다.
개별 작품의 성과도 상당하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툰 ‘입학용병’의 2023년 라인망가 연간 거래액이 10억엔을 돌파했다. 라인망가 단일 작품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웹툰 ‘입학용병’은 총 10개 언어로 서비스되면서 3년 만에 글로벌 누적 조회수 13억 뷰의 대형 인기작으로 성장했다. 이 중에서 일본에서만 2년간 누적 조회수 4억 뷰를 돌파했다.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Chief Growth Officer)는 “라인망가는 일본 독자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적시에 제공하는 한편 창작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한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활동하는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창작자와 파트너들이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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