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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한국 경제, 스타트업 중심 해법 찾아야 [순화동필]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제언
저출산·고령화 韓 경제 규모 축소…“스타트업 생태계 키워야”
“세계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 필요…유럽·캐나다 좋은 사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 2000년대 초 6% 성장률에서 5년마다 1%가량 하락해 현재는 2% 성장률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1%대, 아니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에 경제 규모 축소는 물론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국력이 쇠퇴할 수 있다. 과연 한국 경제는 예정된 암울한 미래밖에 없는 것일까.

희망을 먼저 논하자면 단연 스타트업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세계 경제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혁신기업들이 주인공이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대다수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 출신이다. 한국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의 전체 고용 규모가 80만명 이상으로 4대 그룹을 넘어섰고, 매출 측면에서도 재계 3위 수준을 웃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로 창업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과거인 추격형 성장이 아니라 인재와 기술 기반의 선도형 성장 전략에 필수다.

韓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 여력 충분

물론 한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도 국가는 아니다. 이 분야 역시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가치 1조3000억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 중 단 1%만 한국에 있다. 신기술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기 어려운 폐쇄적 환경 등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꾸준히 성장했고 경쟁력도 높아졌다.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0년에 비해 스타트업 투자가 정점이었던 2021년까지 10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은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전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다. 스타트업 투자 영역 역시, 모바일과 플랫폼 위주에서 이제는 인공지능(AI)과 항공우주 같은 딥테크 분야부터 제조·농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사람과 기술 측면의 경쟁력은 글로벌에서도 강점이 있다. 한국무협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2023년 순위는 세계 20위다. 그러나 국가적 역량의 집중에 따라 경쟁력을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 규모 순위 세계 10위권이다. 스타트업 투자가 가장 많았던 2021년 기준 국내 투자 금액은 약 14조원이었다. 이는 글로벌 총투자 금액(약 800조원) 대비 2%에 못 미치지는 동시에 국내총생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를 두 배 혹은 5%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스타트업코리아’의 목표로 내세운 ‘글로벌 창업 대국’도 꿈이 아니게 된다.

그러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 개방된 생태계의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의 개방성과 연결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내 시장 중심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독려하지만, 제도가 글로벌화돼 있지 않다. 글로벌 투자 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탈도 없다. 외국의 인재와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에는 더 인색하다. 한국은 세계 인재와 자본이 몰려드는 미국이나 인재와 자본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공급되는 중국과는 다르다. 한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를 지향점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절실

이스라엘은 부족한 자본과 시장을 미국과의 강력한 연결로 해결했다. 유럽과 캐나다는 자유로운 체류가 가능한 ‘스타트업 비자’를 통해 세계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도 외국 인재와 자본이 자유롭게 국내에서도 활약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한편, 우리 스타트업과 투자자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연하고 개방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목표로 할 때 우리 경제도 다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희망을 논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한국이란 지역의 현실이다. 이미 절반 이상의 지역이 인구감소를 넘어 소멸 위험 단계로 접어들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권 집중은 인구집중보다 심각하다. 투자받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 모두 수도권 비중이 90%에 가깝다. 지역에서 창업하더라도 성장을 위해서 수도권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위기는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는 지역생태계 활성화와 함께 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혁신 인재와 투자생태계에 집중, 지역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도 기술창업의 45%가량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창업이 끊기지 않도록 지역에서 혁신 인재를 지속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멸 위기 지역대학을 스타트업 육성 중심으로 개편하고 대학과 경쟁하는 인재 양성 과정도 필요하다. 지역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떠나지 않도록 파격적인 투자지원책도 필요하다. 현재의 로컬펀드를 뛰어넘는 중앙정부 차원의 마중물과 경쟁력 있는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경제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지역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투자는 고위험이지만 생태계 전체로 놓고 보면 평균 8% 수준의 고수익·고성장 시장이다. 지역의 기업과 주민까지 마음껏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면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기댈 필요가 없다. 규제와 제도도 지역에 자율권을 주어 스스로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울에만 집중된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 세계 스타트업의 메카인 샌프란시스코가 있는 미국도 ‘실리콘비치’라 불리는 LA와 텍사스 오스틴 등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도시들이 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수도 자카르타와 휴양도시 발리가 각자의 매력이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웨덴의 말뫼, 미국의 포틀랜드처럼 쇠락하던 도시가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변모해 스타트업을 끌어들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한국도 더 많은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로 부상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_2200개 이상 스타트업 및 혁신 기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를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과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국민포장을 받았다. 2019년·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도 수상했다. ▲삼성전자 C랩(C-Lab) 및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자문위원회 위원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자문위원회 위원 ▲산업부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법제정비단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규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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