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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바이스 AI, 우리 삶에 혁신 가져다줄 것” [이코노 인터뷰]

[온디바이스 AI 시대 온다]④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
클라우드 연결 없이 디바이스서 AI 사용…“개인 비서로서 엄청난 가능성”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 [사진 한국인공지능협회]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최근에는 단순 AI를 넘어 거대 클라우드 연결 없이 디바이스 자체에서 AI를 직접 사용하는 온디바이스 AI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처음으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과 만나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본관에 자리 잡은 한국인공지능협회는 2017년 AI 유관 정보, 인재, 기업, 시장 등의 교류와 연결을 통해 AI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1000여 개의 AI 및 데이터 전문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10만명이 넘는 종사자를 아우르고 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AI를 이야기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대중의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 김 회장은 “2022년 11월 오픈한 챗지피티(ChatGPT)가 이유”라면서 “2016년 한국에서 이뤄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AI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최초로 일으킨 사건이었다면, ChatGPT는 AI가 사람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기술사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AI에 대한 역사는 ChatGPT를 서비스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ChatGPT의 근간이 되는 GPT-4(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흔히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LLM)이라 부른다. 이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자본, 그리고 컴퓨터 자원 등이 요구된다.

김 회장은 “AI 모델은 수학적 행렬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고성능 게임을 위해 컴퓨터에 달았던 GPU(Graphics Processing Unit)가 병렬처리에 특화된 하드웨어였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발생 중”이라면서 “그래서 해당 분야의 강자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가치가 크게 오르는 것이고, 이는 곧 반도체 산업과도 연결이 된다. 국내에서는 삼성 반도체와 SK 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GPU 공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LLM에 도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AI 학습에 특화된 자체 NPU(Neural Processing Unit)를 만들어 사용하는 추세다. AI가 촉발한 산업의 수요가 투자심리에 반영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각한 것보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AI다.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특징들을 추출하고, 또 특징들을 연결해 성능을 내는 기술이기에 이미 우리 삶에 많이 들어와 있었다”면서 “유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구독자에게 보여주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라든지, 배달 기사의 배달 순서를 최적화시키는 경로, 은행의 대출 심사, 콜센터의 AI 음성 대응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까지도 체감이 되려면 테슬라에서 만드는 옵티머스 시리즈와 같은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산업과 농촌 현장에 가서 줄어든 인구를 대체해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동차로 보면 자율주행 4단계 운행이 시작될 때쯤일 것 같다. AI 분야는 기술의 흐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5년 안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AI를 하나의 기술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목적에 따라 그 종류가 세분화된다. 김 회장은 “인간이 기억을 갖고 과거를 분석하고,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해 지능적 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 AI도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팅 파워라는 기본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해 인간의 지능적 활동을 모사한다”면서 “과거 약한 AI(Narrow AI)와 강한 AI(Strong AI)라는 개념이 주로 쓰였으나 현시점에서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분을 해보자면, 생성형 AI와 산업 특화형 AI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특성은 말과 이미지 같은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GPT와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대표적”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퍼져 있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인간과 대화가 되는 수준이라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특화됐다.

산업 특화형 AI는 주로 산업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김 회장은 “주로 비전 인식과 시계열 분석을 통해서 현장의 특징을 도출하는 데 쓰인다”면서 “해당 AI의 모델 경쟁력은 특정 산업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나 금융 데이터, 그리고 제조 현장의 공정 데이터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아니고서는 확보하기 힘든 허들이 있다. 그래서 산업 특화형 AI는 생성형 AI와 다르게 특수한 상황을 풀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로컬 중심적이고 보안 중심적”이라고 덧붙였다.

AI를 설명할 때 보통 학습을 시키는 개념과 학습을 마친 후 성능을 내는 추론이라는 두 개념이 언급된다.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는 큰 컴퓨터 자원이 필요해 GPT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공급해야 한다. 다만 추론을 통해서 일부 성능을 내는 분야는 학습 과정보다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만으로도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온디바이스’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온디바이스 형태로 AI의 기능을 일부 활용할 수 있다면 인터넷에 연결이 되지 않아도 실시간 통번역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개인 데이터의 유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디바이스 AI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 회장은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의 기기 내에서 바로 AI 연산을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화되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에서 빠른 처리 속도를 제공하는 점도 큰 장점”이라며 “온디바이스 AI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스널 에이전트로서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활용하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기기가 개인 비서처럼 활약하게 된다는 게 김 회장의 예상이다. 그는 “생활 패턴을 학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일정 관리나 예약 같은 일들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홈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온디바이스 AI의 활약이 기대된다. 김 회장은 “집안의 조명이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고,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빠르게 알려주는 것 또한 가능하다”면서 “이런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게 되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기술 선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구글, 메타는 물론이고 삼성, SK,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 회장은 “어떤 산업이든 진흥을 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 사항들이 있다. 인재 양성, 산학연 연계를 통한 연구개발(R&D) 활성화와 실증화,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낡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 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정부나 지금 정부나 기본적으로 노력하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망 분리 원칙을 갖고 있는데,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질의 데이터는 모두 정부와 예하 기관에 예속돼 오픈이 안 된다. 데이터마다 보안 등급을 적용해 기업들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그 어떤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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