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디바이스 AI’ 고도화…자율비행 드론 업계에 부는 기대감
[온 디바이스 AI 시대 온다]⑤ 정영석 니어스랩 최고기술책임자 기고
AI 기술 탑재한 드론…산업안전에서 국방까지 활용 분야 다양
“드론·로봇 등 신기술 각광…사람의 ‘동반자’ 인식 전환 필요”
[정영석 니어스랩 최고기술책임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눈에 띄었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였다. 2022년 말 챗GPT(Chat GPT)의 등장으로 클라우드에서 시작된 초거대 AI 모델 전쟁은 이제 디바이스로 확장돼 진행 중이다.
온 디바이스 AI는 기기 내부의 AI 칩을 통해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분석하고 수행하는 기술이다. 무선 환경을 거치지 않고도 빠르게 응답할 수 있어 드론·자율주행차·로봇·스마트폰·가정용 스마트 기기 등 우리 주변 제품에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특히 자율 비행 드론에 있어 온 디바이스 AI는 중요하다. 드론은 다양한 환경에서 비행하며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회사에서 개발한 자율 비행 드론이 해외 풍력 발전 단지를 점검하는 경우, 인터넷 접속은 고사하고 휴대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온 디바이스 AI는 드론이 이러한 도전적인 환경에서도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또 비행과 관련해 무게와 전력 소모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온 디바이스 AI 기술의 발전은 제한된 무게와 배터리 용량 아래에서도 더 똑똑한 AI를 탑재할 수 있게 만든다. 온 디바이스 AI 기술의 발달은 이 때문에 자율 비행 드론 업계에서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온 디바이스 AI의 발전이 자율비행 드론에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우리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자율비행 및 내비게이션 등 넓은 활용성 ‘장점’
드론에서 온 디바이스 AI 활용은 크게 ▲자율 비행 및 내비게이션 ▲인지 기능 강화 ▲데이터 수집·분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율 비행 및 내비게이션 영역에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접목하면 드론이 자체적으로 환경을 탐지하고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물 회피 및 안전한 비행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인지 기능 강화도 가능하다. 객체 인식은 물론 추적·분류 등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드론은 자율적으로 특정 대상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으며, 사람·차량·건물 등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수집·분석도 변화 지점이다.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쑥쑥’ 크는 드론 시장…군사용 등 다방면 활용 기대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243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2030년에는 약 5045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46%에 이른다.
분야별로 보면 군사용 드론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군사용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13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약 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군사용 드론은 군인이 침투하기 어려운 곳에서 정보 수집과 감시, 정찰 등 임무에 사용될 수 있어 군인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온 디바이스 AI를 통해 데이터는 로컬장치에서 처리되므로 중요한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 또한 방지할 수 있다. 국방 및 산업 주요 시설 등 데이터 유출에 민감한 환경에서 사용될 때 더욱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산업 안전 점검이나 공공안전 등에서도 드론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사람이 가기 어렵고 위험한 곳이나, 넓은 범위의 일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현장은 실내와 실외,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많이 존재한다. 풍력발전소의 날개(블레이드)는 길이만 약 100m에 달한다. 거기에 초속 10m의 강풍이 불기도 한다. 이 거대한 블레이드에 금이 가거나 이상이 생기면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점검이 필요한데, 기존에는 사람이 밧줄을 타고 가거나 크레인을 이용했다. 기존에는 안전 점검을 위해 풍력발전소 1기에 사람이 직접 올라 최소 6시간에서 하루 종일 풍력발전기를 멈춰야 했지만, 드론을 이용하면 이를 1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공공안전의 경우 발전된 온 디바이스 AI로 위기 상황을 더욱 빠르게 감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도시의 다양한 지역을 주기적으로 순찰해 위기 상황을 감지하며 화재 등의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드론이 자동으로 해당 장소로 이동해 상황을 신속하게 평가하고 응급 서비스에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자연재해 발생 시 드론은 손상된 지역을 탐색하고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피해 규모를 파악해 구조작업을 조정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드론 보급’ 불가피한 시대…‘인식 전환’ 절실
자율비행 드론도 점차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안전과 편의를 증진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는 주요한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온 디바이스 AI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할 것이다.
물론 드론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에게 장밋빛 기대만 안겨주지 않는다. 드론 등 로봇의 보급으로 일자리 감소 우려 등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최근 성인남녀 3478명을 대상으로 ‘서빙·순찰·배달 등 다양한 분야 내 로봇의 인력 대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가 ‘위험하거나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지지 의견을 표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 중 23%는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해킹이나 기계 결함 등에 따른 불안’ 등을 이유로 로봇의 인력 대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드론을 포함한 로봇의 발전과 보급은 피할 수 없는 시대로 여겨진다. 자율비행 드론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일은 있기 마련이다. 자율비행 드론으로 조난자가 구조되지 못해 사망 등 불상사를 당하는 일이 없어지고, 빠른 정찰을 통해 불필요하게 많은 병력이 희생을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강탈자’가 아닌 이제는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기존 환경을 개선해 사람을 돕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대중들의 우려와 달리 로봇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여전히 사람의 손과 머리가 필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자율비행 드론이 높고 위험한 곳에서 안전 점검을 수행하는 동안 사람은 안전한 환경에서 유지보수나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드론 정찰 및 무인화 기술 도입으로 군인들은 창의적인 전술, 전략 구상 등 임무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강탈자’가 아닌 이제는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기존 환경을 개선해 사람을 돕는 ‘조력자’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다.
정영석 니어스랩 최고기술책임자(CTO)는_최재혁 대표(CEO)와 함께 2015년 니어스랩을 공동 창업했다. 니어스랩은 지구(Earth) 가까이(Near)에서 드론으로 데이터를 수집, 보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 기업은 2023년 포브스 아시아 ‘100대 유망 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정 CTO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인공위성 개발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 자세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니어스랩에서 드론의 자세제어와 자율 경로 설정 등 자율비행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니어스랩은 산업용 드론에 AI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비행 드론’을 보유했다. 이를 기반으로 시설물·풍력발전 안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소형 다목적 자율비행 드론 ‘AiDEN’을 개발, 방위산업에도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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