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김용범 “코스피 급락, 레버리지 ETF 탓만 아냐…구조적 요인 점검할 것”
글로벌 테크 시장을 뒤흔드는 인공지능(AI) 수익성 논란과 반도체 수요 불안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자본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일시적인 하락세를 특정 금융상품의 문제로 치부하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증시가 가진 고질적인 취약점을 뿌리부터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 일정을 수행 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코스피 시장의 널뛰기 현상에 대한 진단을 내놨다. 김 실장은 “현재 상황을 ‘증시 안정화’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며 “변동성이 유독 도드라지는 구조적인 요인들에 대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점검해 보려고 한다”라고 예고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를 얼어붙게 만든 핵심 동인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의구심을 지목했다. 김 실장은 “AI 혁명은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진짜다. 누구도 지금 와서 AI 혁명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AI 혁명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고,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시장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김 실장은 최근 자본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레버리지 ETF 주범론’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위기의 원인을 단일 상품 탓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시장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레버리지 ETF가 지목되고 있지만, 모든 문제를 레버리지 ETF 하나로 귀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 주로 이뤄지는 장 마감 전 30분에만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변동성이 확대된다. 변동성이 나타나는 시간 등을 보면 모든 현상을 레버리지 ETF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근거를 들었다.
오히려 대외적 충격이 올 때마다 유독 한국 증시가 더 깊게 흔들리는 배경에는 국내 자본시장 고유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시장의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개인투자자들이 매우 역동적으로 투자하며, 관련 파생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도 영향을 준다”고 꼬집었다. 높은 개인 비중과 방대한 파생상품 규모, 대형 테크주에 지나치게 쏠린 포트폴리오가 변동성을 배가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이를 두고 “변동의 중심부에서 10 정도의 변화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선 20∼30 정도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 시장의 특성 때문에 증폭되는 면이 있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 역시 눈앞의 불을 끄는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공고히 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와 관련한 제도 개선은 앞으로도 보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면서도 “다만 그 문제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 예컨대 파생상품의 비중과 투자자 구성 등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대대적인 점검을 시사했다.
한편,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매서운 추격과 반도체 노광장비 기술 자립화 움직임 등 이른바 ‘중국발 변수’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 실장은 현 상황을 두고 “과거 딥시크 쇼크와 비슷하게 본다”라며 “중국 기업이 크게 성장할 경우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다만 이 같은 위기를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 초격차를 공고히 하는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저는 이번 주가 조정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적기에 투자하며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일을 더욱 철저하게, 정신 차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적극적인 투자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에 마무리되더라도 또 유사하게 몇 차례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시장이 된다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향후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불안 요소를 정밀 분석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증시 상황 보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시장 상황은 정책실을 중심으로 계속 살펴보고 있다”라며 “현재 시장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별도로 공개할 만한 말씀을 하신 것은 없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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